파인텍개신교대책위원회가 파인텍 노동자들의 굴뚝 농성 300일을 맞아 파인텍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성서한국·평화누리·한국기독청년협의회·고난함께·예수살기 등 교계 단체 11개가 모인 '파인텍개신교대책위원회'(대책위)가 9월 4일 파인텍 모회사 스타플렉스 사무실이 있는 목동 CBS 사옥 앞에서, 300일 가까이 공장 굴뚝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는 파인텍 노동자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스타플렉스 김세권 사장에게는 노동자들과 즉각 대화에 나서라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파인텍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박준호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목동 에너지공사 75m 굴뚝에 올라 농성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2016년 1월 협의를 약속했지만, 4월이 되자 회사는 "일이 아니라 노동운동을 하려는 사람들과 합의할 수 없다"며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회사는 2017년 8월, 공장이 있던 건물에 다른 회사를 입주시켰다. 두 노동자는 회사의 일방적 합의 불이행을 규탄하고, 노조와 합의한 공장 정상화, 고용 승계, 노동조합 보장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기 위해 굴뚝에 올랐다.

얼마 전 신문에서 파인텍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을 접하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는 향린교회 김희헌 목사는, 지난여름 긴 무더위를 파인텍 노동자들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사회의 낮은 자들, 노동자·민중의 힘으로 이루어 낸 촛불 혁명으로 수립된 정권이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 국회·정부가 나서서 파인텍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라"며 9개월 넘게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현 정부를 비판했다.

다음 발언자로 나선 예수살기 최헌국 목사도 "현 정부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두 동지가 다시 굴뚝에 올라간 지 297일이지만,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굴뚝 위 두 동지에게 또다시 추운 겨울바람을 맞게 할 수는 없다.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되어 굴뚝에서 내려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향린교회 김희헌 목사는 "국회와 정부는 파인텍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예수는 사람을 소외시키고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모든 형태의 억압에 저항했다"며 "불의한 자본 권력에 맞선 두 노동자도 예수님처럼 저 높디높은 고난의 굴뚝 계단을 올랐다"고 했다. 이들은 △스타플렉스는 합의서에 적시된 약속을 이행할 것 △실질적 사장 김세권은 파인텍 노동자들과 대화에 나설 것 △문재인 정부는 파인텍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사장실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만나 격려하기 위해 스타플렉스 사무실로 올라갔지만, 회사 정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정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찰은 "사 측에서 문을 잠갔고,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을 막기 위해 지키고 서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와 점거 농성 중인 노동자들은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문을 사이에 두고 "김세권 사장은 파인텍 노동자들과 대화에 나서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향린교회 김희헌 목사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은 문 너머로 "앞으로도 함께 투쟁하겠다", "힘내서 싸우자"는 격려의 말도 주고받았다.

대책위는 농성 300일 당일까지 꾸준히 기도회, 문화제 등 행사에 나설 예정이다. 4일 저녁 7시, CBS 사옥 앞에서 굴뚝 농성 집중 기도회를 시작으로, 5일 11시 파인텍투쟁승리공동행동이 주최하는 기자회견, 6일 저녁 7시 투쟁 승리를 기원하는 문화제를 연다. 대책위는 "앞으로 계획 중인 기도회와 기자회견, 집회에 많은 이가 연대해야 노동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기독교인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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