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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땅에서 생명안전공원 꿈꾸는 세월호 가족들

9월 세월호 교회, 9반 희생자 호명하며 기억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9.03  1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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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들은 나무와 풀, 돌밖에 없는 미조성 부지에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서길 소망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4·16생명안전공원을 위한 기도회가 9월 2일 화랑유원지 미조성 부지에서 열렸다. 예은 엄마, 창현 엄마, 시찬 엄마·아빠, 순영 엄마, 영만 엄마, 지성 엄마 등 세월호 가족을 비롯한 기독교인 90여 명이 기도회에 참석했다. 새맘교회 교인들이 어린아이들까지 대동해, 참석자가 지난달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5월부터 매달 첫 주일에 열리는 세월호 기도회 특징은 설교자가 없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정해진 본문을 묵상하고 느낀 점을 옆 사람과 자유롭게 나눈다. 이날 참석자들은 마태복음 11장을 읽었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세례 요한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사회를 맡은 예은 엄마가 본문을 인용하며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성경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희는 무엇을 보러 광야에 나갔느냐?' 오늘 우리도 여기 광야와 같은 곳에 모였습니다. 우리가 왜 이곳에 나왔는지 앞으로 이뤄 갈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함께 묵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은 엄마는 기도회 참석자들에게 광야 같은 곳에서 왜 예배를 하는지 물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아이들도 떠들지 않고 얌전히 기도회에 집중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참석자들은 휴대용 의자 또는 돗자리에 앉아 본문의 의미를 묵상했다. 덥다고, 졸리다고, 돗자리 위로 개미가 올라온다고 투덜거리던 아이들도 종소리가 울리자 조용해졌다. 참석자들 옆으로 넓게 탁 트인 들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생명안전공원이 조성될 빈 땅이다. 지난주 폭우가 쏟아진 뒤라, 수풀이 사람 허리 높이까지 자라 있었다.

예은 엄마는 광야에서 하늘나라를 꿈꿨던 세례 요한처럼, 화랑유원지 미조성 부지에 생명안전공원이 만들어지는 날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요한이 광야에서 하늘나라를 기다렸던 것처럼, 우리도 미조성 부지에서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나무가 우거지고 풀과 돌 투성이지만, 몇 년 안에 이곳이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사회를 변화하는 희망의 공간으로 달라질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지성 엄마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직접 보고 들은 것을 사람들에게 전하기로 다짐했다고 했다. 그는 "몇 년 전, 예수께서 '너희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을 전하라'고 말씀하시는 부분을 묵상하며, 사람들 앞에 나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려야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다짐을 오늘 기도회를 통해 다시 품으려 합니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단원고 2학년 9반 희생자 20명을 하나씩 호명했다. 희생자 이름이 적힌 카드를 받은 어린 학생도 큰 목소리로 언니 오빠의 이름을 불렀다. "활기차고 밝은 목소리에 웃음이 예뻐서 성격 미인, 부모님과는 신앙으로 소통했던 효녀 은정. 조. 은. 정." 예은 엄마는 9반 엄마·아빠들이 분향소를 철거하기 위해 팽목항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기도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 옆으로 넓게 탁 트인 들판이 생명안전공원이 조성될 부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에 누적된 온갖 부조리가 만들어 낸 인재다. 기독교인들도 세월호 참사를 묵상하며, 사회에서 자정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한국교회 모습을 회개했다. 참석자들은, 3년 전 같은 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기도회에서 올렸던 기도문을 함께 읽었다.

"교회가 힘을 숭배하는 신앙에 중독되어, 욕망을 부추기고 두려움을 조장하며 신앙의 이름으로 어리석음을 가르쳐 왔습니다. 성공을 지향하는 대교회주의, 사회적인 책임을 외면하는 타계주의, 지성을 잃은 교리주의가 우리 안에 차고 넘쳤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추구하는 힘의 능력'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나라를 향해 '좁은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소서. '끊을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상처 받은 이웃의 아픔을 진실되게 공감하는 능력을 갖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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