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광주광역시에서 손꼽히는 대형 교회 중 하나인 광주동명교회(이상복 목사)가 예배당 신축 문제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광주동명교회는 40여 년 전 건축한 현재 건물이 노후해 이제는 보수조차 불가능하기에 신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민들은 신축 건물이 동명동과 어울리지 않고, 공사 시 발생할 주차난, 소음, 분진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신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양쪽의 대립을 이해하려면 먼저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 지역은 과거 전남도청이 있던 자리에 있는 아시아문화전당에서 도보로 10~15분 걸리는 구도심이다. 일제강점기부터 각종 기관 관사, 고급 양옥이 즐비해 부자 동네로 유명했던 동명동 일대는 전남도청, 광주시청이 동구를 떠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집을 지키던 사람들이 도심을 떠나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노후한 지역에 생기가 돌게 된 것은 최근 청년·문화 창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사람이 살던 집을 리모델링해 특색 있는 카페, 식당, 문화 공간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동명동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동리단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광주동명교회는 1972년 현재 자리, 동명동 한가운데 들어섰다. 교회 규모가 커지면서 1985년 기존 예배당에 건물 한 채를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증축했고, 지금까지 그 건물에서 생활해 왔다. 교회가 처음 들어설 당시 교회를 둘러싼 주변이 모두 주택가였지만 현재는 교회 교육관, 교회 주차장 등으로 변했다.

광주동명교회(이상복 목사)가 교회 신축을 앞두고 인근 주민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왼쪽 건물이 본당, 오른쪽 건물이 교육관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주민들은 이 같은 골목에 대형 교회 건물이 들어서면 동명동의 개성이 사라지고 추억이 담긴 골목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교회는 낙후한 구도심 지역에 들어설 새 예배당이 환경 개선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축 부지 인접 주민들,
교회 홈페이지 보고 신축 계획 알아
민원 제기해도 반응 없는 교회
'대화 가능'에서 '신축 반대'로

교회 신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8월 31일 광주 동명동을 찾았다. 동명동에서 나고 자란 최 아무개 씨는 일대를 돌며 동네를 보여 줬다. 폭 4m 안팎의 좁은 골목이 동명동 곳곳을 이어 주는 역할을 했다. 동네 곳곳에 있는 주택 사이사이로, 겉모습은 주택인데 내부는 식당인 곳도 많았다. 새로 지은 건물도 독특함을 유지하면서 기존 골목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동네 곳곳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명동을사랑하는주민모임(동사모)에서 내건 현수막에는 "하나님 살려 주세요. 동명동이 죽어 가고 있어요", "동명동을 다 사서 동명교회 지은들 건축법에 어긋나기야 하것소", "아름다운 동명동이 동명교회 때문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최 씨는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그동안 교회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았어도 참고 지냈는데, 신축 문제로 감정이 많이 상한 상태라고 했다. 교회 주변 골목이 좁아서 교회 차가 많은 일요일이면 자기 집에서 차를 빼기 위해서도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최 씨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아무 말 없이 지냈는데, 교회가 대규모 신축을 계획하면서도 주민들과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동안 교회는 주민과 별로 소통하지 않았다. 지역복지관 같은 곳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장소를 빌려주는 게 전부였다. 나도 어렸을 때 이 교회 다녔지만, 지금은 동명동 주민 중에도 교인이 별로 없고 다 외지에서 온다. 나중에 교회 신축하면 지역 주민과 함께하겠다는데, 북 카페 만든다 한들 교인도 아닌데 누가 거기에 가겠나. 그동안 교회가 주민들 불편한 것은 고려하지 않다가 이제 좀 시끄러워지니까 대화하자고 하는데,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

신축 부지와 골목 하나를 두고 있는 집 주인 배 아무개 씨는 올해 1월 교회가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직접 교회 홈페이지에서 찾아 알게 됐다. 이후 배 씨는 광주 동구청에 교회 건축과 관련해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다. 교회를 신축하게 되면 그에 따른 소음, 일조권과 인접 대지 조망권 침해, 주차 문제 발생이 예상된다며 요구 사항을 적었다.

교회와 인접한 골목길 곳곳에 교회 신축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동구청의 답변을 받았지만 그런데도 해결되지 않은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배 씨는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동구청이 보내온 답은, 교회는 건축법에 위배되지 않게 설계했다는 거다. 건축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코앞에 4층짜리 건물, 10층짜리 종탑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교회에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재설계는 어떻게 했는지, 구청 건축심의위원회에서 내가 제기한 문제를 잘 접수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청 건축심의위원회는 7월 31일, 광주동명교회 신축안을 통과시켰다. 배 씨는 동구청이 무성의한 답변을 일삼다가 교회 뜻대로 심의를 통과시켰다는 말에 절망했다. 재설계한 설계도를 열람할 수 있게 공개해 달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배 씨에게 광주동명교회는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다.

배 씨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주택에 사는 서 아무개 씨도 교회 신축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1971년부터 동명동에서 살면서 자녀 다섯을 키워 결혼시키고 지금까지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그는 교회가 동네 주택을 하나씩 사들여 허물고 다 주차장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아예 동명동을 교회로 뒤덮으려 한다며 분개했다.

서 씨는 "종교라 하면 주변과 평화롭게 사는 걸 목적으로 하지 않나. 그런데 동명교회는 있는 집을 사서 헐어 주차장 만들고 교육관 짓더니, 이제 크게 신축까지 한다고 한다. 주민들 불편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요일 저녁만 되면 그렇게 울부짖어요. 그걸 통성기도라 한다더니만." 옆에서 듣고 있던 또 다른 주민이 거들었다. 교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그는 매일 새벽과 금요일 밤, 일요일이면 교회에서 들려오는 소리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지금도 시끄러운데 그동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더니, 인제 와서 교회 잘 지을 테니까 불편해도 2년만 참으라는 건 주민들을 아예 무시하겠다는 이야기"라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동사모는 올해 초만 해도 △주택가와 일정한 거리 유지할 것 △녹지 공간 조성할 것 △유리창 없애고 방음 시설 구비할 것 △공사 기간 주차 대안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배 씨는 직접 교회를 찾아가기도 했지만, 교회에서 만난 사람은 주민들이 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 교회 일을 훼방 놓는 것처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신축 부지와 인접한 집에서 찍은 교회 주차장. 현재 주차장 부지에 4층 높이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지속되는 갈등 상황을 광주KBS, <광주드림>, <오마이뉴스> 등에서 보도했다. 이에 광주동명교회 대외 협력을 담당하는 김 아무개 장로는 8월 21일 <오마이뉴스>에 교회 입장을 상세히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기사를 보고, 교회가 자신들의 입장만 강요한다고 느꼈다. 동사모는 교회가 주민들과 대화할 의향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제 '신축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민원 반영이 주민 의견 수렴이라 생각,
건축 위해 주차장 매입했지 늘릴 생각 없어,
주민 고려 안 한 건 교회 불찰
앞으로 진지하게 대화 임하겠다"

광주동명교회 건물은 낡아 보였다. 들어서니 오래된 건물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전부터 내린 폭우로 지하는 물론 1층에도 습기가 가득했다. 교회 관계자들은 내부 이곳저곳을 보여 주며, 교회가 너무 낡았고 40여 년 전 건축 당시 기술이 부족해 더 이상 보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교회 입장에서 신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교회 건축위원회 위원들과 당회원들은, 사전에 주민들과 대화하지 않은 것은 불찰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동안 구청을 통해 민원을 전달받았고 내용을 반영해 건축설계를 바꾸는 등 주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건축위원회 주 아무개 위원장은 "동구청에 접수된 민원을 전달받았다. 이미 제출한 설계도에 민원 내용을 반영하라고 해서 여러 차례 수정했다. 교회와 인접한 3면의 도로 폭이 4m인데 이를 6m로 넓혔고 그 과정에서 교회 토지를 기부채납했다. 지하 주차장 출입구 위치를 바꿔 달라고 해서 그것도 아예 다른 쪽으로 변경했다. 녹지를 조성해 달라고 해 최대한 주변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광장과 녹지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집을 사들여 밀어 버리고 주차장을 만드는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우리 교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건축을 계획하고 있었다. 주차장은 확보해 놓고 예배당을 건축하자는 차원에서 주변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이 일대를 다 매입해, 있던 집을 없애고 주차장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건축위원회 조 아무개 간사도 주차장 부분은 주민들이 오해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큰 도로변으로 연결되는 부지까지 사서 주차장으로 만들었다고 말이 많다. 만약 공사가 시작되면 좁은 골목으로 공사 차량이 오가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큰 도로와 연결된 부지를 사서 큰길에서 바로 공사 차량이 들어올 수 있게 하려고 주차장을 마련한 것이다. 교회 입장에서는 더 이상 주차장을 확장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광주동명교회는 2010년 건축위원회를 꾸려 교회 건축을 준비해 왔다. 2016년 한 차례 계획이 틀어진 뒤 규모를 더 작게 하여 완성한 신축 건물 투시도. 사진 제공 광주동명교회건축위원회

이들은 주민들의 문제 제기를 이해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다고 했다. 2016년 8월, 교회는 지금 설계보다 더 큰 규모로 새 예배당을 설계해 구청에서 건축 허가까지 받았다. 그때는 아무 말 없다가 더 작게 짓는다고 한 지금 왜 문제를 제기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광주동명교회는 전 교인과 오랜 기간 건축을 준비해 왔다고 했다. 2010년 건축위원회를 구성해 매월 교인들 앞에서 교회 건축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해 왔다. 2016년 계획이 한 번 엎어졌을 때도 숨기는 것 없이 자세한 내용을 교인들에게 알렸다. 예배당 신축 예산의 2/3도 이미 모아 놓은 상태다.

내적으로는 오랜 기간 투명하게 준비한 교회가, 왜 바로 옆에 사는 주민들과 먼저 대화할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전 아무개 장로는 "솔직히 교회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교회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전 장로는 "반대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고 주민들이 불편할 것을 어느 정도 알면서도 먼저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교회가 그런 다양한 지점까지 생각하지 못해 이런 문제가 발생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동구청 "법 저촉 안 돼 심의 통과"
구의원들, 교회와 주민들 중재 나서
"주민과 척지면 교회도 안 좋아"

현재 광주동명교회와 주민들 입장에 교집합은 없다. 동사모는 교회를 신축하지 말고 지금 건물을 보수해서 쓰거나, 교회가 아예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회는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건축 심의가 끝난 만큼 별 탈 없이 건축 허가를 받아 계획대로 진행하기를 원하고 있다.

교회는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지금처럼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는 공사를 시작한다 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이 상황에서 교회가 공사를 강행하면, 소음과 불편을 견디다 못해 자신들이 떠날 수밖에 없다며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법적으로 보면 새 예배당 건축에 문제는 없다. 관련 사안을 담당하는 동구청 건축과는, 건축 심의 과정에서 민원을 전달해 계획에 반영했고, 건축법상 하자가 없으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폭 4m 도로 사이에 주택과 교회 건물(오른쪽 주차장 부지)이 마주할 예정이다. 교회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도로 폭을 6m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런 상황에서, 광주 동구 전영원 구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몇몇 의원이 중재자로 나섰다. 이들은 8월 31일 교회 건축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동사모와 교회가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전영원 의원은 기자에게 "교회가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동명동이 지역구는 아니지만, 현재 구의회에서 사회도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주민들 이야기를 듣게 됐고, 어떻게든 주민들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 의원은 "교회 일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여 협박 전화를 받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교회가 이렇게 주민들과 척을 지면서 가는 건 교회에도 안 좋다. 이렇게 안 좋은 이미지로 만들어 놓고 앞으로 선교는 어떻게 하고 지역사회는 어떻게 섬길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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