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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들 여행 보내 주는 교회

[인터뷰] 신원마을교회 최영규 목사 "쉴 틈 없는 교인들에게 '희년'을"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8.08.30  18: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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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마을교회 최영규 목사는 자신만의 목회 철학을 바탕으로 교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가난은 어린아이를 일찍 일터로 내몰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배추를 나르고, 신문을 배달해 가며 생계를 책임졌다. 최영규 목사(신원마을교회)는 군대를 전역한 뒤에도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사료 공장과 꽃집에서 일하고 건축자재 영업도 했다. 은행 카드 영업부를 끝으로, 신학대학원에 입학하기 전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노동 현장에 있을 때 최 목사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노동강도도 보수도 아니었다. 회사를 이끄는 기독교인의 위선이었다. 회사 사장들은 공교롭게도 교회 장로, 안수집사 등 직분자였다. 이들에게서 사랑, 정의, 화평 등 기독교 정신은 볼 수 없었다. 안수집사 사장은 월급을 떼먹고 도망갔다. 장로 사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부동산 투자를 했다. 강제로 월요일마다 예배하게 했다.

최 목사는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기독교인 사장들이 가증스러웠다. 예수를 믿고 따른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던 최 목사는 '노동자를 위한 교회를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최영규 목사는 2015년 4월, 고양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신원마을교회를 개척했다. 3000세대가 사는 곳이지만, 교회는 신원마을교회가 유일했다. 예배당으로 사용할 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았고, 다른 단지에 비해 월세가 비싼 편이었다. 주위에서는 만류했지만, 최 목사는 이만한 장소가 없다고 보고 교회를 세웠다.

예배당은 12평으로 작고 아담하다. 강대상과 피아노, 의자 20개 정도를 놓으니 예배당이 꽉 찼다. 최 목사 가정으로 시작한 교회는 첫해에만 16명이 등록했다. 교인 대부분은 아파트 주민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20여 명이 출석하고 있다. 평범한 작은 동네 교회 같아 보이지만, 신원마을교회에는 특이한 점이 많았다.

8월 30일 오전 신원마을교회를 찾았다. 아파트 단지는 고요했다. 채 분양이 되지 않은 상가와 편의점 사이에 작은 예배당이 보였다. 현관 바로 앞에 있는 장독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장독대에는 쌀이 담긴 1.5L 페트병 4개가 들어 있었다. 성미聖米함이다. 혹시 필요할지도 모를 이들을 위해 갖춰 놓았는데, 1주일에 3~4통씩 나간다고 한다.

인터뷰 예정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는데, 교회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누구나 와서 기도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하고 있다. 최영규 목사가 밝은 표정으로 교회에 들어섰다. 인사를 나눈 뒤 최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 이야기부터 꺼냈다. 동맹휴업한 장신대 학생들이 대견하다며 치켜세웠다. 2시간 넘는 인터뷰 내내 최 목사는 밝은 표정을 지었다. 노동문제와 사회문제를 외면하는 한국교회를 소리 높여 비판하기도 했다.

"'갑'들만 누리는 안식 제도,
교인들도 누려야
사회적 아픔에 교회가 반응해야"

교회 문 앞에는 '사랑의 쌀독'이 놓여 있다.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쌀을 가져갈 수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노동자를 위한 교회를 세우고 싶었던 최영규 목사는 애당초 서울 종로에 개척하는 것이 목표였다. 주중에 일하는 직장인이 쉬거나 기도할 수 있는 교회를 세우고 싶었다. 최 목사는 "노동자로 살아왔고, 지금도 노동자(최 목사는 목사도 노동자라고 말했다 – 기자 주)로 살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 교회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이 어려워 지금 장소에 자리를 잡게 됐다.

교회 이름도 원래 '삼송VIP교회'로 지으려고 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최 목사의 소신을 반영한 것이다. 최 목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사람은 계급과 지위를 넘어 모두가 VIP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의미에서 교회 이름을 지었지만, 노회에서 영어가 들어간 교회 이름은 이상하다며 극구 반대했다. 최 목사는 "조금 아쉽지만 지금 이름도 만족한다"며 웃었다.

신원마을교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희년 여행 프로그램'이다. 구약에 나오는 안식과 희년 제도는 특정인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도입했다. 최 목사는 "안식년 제도를 담임목사나 교수, 지식인들 정도만 누리고 있다. 사회에서 말하는 '갑'들은 누리고 있지만, '을'들은 그렇지 못하다. 모두가 안식 제도를 누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행 중"이라고 했다.

신원마을교회는 지금까지 두 가정이 희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지원했다. 1인당 25만 원씩 지원했다. 4인 가족의 경우 100만 원이다. 희년 여행은 교회 등록 순서대로 보내 주고 있다.

최 목사는 "교인들은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교회에 나와 봉사한다. 쉴 틈이 없는 교인들도 쉬어야 한다. 희년의 핵심은 자유다. 교회에 왔는데 자유와 안식을 누리지 못한다니, 이 얼마나 모순인가. 하나님은 우리를 자유로운 존재로 부르셨다"고 했다.

교인 등록하려면 '서약서', '간증문'
인권, 통일 사역 강조하는 교회
"비판에 앞서 교회 먼저 정화해야"

최영규 목사는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기 위해 정관을 만들었다. 개척 4년 차를 맞이한 최 목사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탐심'이다. 제대로 된 정관은 과욕을 부리지 않도록 하는 하나의 장치였다. 무분별한 수평 이동을 방지하고자 타 교회 신자 등록 수를 25명으로 제한하고, 장년 수도 100명을 넘지 않도록 했다. 만일 100명을 넘게 되면 분립하기로 했다.

담임목사는 5년마다 재신임을 받도록 했다. 총회에서 면직 이상의 처벌을 받거나, 사회 법에서 100만 원 이상 형을 받으면 자동 면직한다는 규정도 넣었다. "담임목사 사례비는 우리나라 도시 노동자 평균임금을 넘어설 수 없다"고도 정관에 못 박았다. 어렸을 때부터 일해 온 최 목사는 돈의 가치를 귀중히 여긴다. 교인이 낸 헌금은 '피'와 '눈물'이라고 말했다.

"교인들이 낸 헌금은 피로 보인다.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헌금을 낸다. 심지어 암에 걸린 교인도 십일조를 낸다. 교통사고를 당한 교인은 보상금을 헌금으로 냈다. 교회 형편만 되면 안 받고 싶을 정도다. 피 같은 헌금을 함부로 쓸 수가 없다. 교인이 낸 헌금은 피와 눈물로 보인다."

신원마을교회는 12평형 상가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지만, 아무나(?) 다닐 수 있는 건 아니다. 정식으로 교인이 되려면, 서약서에 서명하고 교회에 등록하려는 이유를 담은 '자기 간증문'도 작성해야 한다. 최 목사가 진행하는 새 가족 교육도 들어야 한다.

최 목사는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적에 동의하는 사람이 오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진입 장벽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장단점이 있었다. 일단 등록한 교인은 열심히 교회를 다닌다. 반면 교인이 느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서약서에는 교회의 네 가지 규칙이 쓰여 있다. 최 목사는 규칙 중 세 번째 "나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인권과 통일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하는 사역에 동참한다"를 강조했다.

"인권은 보편적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세상 어느 곳보다 교회가 사람을 가장 잘 대접해 줘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교회는 노동문제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교회는 세상과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처우는 세상보다 더 열악하다. 예를 들어, 교회 직원(전도사, 부목사, 관리집사 등)은 담임목사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한다. 교회야말로 인권에 눈을 뜨고, 현실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분단 문제도 마찬가지다. 분단은 악惡 중의 악이다. 우리나라 민족 문제는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고 본다. 교회가 기도하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서약서에 넣었다."

한국교회는 특히 '인권'에 예민하다. 보수 기독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해 오고 있다. '동성애' 때문이다. 최 목사는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 보수 교회 입장을 따른다고 했다. 다만, 지금처럼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국면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회가 어떤 사안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교회가 먼저 정화되고 바로 서야 한다. 법을 어겨 가며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해도 제재를 가하지 않고,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를 면직하지도 않는다. 부끄러운 짓을 한 교회가 다른 문제를 논할 자격이 있을까. 우리 안의 잘못은 감싸고, 세상의 잘못만 비난한다면 우리는 계속 '개독교'로 불릴 것이다."

신원마을교회는 교인을 위해 희년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 목사는 "교인들도 안식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얼마 전 최영규 목사는 팽목항에 있는 세월호 분향소를 다녀왔다. 최 목사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쌍용자동차 노동자 부당 해고, 용산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등 각종 사건을 시대의 십자가로 이해했다. 사회적 문제에 교회가 적극 반응했으면 한다고 했다.

"우리 기독교인은 2000년 전 죽은 예수님을 기억하고 추모해 오고 있다. 그 죽음마저 기억하고 애도하는데, 우리 시대에 일어난 안타까운 죽음을 기억하지 않고 외면하는 게 신앙인의 태도일까 싶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교회가 관심과 애정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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