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호남신학대학교(고만호 이사장) 성서 주석 표절 논란을 겪은 최흥진 총장에 대한 저서 자기 표절과 논문 이중 게재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학 소속 일부 교수 및 동문들은 자기 표절 및 논문 이중 게재를 통한 '연구 실적 부풀리기', '연구비 부당 수령' 의혹을 제기하고 "최 총장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술렁이는 중이다.

최흥진 총장 저서 표절 논란은 2017년 페이스북 그룹 '신학 서적 표절 반대'에서 시작됐다. '신학 서적 표절 반대' 운영자 이성하 목사는 최흥진 총장이 2015년 출간한 <요한 1·2·3서 / 유다서>(한국장로교출판사) 주석이 "브라운(R. E. Brown)과 크루즈(C. G. Kruse)를 비롯한 외국 유명 신학자 저서를 베끼다시피 하였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 주석서를 자세히 살펴서 '최흥진 총장 표절 의심 자료' 시리즈 1~6을 '신학 서적 표절 반대'에 공개했다. 처음에는 몇 대목을 타이핑하여 해외 서적과 비교했으나 나중에는 사진 자료를 올려 원문과 대조할 수 있게 했다.

이성하 목사가 공개한 최흥진 총장의 표절 의심 자료 일부. <요한 1·2·3서 / 유다서>(한국장로교출판사, 2015)는 Colin G. Kruse의 주석서 <The Letters of John>(PNTC, 2000) 내용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최 총장은 인용 표시를 달지 않았다. 사진 제공 정병진

이성하 목사의 의혹 제기에 최 총장은 "혹시 문제 되는 것이 있으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는 답신 메일(2017. 7. 18.)을 보냈다. 해당 출판사 관계자는 21일에 "<요한 1·2·3서 / 유다서> 주석은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올해 상반기에 다 회수했기에 매장에는 없다. 이미 구매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아직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으나 환불 요청을 하면 어찌할 것인지 앞으로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고 했다.

최흥진 총장이 쓴 요한복음 주석서와 연구서에서도 표절 의심 대목이 다수 발견됐다. 최 총장은 2006년 1월, 신학 전문 도서 시리즈 중 하나로 <요한복음>(한국장로교출판사)을 출간했다. 이듬해 12월에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 - 설교를 위한 요한복음 연구>(한국성서학연구소)를 펴냈고, 2016년 6월에는 박사과정 제자인 황세형 목사와 더불어 <설교를 위한 요한의 예수 이야기(1)>(기독교문서선교회)를 공저하였다.

내용이 겹치는 최흥진 총장 저서들. 사진 제공 정병진

세 권의 책은 제목과 표지, 출판사가 다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많게는 몇 장의 여러 문단에서 똑같은 대목이 발견된다. 최흥진 총장은 자신의 책 <요한복음>의 많은 본문을 <말씀이 육신이 되어>에 그대로 갖다 쓰면서도 이 사실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설교를 위한 요한의 예수 이야기(1)>에서는 '제1부 요한복음의 이해' 각주 1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요한복음 개요와 본문 연구는 최흥진, <요한복음>(한국장로교출판사, 2006), <말씀이 육신이 되어>(한국성서학연구소, 2007)의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남형두 교수의 <표절론>(현암사)에 따르면, 위 인용처럼 책 맨 앞부분에 포괄적 출처를 밝혔다고 해서 '표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술적 저작이라면 본문에서 인용 주를 달아 독자에게 '권위 원천 제시' 및 '검증 편의 제공'을 해야 하는데, 그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다(240~244쪽).

하지만 최 총장 저서들은 '자기 표절' 의혹을 받기에 남 교수가 밝힌 인용의 두 가지 목적(권위의 원천 제시, 검증 편의 제공)과 크게 상관은 없다. 최 총장은 세 권의 책에서 각주를 달아 인용 출처를 밝히기도 한다. <설교를 위한 요한의 예수 이야기(1)>에서는 책 서두에 포괄적으로 출처를 밝혔다. 이처럼 본문과 서두에 각주를 달아 인용한 자료 출처를 제시하였다면 '표절' 논란을 피해 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최 총장은 <요한복음> 출간 이듬해 펴낸 <말씀이 육신이 되어>에서 <요한복음> 내용을 '복제' 혹은 '중복 게재'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일부 내용만 수정 보완하고서 마치 새로운 단독 저서인 것처럼 책을 출간했다. <설교를 위한 요한의 예수 이야기(1)> 5장 '가나의 혼인 잔치 표적의 의미(요 2:1-12)'의 각주 1은 <요한복음> 96~97쪽 하단 각주 48과 내용이 동일한데도, 그 각주에서 참고서로 밝힌 김득중 교수의 <요한신학> 68~69쪽을 누락하여 마치 자신의 독창적 아이디어인 것처럼 바꿔 놓기도 하였다.

논문 이중 게재 의혹을 받는 최 총장의 두 논문. 각각 2001년, 2004년 <신약논단>에 투고한 것이다.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사진 제공 정병진

저서 표절 의혹에 이어, 최 총장이 학술지에 논문을 이중 게재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2001년 학술지 <신약논단>(8/1) 29~49쪽에 '요한 공동체와 성만찬 논쟁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투고했다. 2004년 같은 학술지 <신약논단>(11/4) 775~796쪽에 '요한의 성만찬'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그런데 두 논문 제목은 다르나, 내용을 대조해 보면 거의 동일하다. 논지나 문장이, 유사한 것 정도가 아니라 극히 일부 단어나 문단 첨삭을 제외하면 복제한 것처럼 똑같다.

이성하 목사는 26일 최흥진 총장의 두 논문을 자세히 대조해 이중 게재 사실을 밝힌 뒤 "너무 기가 막힌 일이라서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혹시라도 최흥진 총장이 이 두 논문으로 어떤 업적 평가나 금전적인 대가를 받았다면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저술 표절 논란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최흥진 총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으나, 그는 응하지 않았다. 다만 출판사 기독교문서선교회 관계자는 21일 통화에서 "최흥진 총장과 통화를 해 보았다. '공저자 황세형 목사가 그 책이 (황 목사가 담임하는) 교회서 필요하다며 의뢰해 제작해서 교회서 쓰는 거로 해서 출간했고 출판한 책 대부분을 그 목사님이 가져갔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건 조금 남은 몇 권이지 거의 판매가 안 된다. (최흥진 총장은) 이름만 내준 거고 중간 역할만 한 거라고 했다. 시중에서 거의 판매가 안 되는 책이니 양해를 해 달라. 교회용이지 판매용은 아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확인해 보니 계약도 (공저자인) 황세형 목사와 했다"라고도 말했다.

"교회용으로 쓸 거면 애초 '비매품'으로 제작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현재 인터넷 서점들에서 판매되고 있기에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래 교회에서 쓰려고 출판했다면 절판해야 하지 않나"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의논해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최 총장의 저서 표절 및 논문 이중 게재 의혹을 접한 이 대학 동문 김병균 목사(고막원교회)는 "신학자가 이 정도까지 무너졌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흥진 총장은 논문 표절 의혹을 밝히라"고 했다. 장헌권 목사(서정교회)는 "교수로서 자격이 없다. 교육부에서 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남신대 강성열 교수는 "참으로 가슴 아프고 서글픈 일"이라며 "명성 사태와 판박이"라고 했다.

정보 공개 청구로 호남신대가 공개한 교수들 연구비 수령 내역. 2016년 6월 3일 최** 교수가 학술 도서 및 학술 논문 게재료 350만 원을 수령한 것을 알 수 있다. 최흥진 총장과 황 목사가 쓴 <설교를 위한 요한의 예수 이야기(1)>은 그해 6월 10일 출간됐다. 사진 제공 정병진

한편, 호남신대에서 정보 공개 청구로 받은 연구비 관련 자료와 학교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최 총장은 <설교를 위한 요한의 예수 이야기(1)>를 출간한 뒤 연구비 350만 원을 수령하였다. 해당 출판사도 교계에서 잘 알려진 곳이라, 시중 판매보다 공저자 황 목사 교회에서 쓰기 위한 용도로 책을 냈다는 해명은 궁색해 보인다.

<신약논단>을 펴내는 한국신약학회 관계자는 최 총장의 논문 이중 게재 의혹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관련 사실을 보고해 내부 조사를 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학회 연구 윤리 규정에는 "연구 부정행위자에 대해서는 투고 논문을 취소하고, 향후 5년 이내로 본지에 일체의 투고와 원고 게재를 금지한다"고 적혀 있다.

이후 한국신약학회는 최 총장의 <신약논단> 논문 이중 게재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알려 왔다.

"편집위원회와 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알아보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벌써 정리된 걸로 파악됐습니다. 2016년 6월 1일 신약학회 당시 윤철원 회장 명의로 최흥진 교수님께 서신 형식이 사실 확인서 공문이 발송됐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제목 '호남신학대학교 최흥진 교수 <신약논단> 논문 게재 사실 확인서', '위 회원은 한국신약학회에서 발행하는 <신약논단>에 교수님의 논문 요한 공동체와 2001년도, 2004년도 이런 제목으로 약간 및 요약 수정된 내용으로 게재된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는 2004년 본 학회에서 주최한 요한복음 세미나의 강연 원고를 초록도 없는 상태로 본 학회가 학회원들에게 널리 읽히기 위해서 본인과 상관없이 임의로 게재한 것임을 밝힙니다.' 그래서 두 번째 논문은 (논문 검색 엔진 등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삭제 처리 중입니다."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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