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강 목사가 노회에 '목사 면직' 청원을 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故 이수연 씨(가명)가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강 아무개 목사가 노회에 '목사 면직 청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의 죽음에 대해 책임 의식을 지고 목회를 관두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시 미성년자였던 이 씨와 연인 관계였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신학생이던 이수연 씨는 8월 3일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이 씨가 남긴 유서에는 "강 목사로부터 셀 수 없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적혀 있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강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예장대신) 소속으로, 서울 구로에 있는 A교회 부목사로 지내고 있었다. 강 목사는 A교회에 부임하기 전, 이 씨가 다니던 교회에서 중·고등부 목사를 지냈다.

강 목사는 이수연 씨의 사망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전달받았다. 이 씨의 어머니가 유서를 확인한 뒤 강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딸의 부고를 알렸다. 그는 8월 22일 기자를 만나 "이미 A교회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다음 주에 왔다면 나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과거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에 대한 책임 의식을 지고 사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서에 나오는 내용과 달리 자신은 강간이나, 성폭력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 목사는 다음 날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목회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목사직 내려놓겠다. 다시 목회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것 같아 노회에 목사 면직을 청원하겠다. 목회자로서 부정한 관계를 가진 것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일간지들도 보도하면서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강 목사가 속한 노회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예장대신 B노회 직전 노회장이자 현 정치부장 이 아무개 목사는 8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흔한 일도 아니고 이 정도면 당연히 면직 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본인 스스로가 면직을 원하고 있고, 사건과 관련해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있어서 치리하는 건 어렵지 않다. (강 목사 면직 건은) 10월 정기노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 정도면 결과는 뻔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목사는 고인과 유가족에게 대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유가 어찌 됐든 목회자가 학생을 대상으로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고인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교단과 신학교 차원에서 성교육 등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회가 강 목사에 대한 치리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 아버지 이명근 씨(가명)는 "나도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강 목사와 같은 사람이 목회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회가 약속대로 꼭 강 목사를 치리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노회 치리와 별개로 경찰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이 씨는 "지난주 토요일(8월 25일) 서대문서 여청계가 수사를 시작했다고 알려 왔다. 수연이가 쓰던 핸드폰과 노트북을 자료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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