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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는 살지 몰라도 한국교회는 파괴"

[인터뷰] 예장목회자대회 공동대표 김기·최현성 목사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8.08.23  18: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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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목사들이 명성교회 세습에 맞서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 세습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목회자들은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총회헌법수호를위한예장목회자대회'(공동대표 김기·리종빈·박은호·안광수·양인석·임대식·임희국·진희근·최현성·한경호)가 9월 3일 오후 3시 서울 종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목회자대회준비위원회는 행사를 앞두고 8월 23일 대전제일교회(김철민 목사)에서 연석회의를 진행했다. 대회 장소와 일정 등을 놓고 2시간 넘게 회의했다. 애당초 대회는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장통합 유지재단(지용수 이사장)과 100주년기념관운영위원회는 "정치적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시설 사용을 불허한다고 했다. 장소 사용을 불허한 예장통합 전 총회장 지용수 목사는 "명성교회 욕할 시간에 전도나 하라"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준비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장소 대여가 안 될 경우, 기념관 앞에서 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예장통합 목회자들이 개교회 문제 때문에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사례는 없다. 준비위원회는 명성교회에 아쉬움을 표출했다. 공동대표 박은호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노회와 총회 단체 등에서 성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 역사상 이런 적이 있었나. 그럼에도 명성(교회)은 돌이키지 않을 것이다. 명성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목사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양인석 목사는 힘의 논리에 따라 법질서가 무너졌다며 서글픈 일이라고 평가했다. 양 목사는 "법을 지켜야 할 명성이 너무 쉽게 법을 어겼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법이 (앞으로)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연석회의가 끝난 직후 공동대표 최현성 목사(용암동산교회), 김기 목사(낭월교회)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목사는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총회가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총회 재판국이 헌법 준수 안 해
명성교회 세습 지나간 자리, 
분열로 얼룩져"

공동대표 최현성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이 한국교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교계 안팎의 우려에도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부자 세습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최현성 / 명성교회 손을 들어 준 재판국원 8인이 헌법 28조 6항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은퇴하는'과 '은퇴한'의 차이를 들어 명성교회의 세습을 정당화한 게 이해가 안 된다. 대를 이어 목회를 못 하도록 한 법 제정 취지를 완전히 무시했다. 헌법을 준수하지 않은 판결로 본다.

김기 / 나는 예장통합 대전노회 소속이다. 대전노회는 올해 4월 정기회에서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헌의안을 올리기로 결의했다. 그 이면에는 총회 재판국이 극단적 판결을 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재판 결과가 안타깝기만 한데, 차라리 이번 기회를 통해 총회가 각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면 한다.

- 총회 재판국 판결문을 보면 "세습이란 용어의 사용은 부적절하다. 세습 용어를 사용해 불신자들에게 교회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나온다. 교단 헌법을 어기고 세습을 한 교회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용어를 문제 삼고 있어 황당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 /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5년 전 명성교회에서 세습금지법을 만들었을 때, 우리 총회는 시대정신을 안고 있었다. 부와 권력의 대물림이라는 사슬을 끊기 위해 스스로 결단했다. 당시 사회도 교회 세습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사회적·교회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 세습금지법을 만든 것이다.

김삼환 목사님은 총회장까지 지내고 목회적으로 많은 업적을 이뤘다. 김하나 목사님도 뛰어난 인재인데,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두 목사님이 "세습하지 않겠다"고 한 말을 지켰다면, 이렇게까지 시끄럽지 않았을 것이다.

김 / 재판국은 세습이란 용어가 나쁘니까 쓰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무슨 단어를 써야 하는가. 승계 또는 교체라고 해야 하나. 용어 문제로 편을 가르려 하는 것 같다.

- 재판국은 "명성교회가 적법한 절차인 당회 결의와 공동의회 결의로 명성교회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 청원 건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통과되었다"고 했다.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교단 내 다른 교회들도 비슷한 절차를 밟아 아들이나 사위에게 물려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최 / 개교회 사정도 충분히 이해는 한다. 그러나 교회는 공교회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노회가 있고 총회가 있는 것 아닌가. 교단이 만든 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과연 명성교회가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할 수 있을까. 서울동남노회는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문제로 둘로 쪼개졌다. 당연히 노회장이 되어야 할 김수원 목사를 '직권 남용'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징계까지 했다. 이게 합당한가. 명성교회 세습이 지나간 자리는 분열로 얼룩져 있다. 총회마저 그렇게 될까 두렵다.

김 / 분명히 또 다른 세습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꼭 아들이 대를 이어 목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탐욕'이라고 본다. 나는 우리 교회에서 23년째 목회하고 있다. 교인 개개인의 성향이나 취향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만큼 우리 교회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거나, 교회 안정을 위해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자식이 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오더라도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탐욕을 버려야 교회 세습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 재판국 판결 이후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반발이 더 거세졌다. 노회와 각 단체가 비판 성명을 내고 있다. 실제 목회 현장에서는 어떤가.

최 / 마을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명성교회 세습 이야기를 꺼낸다. 이처럼 대형 교회 세습이 사회와 교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크다. 부디 명성교회가 자기 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모두를 생각했으면 한다. 명성교회는 세습해서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일로 한국교회는 파괴되고 있다.

김 /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 노회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에 있어서 의견이 통일됐다. 정작 노회 밖에서 걱정을 많이 한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에 앞장섰다가 불이익 당하는 것 아니냐고.

- 차기 총회장이나 목사·장로 부총회장 등 임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 주면 좋을 텐데, 입을 닫고 있다.

최 / 이번에 목사 부총회장, 장로 부총회장 모두 단독 출마했다. 여러 명이 나왔다면 모르겠는데, 단독 출마니까 명확하게 자기 소신을 이야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말 한 마디 잘못해서 표를 잃을까 봐 그런지 몰라도 아쉬운 지점이 있다.

김 / 출마자들이 입장 표명을 하긴 하는데, 시원하지가 않다. 너무 몸을 사리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총회를 이끌어 갈 임원으로서 명확한 입장과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데, 혹시나 다른 생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 103회 총회가 명성교회 세습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보는가.

최 / 세습금지법 정신이 허물어지면 안 된다. 총회 재판국 판결대로라면 담임목사가 오늘 은퇴식하고, 다음 주 공동의회 열어 아들이나 사위를 후임 목사로 청빙할 수 있다. 세습금지법을 무용지물로 만든 재판국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에 총회가 바로잡을 것으로 본다.

총회 재판국은 이번 판결에서 유독 '기본권'을 강조했다. 그런 식으로 치면 부목사가 담임목사를 못 하게 하고, 목사 30세, 장로 40세 나이 제한하는 것도 기본권 제한이다. 이러다 70세 은퇴도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할 판이다.

김 / 총대들이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의지가 크다고 본다. 5년 전 84% 찬성으로 세습을 금지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총대들이 바로잡을 것으로 본다. 총회는 결정적인 순간에 바른 결정을 해 왔다. 충돌이 예상되지만 잘 마무리되지 않겠는가.

"동성애 문제 키워 세습 희석
근거 없는 소문 퍼뜨리는 세력, 
총회 차원서 대응해야"

공동대표 김기 목사는 명성교회처럼 세습을 강행하는 교회들이 나올 것으로 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이 사안과 별개로 반동성애 진영이 장신대를 동성애 문제로 계속 공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성애 문제를 키워 명성교회 세습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최 / 합리적인 의심으로 본다. 동성애 문제를 키워 명성교회 세습을 희석하려는 것 같다. 실체가 불분명한 '장신대반동성애운동본부'라는 단체가 전면에 나서 "장신대가 동성애 물결로 뒤덮이고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총회와 장신대는 동성애를 부추기거나 옹호하지 않는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에 무지개 퍼포먼스를 한 학생들도 동성애를 옹호·조장한 게 아니라, 동성애 혐오 반대 차원에서 한 것이다. 학교 측의 충분한 해명에도 문제를 계속 거론하는 건 다른 저의가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것이다.

김 /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불의를 정당화하려는 세력은 맞대응할 만한 카드를 쥐고 나온다. 지금 동성애 문제로 장신대를 공격하는 그들이 그렇다. 근거 없는 주장과 소문을 퍼뜨리는 이들을 총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 / 안수를 받고 26년간 목회를 해 왔다. 예장통합 교단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크다. 사회문제와 관련해 목회자들이 들고일어난 적은 있지만, 개교회 문제와 관련해 뭉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계각층에서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은 한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일을 잘 마무리하면 한국교회가 공교회성을 회복하리라 믿는다. 목회자뿐만 아니라 교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김 / 교단법을 어겨 가며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 문제에 함구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하나님과 교인 앞에서도 떳떳하지 않다. 많은 목회자, 교인이 9월 3일 목회자 대회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

목회자 대회는 9월 3일 오후 3시, 서울 종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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