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백석과 예장대신의 통합이 3년 만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예장백석)과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예장대신)은 2015년 9월, 교단을 하나로 합치고 새로운 교단명을 '예장대신'으로 정했다. 통합한 예장대신은 예장합동·통합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큰 교단이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첫 총회장으로 추대된 장종현 목사는 당시 "하나님이 통합해 주신 교단을 끝까지 힘써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하나가 됐다며 기뻐하던 예장대신은 다시 쪼개지게 됐다.

2015년 통합 당시, 한쪽에서는 분열한 교단을 하나로 통합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며 박수 갈채가 이어졌지만, 한쪽에서는 통합 과정이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통합 원천 무효"를 외쳤다. 통합 찬성 일색이던 예장백석과 다르게,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했던 예장대신 쪽에서는 총대들 사이에 몸싸움까지 발생했다.

두 교단은 통합 총회 개최 전, 따로 총회를 열어 교단 통합안을 승인했어야 했다. 예장백석은 문제없었지만, 예장대신이 개최한 50회 총회는 의사정족수 미달로 개회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당시 총회장 전광훈 목사는 그대로 총회를 강행했다. 통합에 찬성하지 않은 총대들은 인근 교회로 옮겨 또 다른 50회 총회를 개최했다.

통합 쪽이 '예장대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하자, 잔류한 목사들은 자신들이 '예장대신'이라며 반발했다. 나중에는 혼선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예장대신 수호'(잔류)라고 표기했다.

이후 예장대신 수호 측은 '통합 무효'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17년 6월, 양 교단 통합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통합 당시 의사정족수 미달로 총회 개회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이 총회에서 통과한 예장백석과의 통합 안건은 원천 무효라고 했다. 이 판결로 '대신'이라는 교단 이름도 예장대신 수호 측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회 법적으로 교단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구 예장백석 인사들 사이에서는 대신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백석'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솔솔 나왔다. 작년 9월 총회에서는, 2심에서도 패할 경우 회기 중에라도 임시총회를 열어 교단 이름을 '백석'으로 하기로 결의했다.

2018년 6월,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을 기각하면서 다시 한 번 예장대신 수호 측의 손을 들었다. 예장백석 전 총회장들로 구성된 총회정책자문단(장종현 단장)은 7월, 교단 이름을 '백석'으로 되돌리는 문제는 임시총회가 아닌 9월 10일부터 열리는 교단 총회 제1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하기로 했다.

2015년 9월, 예장백석과 예장대신 통합 총회가 열린 회의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장종현 목사는 기립 박수로 총회장에 추대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예장백석으로의 회귀는 이번 총회에서 문제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름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예장대신 출신 목회자들도 예장백석과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통합 당시 예장백석에 합류한 예장대신 통합(이탈) 측 목회자들은 2018년 3월, 법원 판결을 대비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했다. 항소심에서도 통합이 무효가 되자, 비대위는 8월 2일 모여 독자적으로 예장대신 50회 총회를 이어 갈지 아니면 예장대신 수호 측과 손을 잡을지 논의했다.

예장백석에 넘어가지 않고 잔류해 이름을 지켜 왔다고 생각하는 수호 측과는 감정의 골이 깊었다. 수호 측은 하나 된 총회 개최를 열려면, 먼저 비대위가 예장백석과 결별을 선언하라고 요청했다. 비대위는 이를 받아들여 목회자 600여 명의 실명을 공개하며 구 예장백석과 결별을 선언했다. 예장백석에 합류했던 예장대신 출신 목회자들은 수호 측과 함께 9월 10일 용인 기흥에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나 된다는 명분 아래 동상이몽
대신 측 "애초에 세 불릴 생각만"
백석 측 "이름에 목매 분열 자초"

3년 전, 양 교단은 분열된 한국교회를 통합하기 위해 교단을 통합한다고 했다. 여성 안수를 허락하는 예장백석과 그렇지 않은 예장대신은 신학적인 입장도 달랐지만, 두 교단은 하나 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점도 인정할 수 있다며 통합을 서둘렀다.

당시 교회 수가 더 많았던 예장백석은 예장대신 소속 교회 90%가 통합에 합류하면 교단 이름을 '대신'으로 하겠다고 약속했고, 일각에서는 예장백석이 교단 이름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교회 통합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추어올렸다.

하지만 다시 분열이 현실로 다가 온 지금, 예장백석과 예장대신 통합 측 목회자들이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달랐다.

예장대신 통합 측에 함께한 목회자들은 예장백석이 처음부터 세를 불리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A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백석은 처음부터 흡수 통합에만 관심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백석이 통합하면 지키겠다고 한 공약도 다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교단 이름만 바꿨지, 목회 현장에서는 여전히 백석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었다. 재판에 진 것보다 백석이 세를 불리기 위해 통합해 놓고 한국교회 연합 이야기하는 게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B 목사 의견도 비슷했다. 그는 "백석은 그동안 연합을 강조하며 군소 교단과 통합해 세를 불려 왔다. 겉으로는 연합·개혁을 말하는데, 알고 보면 쓸 만한 교회들을 불러들이고 자기 교단 소속으로 만들려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합병한 뒤에는 잔류파가 생기고 결국 멀쩡한 교단이 분열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우리도 거기에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장백석 C 목사는 "오직 '대신'이어야 한다는 일부 목사가 교단 이름을 중요하게 생각해 분열을 자초하고 있다. 3년 전 통합 당시, 자의든 타의든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는 건 통합에 동의했다는 얘기다. 하나님 앞에 동의한 걸 깨겠다는 건 장로교 역사에 먹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대신 통합 측 비상대책위원회가 8월 9일 발표한 예장백석과의 결별 선언문 일부.

비대위는 8월 9일 예장백석과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다시 예장대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발표했다. 또 "백석과 함께 지내다 보니 예장대신 정체성과 괴리가 있는 부분도 있었다.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 범위를 넘어서는 것들이었고, 우리에게는 아픔이 됐다"고 말했다.

비대위 박근상 위원장은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총회에서 법원이 항소를 기각할 경우, 회기 중이라도 교단 명칭을 변경한다고 결의한 뒤로 대신 쪽 목사들 마음이 많이 상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대신으로 가겠다고 했다면 우리도 여기에 남았을 텐데, 애초부터 대신 이름을 지키려는 마음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대신 쪽)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박근상 위원장은 예장백석과의 통합이 결과적으로 무리한 시도였다고 평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하나 되고 연합하는 건 좋은데, 이런 방식으로 교단을 통합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하는 건 작은 교단을 깨는 행위다. 지금 많이 후회한다. 앞으로 한국교회에 이렇게 불행한 통합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5년 9월, 통합 총회 당시 백석과의 통합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은 격렬하게 싸웠다. 그 뒤로도 이탈한 자들과 남은 자들은 서로 비난하는 일이 잦았다. 박근상 위원장은 "둘로 쪼개진 대신은 갈등이 깊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수호 측이 대신을 지켜 왔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함께 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앞으로 함께 대신 교단의 뜻을 이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예장대신 수호 측 목사는 8월 2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예장백석과는 신학적 차이 때문에 처음부터 함께할 수 없었는데, 이탈 쪽이 무리하게 일을 진행해 이 사달이 났다. 교단을 박차고 나간 사람들을 다시 받아 주는 것에 말이 많았지만, 다시 함께 대신 교단 설립의 뜻을 이어 가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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