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턱 숨이 막히는 무더위 소식보다 한 대형 교회의 세습 이야기에 가슴이 더 갑갑한 여름이다. 이렇듯 기독교와 교회 주변에서 나오는 소식을 듣고 있자면 교회에 정말 미래가 있는지 새삼 회의가 든다. 기독교에 정말 미래가 있을까? 복음주의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에 따르면, 기독교의 미래는 복음 전도의 우선성을 강조하는 복음주의에 달려 있고, 이런 인식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1)

들이 속한 사회가 기독교적임을 의심하지 않으며 기독교적 교육, 목회적 돌봄, 사회정의 사역을 강조하던 서구 교회가, 그들의 주위가 선교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면서 복음 전도의 필요성이 전면에 부상했다는 그의 분석은, 인도 선교사 레슬리 뉴비긴이 선교지에서 돌아와 목격한 경험과도 잇닿아 있다.2) 복음 전도가 기독교의 미래라는 맥그래스의 전망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한국교회가 선교의 대상이 된 우리 현실에서 선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존 스트토의 글에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새로운 내용을 덧붙여 낸 <선교란 무엇인가>(IVP)는 이런 우리에게 복음과 선교, 제자도의 의미를 새롭게 각성하게 해 줄 책이다. 기독교는 본질적으로 선교 지향적임을 확신했던 존 스토트는 평생에 걸쳐 선교의 총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펼쳐지는 하나님의 선교를 모든 그리스도인이 경험할 것을 요청했는데, 그런 자신의 선교 사상을 <선교란 무엇인가>에 압축적으로 담았다.

<선교란 무엇인가> / 존 스토트, 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 / 김명희 옮김 / IVP 펴냄 / 280쪽 / 1만 4000원. 사진 출처 IVP

1975년 처음 출간되자마자 이 책은 단번에 복음주의 선교 패러다임을 확립한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임 사역자나 전문 선교사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모든 백성이 온전한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하나님의 선교로 부름을 받았으며, 교회의 존재 및 교회가 행하는 모든 것에 선교적 차원이 있음을 역설하는 이 고전이 존 스토트의 동료이자 애제자 크리스토퍼 라이트에 의해 더욱 가치 있는 책으로 거듭났다.

라이트는 복음주의 선교의 기초가 되는 문헌인 로잔 언약(1974)과 케이프타운 서약(2010)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차근하게 톺아볼 뿐 아니라, 선교·전도·대화·구원·회심의 핵심 주제들을 압축적이고 함축적으로 표현했던 존 스토트 사상이 이후 그의 저작과 삶에서 어떻게 발전적으로 전개되었는지도 밀도 높게 추적해 나간다. 이로써 라이트는 총체적 선교의 적실성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고, 이 모든 내용을 자신이 주창하는 하나님 백성의 선교로 절묘하게 통합해 낸다.

스토트와 라이트가 말하는 총체적 선교, 하나님 백성의 선교가 지금 우리 현실에 얼마나 적실한지는 지지난 주 열린 우리나라 최대 선교 동원 집회인 선교한국 대회를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선교한국 대회는 '한국 선교 미래 이슈'라는 주제로 급변하는 세계 동향을 살피고 한국 선교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모임을 위해 국내 여러 신학자와 선교사들이 1974년 로잔 언약 이후 전 세계 선교사, 학자들이 발표한 40년간의 로잔 운동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해 중요 이슈 100가지를 선정한 후, 이를 중심으로 해외 선교 단체와 학생 선교 단체 2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그 분석 결과를 3가지로 요약했다. 모두의 선교(선교의 보편성), 광장에서의 선교(선교의 공공성), 모든 삶에서의 선교(선교의 총체성)가 그것이다.3) 이는 스토트가 이 책에서 오롯이 주장해 왔던 것이며, 라이트가 그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며 전개한 하나님의 선교의 핵심이다.

이 같은 선교한국의 반성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선교적 일상으로 부르심을 받았으며, 복음은 노동·인권·여성·환경 같은 사회적 문제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개인·사회, 창조 세계를 아우르는 공공성과 통전성을 본질로 한다는 총체적 선교 사상이 여전히 주목받아야 함에 대한 방증인 셈이다.

한때 교회가 하는 모든 사역에 '선교'라는 이름을 붙이고, '보내는 선교사'라는 특이한 말로 모든 신자로 하여금 주님의 대위임령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는 이야기가 교회 안에서 자주 들리던 때가 있었다. 이런 호소는 상당 기간, 그리고 상당한 정도의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선교와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선교사가 되어 버리는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자, 역설적으로 선교는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마치 "삶이 예배고 예배가 삶이다"는 주장으로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이 공적 예배의 가치와 소중함을 잃어버려 오히려 예배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러자 이런 현상의 위험성을 걱정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경고도 함께 들렸다. "모든 것이 선교라면 아무것도 선교가 아니다"는 선교학자 스티븐 닐의 경고가 대표적이다. 당연히 교회가 곧 선교는 아니기에 교회의 모든 일이 선교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든 영역, 인생의 모든 부분이 하나님의 새롭게 하시는 사역을 증언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선교한국의 반성과 같이 최근 복음주의 신학은 총체적 선교의 가치를 재발견하며 선교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선교란 무엇인가> 확대 개정판은 정확히 이 맥락에서 선교와 전도뿐 아니라 복음, 기독교 제자도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해 주는 우리 시대 고전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것이다.

정지영 / IVP 기획주간

*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발행하는 '좋은나무'에 실린 글입니다. 허락을 받고 게재합니다(원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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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IVP, 2018), 203쪽
2) 이는 뉴비긴이 자신의 선교신학을 전과 다른 전혀 방향으로 정립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그의 성찰을 바탕으로 최근 우리 교회 안에서 확산되고 있는 미션얼(missional) 교회 운동도 이 맥락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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