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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강간 미수 목사, 징역 3년

피해자 역고소했다가 무고죄 추가…교회에는 사직서 제출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8.22  13: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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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리가 죄가 없다고 말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만일 우리가 범죄하지 아니하였다 하면 하나님을 거짓말하는 이로 만드는 것이니 또한 그의 말씀이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하니라(요한1서 1장 8-10절)."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 재판정에 성경 말씀이 울려 퍼졌다. 김연학 부장판사는 8월 22일, 조카에게 성폭력을 가하려다 미수에 그친 박승렬 목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기 전 잠시 성경 구절을 낭독했다. 모든 증거와 정황으로 볼 때 강간 미수가 확실한데도, 끝까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박 목사에게 성경 말씀을 들려준 것이다.

박승렬 목사는 지난해 봄, 혼자 살고 있는 조카 집에 찾아가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조카는 박 목사가 서울 서초구에 개척한 ㅅ교회에 20년 넘게 다닌 교인이기도 했다. 이후 피해자가 박 목사를 고소하자, 그는 피해자에게 무고 혐의를 씌워 맞고소했다. 검찰은 피해자를 무혐의로 처분했고, 반대로 박 목사에게 무고 혐의를 더해 재판에 넘겼다.

박 목사와 변호인단은 재판 과정에서 강간 미수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평소 심장이 안 좋은 박 목사가, 조카와 대화하던 중 일어나는 과정에서 어지러움을 느껴 쓰러졌고, 이때 옆에 서 있던 조카를 붙잡고 침대로 쓰러진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 중에는 박 목사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도 있었다. 이는 피해자 남자 친구가 찍은 것이다. 남자 친구는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와 함께 집에 있었는데, 자정이 넘은 시간 갑작스러운 박 목사의 방문에 놀라 집 한구석에 숨어 있다가 피해자의 비명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1부는 조카에게 성폭력을 가하려다 미수에 그친 박승렬 목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변호인단은 이 증거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변호인단 주장만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없고, 파일에 등장하는 피해자와 남자친구의 말, 박 목사의 행동이 자연스러워 조작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승렬 목사 측은 피해자가 늦은 시간 남자친구와 함께 있던 것이 들통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박 목사를 허위로 고소한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박 목사와 변호인단은 피해자가 사건 이후 보여 준 행적까지 문제 삼으며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자의 일반적인 모습과 많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것 또한 피해자에게 나름의 사정이 있었고, 피해자 나이와 사회적 위치로 봤을 때, 남들이 보기에 평소와 다르지 않아야 했기에 납득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 판결에 따르면, 박승렬 목사는 사건 발생 후 피해자에게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고, 어떻게든 피해자를 회유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문자를 보낸 뒤에도 박 목사는 경찰, 검찰, 재판부 진술 과정에서 자신의 범죄행위를 부인했다. 박 목사는 이 메시지에 대해 목회자로서 일단 사과하는 습관이 베여 있어서 그렇게 보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박승렬 목사가 범행을 저지르고도 죄를 인정하지 않는 점, 피해자가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 교인으로 목사-교인 관계에 있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죄질이 나쁘다고 했다. 또 피해자가 정신적인 충격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함께 교회를 다니던 가족들 사이의 신뢰 관계가 파괴돼 괴로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박 목사는 문제를 회피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징역 3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김연학 부장판사는 선고를 시작하기 전 "재판부가 드릴 말씀이 있다"며 한 동화를 인용해 발언을 이어 갔다. 죄를 짓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나중에야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내용의 동화였다. 김 판사는 "사람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나서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다시는 그 죄를 짓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여기에는 자기애와 교만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주문을 선고하기 전에도 잠깐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죄를 지은 뒤, 하나님께로 돌아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죄지은 것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다 보면, 주님께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며 성경 말씀을 낭독했다.

교회 관계자 "교회가 제일 큰 피해자"
노회장 "교단 절차 따라 처리하겠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없어

재판에는 ㅅ교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선고를 지켜봤다. 한 관계자는 재판이 끝난 뒤 "박 목사는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동안은 목사님이 그런 일 없다고 하시니까 재판을 지켜본 건데, 이제 이렇게 사회 법의 판결을 받았으니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ㅅ교회 교인이었던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는 "교회가 제일 큰 피해자다. 우리 교회는 앞으로 노회가 하라는 대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승렬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이다. 그가 속해 있는 서울동노회 윤찬우 노회장은 8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박 목사 사직서는 시찰회에서 수리했다. 박 목사는 사회 법에서 징역형을 받았고 이미 목회자의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에 교단법 절차에 따라 징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막 판결이 나왔고 앞으로 항소 여지도 남아 있기 때문에 추이를 보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 기사에 등장하는 박승렬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와 동명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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