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Fresh Expressions of Church·FxC)을 주제로 미국 애즈베리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주상락 목사가 9월부터 <뉴스앤조이>에서 연재를 시작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FxC는 기존의 건물 중심 교회와 다른, 공동체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교회들이다. 지역과 상관없이 취미 등 비슷한 공감대를 중심으로 모이는 교회들도 FxC에 속한다. 주 목사는 연재를 통해 FxC의 기초 개념과 사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주 목사는 캠퍼스 사역을 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애즈베리신학교(전도와교회개척 전공)에서 공부했으며, 미국연합감리교회 북앨라배마연회에 소속해 한인 목회를 했다. 미국연합감리교회 FxC 지도위원으로 사역하면서, 교단 차원에서 FxC 교회들을 지도하며 강연을 계속해 왔다. 최근 귀국해 한국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주상락 목사를 8월 17일 서울 충무로 희년평화에서 만났다. 한국교회 상황에서 FxC를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지, 기존 교회들과 FxC가 함께할 수 있는지, 연재에서 다룰 이야기 등에 대해 물었다.

주상락 목사는 9월 첫째 주부터 격주 간격으로 <뉴스앤조이>에 FxC의 개념들을 소개하는 글을 연재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다. 그동안 어떤 활동들을 해 왔나.

미국으로 유학 가기 전까지는 캠퍼스 사역을 했다. 고려대 기독학생연합회 간사로 제자 훈련을 담당했다. 캠퍼스 사역을 하면서, 믿지 않는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이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 복음부터 전하면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관계를 먼저 형성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서로 신뢰하는 관계가 된 후 제자 훈련으로 초대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었다. 이와 같은 관심에서 전도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미국 애즈베리신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애즈베리신학교는 FxC와 연관성이 많다. Fresh Expressions US와도 연결돼 있다. 신학교 중에서도 FxC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FxC로 학위 논문을 처음 썼다. 어떻게 하면 믿지 않는 이들에게 다가가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였다. 이후 주로 이민 교회에서 목회를 하게 됐다. 성결교 출신이지만, 미국연합감리교회 소속으로, 오하이오주립대학과 신시내티대학 주변에서 젊은이 대상으로 캠퍼스 사역을 했다.

이후 북앨라배마연회에 고용돼 한인 교회를 목회하면서, 교단에서 하는 FxC 관련 일을 맡아 FxC를 경험하거나 교회를 개척한 이들과 팀을 짜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 '선교적 교회'가 한국교회에 어느 정도 알려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익숙한 개념들은 아닌 듯하다.

FxC는 공동체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교회들을 말한다. 많은 사람이 FxC와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내가 영국에 방문했을 때, FxC를 시작했던 파이어니어(pioneers) 그레이엄 크레이 주교(Graham Cray)에게 질문을 던졌다. "많은 사람이 선교적 교회와 FxC가 관계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분은 선교적 교회라는 용어를 알고 FxC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둘 다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1909~1998)의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공통분모라고 했다. 넓은 차원에서 FxC를 선교적 교회의 모델 중 하나라고 해석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교적 교회 개념은 복잡하고 어렵지만, 지금 있는 곳에 머물지 말고 이웃에게 나아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 면에서 FxC는 선교적 교회에 포함된다.

FxC는 다양한 그룹을 향해 나아가지만, 영국과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향한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 분포를 보이면서 종교성이 가장 떨어지는 18~35세가 밀레니얼 세대다. 전도학회·선교학회가 가장 고민하는 것이 이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느냐다. 전도 폭발식이 아니라 관계성과 신뢰 형성을 우선하는 게 FxC의 방식이다. FxC라고 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교회는 이런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나는 '일터 교회 개척'이라는 용어를 쓴다. Entrepreneurial Church Planting(ECP)을 내가 번역해서 붙인 이름이다. 'Entrepreneurial'은 '일터'라는 의미가 아니다. 비즈니스와는 다른 '기업가 정신'을 이야기하는데, 내가 말하는 Entrepreneurial은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뜻한다. 사회적 기업가는 이익을 내서 자신이 다 갖지 않는다. 지역사회, 다른 사람들에게 흘려보낸다. 그렇다면 ECP가 일어나는 장소는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다. 마켓플레이스를 '일터'로 보고, '일터 교회 개척'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ECP를 처음 학계에서 이야기한 사람은 애즈베리신학교에서 나를 지도했던 제이 문 교수(W. Jay Moon)다. 박사 학위 논문으로는 내가 처음으로 ECP 개념을 쓰게 됐다. ECP와 FxC는 관계가 있다. FxC는 쉽게 말하면 공공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공공이라는 개념에는 한 가지 부문(section)만 있지 않다. 경제·보건·교육 등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나아가기에 공공적 교회론과 연결된다.

실제로 FxC 모델은 한 가지만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교육 중심 프로그램을 하는 교회에는 도서관 교회, 학원 교회 등이 포함된다. ECP는 사업장과 일터에서 FxC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 만들어진 신학 용어다.

- FxC와 관련한 박사 논문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다뤘나.

어떤 이론을 이야기할 때는 그 이론의 틀을 잡기 위해 근거 이론을 만든다. 질적 연구 방법을 통해 주제와 관련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작업을 했다. 한국에 있는 두 개의 케이스를 다뤘다. 둘 다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교회 개척을 한 케이스였다. 목사가 시작한 경우도 있고 일반 교인이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 내가 간 곳은 목사가 시작한 경우였고, 여기서 동역하면서 일하는 교인들과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이 사람들에게 "왜 교회를 일터에서 개척했느냐"고 물어보니, 많은 사람이 "교회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단지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신뢰도를 높이고 믿지 않은 사람들과 관계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자본' 개념과 연결된다.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Robert David Putnam, 1941~)은 사회적 자본을 이야기할 때, 신뢰와 네트워킹을 중요하게 보고 많이 언급한다. 근거 이론을 통해 이 사람들의 교회 개척이 사회적 자본과 연결이 된다는 근거를 발견했다.

-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 건물 중심의 교회 개념이 익숙한 것 같다. FxC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교회론을 바꿔야 한다. '건물 중심의 교회론이 정말 성서적인가'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건물을 화려하게 짓는 것은 건물 중심적 교회론이다. 예수님은 이런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성서를 보면, 예수님이 사역을 시작한 곳은 회당이 아니라 공공장소, '일터'였다. 사람들과 같이 소통하면서 교제하시고 말씀을 전하시고 떡을 나누고 제자 훈련을 하셨다. 문화적 차이로 봐야 할 것이 아니라 신학적으로 봐야 한다. FxC는 공공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교회론을 담고 있다. 건물 중심 교회론은 극복해야 한다.

- 대형 교회나 기존에 건물 중심적으로 사역해 온 교회가 많다. 이런 기성 교회들도 체질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나.

많은 사람이 FxC가 대형 교회와 교단을 배격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결코 아니다. FxC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혼합경제(Mixed Economy), 혼합 생태계(Mixed Ecology)다. 혼합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대형 교회가 자신들만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FxC 교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형 교회가 FxC 교회들에 건물을 빌려주기도 한다. FxC 교회가 건물을 빌려 개척할 수도 있고, 대형 교회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교단도 마찬가지다. FxC 교회의 사역을 검토해서 건강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도와주는 것이다. 내가 북앨라배마연회에서 맡았던 일이 FxC 교회들을 심사하는 것이었다. 교단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혼합 생태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주 목사는 1990년대와 비교해 볼 때, 2010년 이후의 청년들이 교회를 훨씬 더 냉소적 시선으로 보게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FxC의 방식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이번 연재에서 어떤 내용을 다루고자 하는가.

한국에 와서 FxC를 주제로 많은 사람과 대화해 보니, 아직도 잘 모르는 분이 많더라. 기초적인 개념 정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FxC에 대한 기초 개념들을 다루면서, 사례로 내가 미국과 영국, 한국의 교회에서 경험한 일들을 언급할 생각이다. 기존 학자들이 잘 염두에 두지 않는 부분도 언급하려 한다. 내가 학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사회학적 관점을 곁들여서 FxC에 대한 기존의 정리된 개념과 새로운 이야기들을 풀어 나갈 생각이다.

FxC를 이야기할 때, 부정적인 점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만 해도 전공자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면을 잘 이야기하지 않지만, 다루어야 한다고 본다. 크게 두 가지를 많이 비판한다. 한 가지는 너무 비즈니스 중심적이라는 것. 카페 교회, 레스토랑 교회 등이 그런 비판을 받는다. 물론 FxC의 기본 원리를 생각하면 비판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다른 하나는 동질 집단(Homogeneous Unit)끼리만 모인다는 것이다. FxC는 교회성장학과 완전 다르다. 작지만 건강한 '강소强小 교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둔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두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같은 흥미,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하는 경우가 그렇다.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동질 집단으로 모이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교회를 오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FxC의 기본 원리가 네트워킹이다. 교파와 상관없이(interdenominational) 네트워킹을 이뤄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개교회주의가 강하지 않나. 교회론을 생각해 보면, 개교회주의는 맞지 않다. 목회자로 지역사회에서 살면, 자기 교회뿐만 아니라 지역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교파의 사람들과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FxC에서는 이런 식으로 협력하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인구가 3000명 정도 되는 시골에서 FxC를 하는 한 미국 목사를 인터뷰한 적 있다. 미국연합감리교회는 파송제이기 때문에, 감독이 보내는 교회로 가야 한다. "어떻게 목회하시느냐"는 간결한 질문을 던졌는데,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 교회에 파송됐지만, 이 교회에만 파송된 목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지역사회에 파송된 목사이기도 하다. 이 지역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이 나의 교인이다"고 답했다. 미국 사람들은 풋볼을 좋아하는데, 이분은 일부러 지역 공동체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 풋볼 심판을 봐 주기도 하더라. 그렇게 지역사회에서 목회하는 것이다.

FxC는 전통 교회를 배격하지 않는다. 'A이거나 B'(either A or B)가 아니라 'A와 B 둘 다'(both A and B)이다. 그게 성경적이고 교회론적으로 맞다. 전통 교회와 새로운 교회 형태인 FxC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함께할 수 있는 생태계가 있다는 점을 알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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