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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총회 재판국, 세습 매뉴얼 제시한 꼴"

[인터뷰] 명성교회 세습 재판 참여한 기독법률가회 정재훈 변호사

장명성 기자   기사승인 2018.08.17  12: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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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작년 10월 김하나 목사 청빙안이 노회를 통과한 직후, 김삼환 목사는 강단에서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을 "큰 십자가"라고 표현했다. 김 목사는 "내 힘으로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숨도 쉴 수 없는 순간순간을 지나올 때 누가 이 교회를 맡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누가 이 큰 십자가를 지겠는가"라고 했다.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을 '쉽지 않은 십자가의 길'로 표현한 김삼환 목사와 달리, 기독법률가회(CLF)는 올해 4월 발표한 세습 반대 성명에서 "그리스도는 화려한 성전에서 공생애를 시작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명성교회와 같은 대형 교회를 세습하는 일은 결코 예수가 걸어간 십자가의 길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기독법률가회는 8월 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 재판국 판결 직후에도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이 판결은 같은 재판국이 이미 내린 서울동남노회장 선거 무효 판결과 완전히 모순된다. 변론 과정에서 세습 금지 조항이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법리를 떠나 상식인의 눈으로 봐도 기이하다"고 지적했다.

기독법률가회는 법률 영역에서 예수를 주인으로 선포하고, 하나님나라를 이루어 가고자 하는 개신교인 법률가 500명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이들은 명성교회 세습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등 사회 이슈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

기독법률가회 사무국장을 지낸 정재훈 변호사는 예장통합 소속 교인이기도 하다.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에서, 원고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정 변호사는 명성교회 세습 사태를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아닌 돈과 권력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송 과정을 지켜보며 십자가와 권력의 충돌을 마주했다는 정 변호사를 8월 16일 법무법인 소명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독법률가회 정재훈 변호사를 8월 16일 법무법인 소명 사무실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세습금지법, 교회 사유화 막고 
공교회성 지키는 건강한 법
교인 기본권 침해 아닌 '제한'"

-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했다. 법률가로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명성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오래하고, 김삼환 목사의 가르침을 받아 온 분들은 총회 재판국이 바른 판결을 내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총회 재판국은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교단 헌법 규정에 세습 금지 조항이 명문화해 있는데도,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하는 결론을 내렸다. 법률가로서 이해하기 어렵다.

- 명성교회는 담임목사 청빙이 '개교회(교인)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세습금지법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청빙에 하자가 없다고 했다.

'침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한'이다. (기본권을 제한할 권리가 없는) 공권력이나 제삼자가 기본권을 제한할 때 '침해'라고 표현하는데, 이번 사건에서 제한 주체는 교단 헌법 자체다. 교인과 교회에 자유권과 기본권이 없다는 게 아니다. 교단 헌법은 '성경의 가르침대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를 누린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37조 2항을 보면, "공공복리나 안전보장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본권은 분명히 중요하고 법적으로 보호해야 하지만, 세습금지법은 법적 근거에 따라 그 기본권을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권 제한의 핵심은 목적이 정당한지, 수단이 적절한지, 침해를 최소화했는지, 침해되는 사익과 보호되는 공익 간 균형이 적절한지로 판단해야 한다.

세습금지법의 목적은 당연히 정당하다. 교회 사유화를 막기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규정 자체도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미자립 교회는 예외로 두었고, 담임목사와 직접 관련 있는 사람만 후임 목사로 임명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 과한 제한으로 보기 힘들다. 공익적인 목적도 충분하다. 세습금지법은 교회의 공공성을 지키고,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이다.

- 예장통합 세습금지법 조항에 나오는 "은퇴하는" 문구도 논란이 됐다. 명성교회는 이미 '은퇴한' 김삼환 목사에게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은퇴하는"을 문자적으로 보자면, 은퇴가 진행 중인 상황에만 법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교회는 담임목사가 은퇴하고 일정 기간 후에 위임목사를 청빙한다. 일단 임시당회장을 두고 위임목사로 청빙할지 말지 정하는 게 일반적 절차다. "은퇴하는"이라는 단어는 이런 일반적 상황에 대입해 해석해야 한다.

'은퇴한'을 강조하는 명성교회 주장은 말장난이라고 본다. 만약 그 조항에 "은퇴하는"이 아닌 '은퇴한'이라고 명시했다면 어땠을까. 명성교회 논리를 적용하자면 "위임식과 은퇴식을 동시에 진행하면 (세습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이건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말장난이다.

- 총회 재판국은 김하나 목사 청빙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명성교회에 면죄부를 주고, 다른 교회들도 세습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우려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몇몇 교회가 이번 판결을 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교회들이 분명히 있을 거다. 세습금지법이 일부 목회자의 세습 생각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왔는데, 이번 판결로 그 수비벽이 뚫려 버렸다. 그런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명성교회가 이런 주장으로 세습에 성공했네'라고 자신감을 얻어 세습을 시도할 수도 있다. 총회 재판국 판결이 세습 매뉴얼을 제시해 준 꼴이다.

명성교회 측은 담임목사 청빙을 '교회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해 왔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미 입장 정해진 총회 재판국
'교회 재판하는데 사회 법 우선이냐' 황당 질문 
노회 임원, 명성교회 강하게 치리해야"

-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소송 마지막 변론에 참가했는데, 당시 재판 분위기는 어땠나.

(교회 재판에) 직접 참여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재판국원들은 개인적으로 보면 다 훌륭한 목사·장로님일 텐데,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법리적·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입장이 정해졌구나' 싶었다.

재판에 들어가니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듯한 한 재판국원이 "'현행법으로 청빙을 제한할 수 없다'고 한 헌법위원회 해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나는 "이미 헌법위가 '은퇴한 목사도 (세습은) 안 된다'고 해석하지 않았는가. 헌법위 의견이 계속 바뀌는데, 이에 대한 재판국 입장은 어떠하며, 이를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분이 "헌법재판소도 대법원 판결을 위헌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헌법위가 재판국의 상위 기관인 것처럼 말하더라. "헌재는 대법원 판결을 헌법 소원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알려 주니까, 그분이 "넘어가자"고 하더라.

황당한 질문도 받았다. 또 다른 재판국원이 "서울동남노회 임원 선거가 무효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임원 선거 무효 판결에 대한 가처분이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중앙지법 수석부가 판결문에서 '선거를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적시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분이 "지금 교회 관련 재판하는데 교회법이 우선이지, 사회 법이 우선이냐"고 하더라.

당연히 교회 재판에서는 교회법이 우선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게 교회법을 잘 해석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씀드렸다. 마지막 변론 때는 쟁점이 명확해서 시간이 많이 안 걸릴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질문하고 답하다 보니 1시간 30분이 금방 갔다.

- 김삼환·김하나 부자 목사는 "세습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들의 발언을 뒤집고 세습을 강행했다.

일부 정치인이 말을 바꾸듯이 쉽게 쉽게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꿔 버렸다. 분명한 건 말의 문제가 아니다. 세습을 하겠다, 안 하겠다는 말을 떠나, 이렇게 법을 어기면 안 된다. 명성교회 같은 대형 교회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청빙 공고를 냈다면, 자질이 뛰어난 분이 많이 지원했을 것이다.

김하나 목사를 향한 세간의 평은 나쁘지 않다. 새노래명성교회에서 계속 시무했거나, 다른 곳에 갔어도 잘했을 분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김 목사가 어려운 현장에 가서 교회를 개척했더라면,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국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을 것이다. 너무 아쉽다.

세습 반대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사진은 예장통합 102회 총회 첫째 날 장신대생들의 세습 반대 피켓 시위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 이번 판결로 교단이 시끄럽다. 재심 이야기도 나오고, 9월 총회에서 판결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교단 차원에서는 헌법을 위반하고 교회 질서를 어지럽힌 서울동남노회 임원들과 명성교회를 치리해야 한다. 자정할 능력이 없으면 치리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결국은 원칙대로 가장 강한 벌을 내려야 한다.

명성교회가 이후 모든 것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이고 충분한 회개가 입증될 때, 다시 교단에서 받아 주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다른 답은 생각하기 어렵다. 일단은 그렇게 해야 한국교회의 떨어진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동남노회에서 명성교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총회에 행사하는 영향력도 마찬가지다. 그 영향력은 결국 돈에서 나온다. 교단이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들을 벌한다는 것은 돈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교단은 지금 시험대에 서 있다.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는 이미 선을 넘었고, 총회 본부도 선을 넘기 직전이다. 총회마저 선을 넘는다면 답은 없다.

- 총회 재판국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크다. 재판국 자체를 없애거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일은 차치하고서라도, 재판국 결정 자체가 한국교회와 사회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구속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헌법위원회 해석에 따라 총회 재판국의 재판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물론 교단 헌법이 사회 법 수준까지 올라오지는 못했다. 교단에서도 이 같은 재판제도를 계속 운용하고자 한다면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수적이다.

전문성·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적 구성이 필요하다. 감리회는 본부 재판국에 외부 변호사를 국원으로 둔다. 15명이 참여하는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에는 목사·장로만 국원이 될 수 있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스템 개편도 필요하다. 재판국을 하나로 두지 말고 대법원처럼 여러 개 둬서, 사건을 나눠 처리하는 게 좋다. 워낙 할당된 사건이 많다 보니 서류나 증거들도 제대로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정말 중요한 사건만 전원 합의체로 해결하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구조를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정재훈 변호사는 "총회 재판국이 이번 판결로 명성교회에 면죄부를 줬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법률가가 아닌 한 명의 교인 입장에서, 명성교회 사태에 대해 한국교회와 교단에 할 말이 있다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기독교인'이다. 성경의 가르침과 예수님이 보여 주신 삶을 통해 내려오는 기독교의 정신이 있다. 십자가의 길, 자기 부인의 길이 기독교 교리의 핵심인데, 지금과 같은 교회가 어떻게 그런 교리를 가르치겠는가.

목사가 (돈과 권력을) 많이 가지게 되니까 그 길을 거스르고, 그래도 괜찮다고 자기최면을 건다. 결국 돈과 권력 문제다. 세습은 십자가 대 돈과 권력의 싸움이다. 하나님이 선택권을 주셨는데, 그 선택이 올무가 되어 이런 사태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이 이만큼 커지기 전에 교단 차원에서 잘 정리했다면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이미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다. 교계뿐 아니라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수습도 쉽지 않을 것이다.

9월 총회에서 이 사태를 바로잡았으면 한다. 총회에서 바로잡지 못하면, 정말 희망이 없다. 판결을 거부하는 의견이 많이 모이면 달라질 수 있다고 들었다. 정당한 과정을 거쳐 꼭 사태를 바로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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