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 세습이 노회를 파행하게 한 데 이어 교회 분란을 일으키고 총회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을 적법하다고 판결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총회 재판국(이경희 국장)이 분열했다.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재판에 반대표를 던졌던 재판국원 7명 중 6명은 판결 다음 날 사임서를 제출하고 남은 재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총회 임원회는 즉각 사임서를 반려했지만, 이들은 재판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임서를 제출한 재판국원들은 당장 8월 21일로 잡힌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 재판국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회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명성교회) 세습 반대에 표를 던졌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지키지 못했다. 끝까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총회 헌법에 따르면, 총회 재판은 재판국원 2/3 이상(10명) 출석해야 개회할 수 있다. 또 다른 재판국원은 "총회 재판국이 맡고 있는 사건만 수십 건에 달하지만 참여할 수 없다. 세습을 반대해 온 서울동남노회 목사들 소송 재판도 진행 중인데, 자칫 참여했다가 또다시 이상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국원 6명이 사실상 보이콧을 한 상황이지만, 재판국장 이경희 목사는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목사는 "지난해부터 밀린 재판이 산더미다. 억울한 목소리를 들어주기 위한 재판이 많이 남았는데, (6명이) 사임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겠다고 한다. 안타까운 상황이다"고 했다.
그는 "10명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고 사임서를 낸 6명이 출석하지 않겠다고 알려 왔지만, 일단 나는 (8월 21일 회의에)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판결은 약 한 달 남은 9월 정기총회까지 계속해서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단 총회장을 지낸 중진들과 원로들 사이에서도 총회 재판국 판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장을 지낸 A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교단은 세습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법을 만들었다. 법에 따라 판결한 다음 명성교회 수습 방안을 총회에 맡겼어야 했다. 재판국이 (법에) 반대되는 판결을 하면서 분노하는 목소리만 커졌다"고 했다.
A 목사는 "총회를 앞두고 열리는 9월 3일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예장 목회자 대회'가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재판국 판결이 부당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만큼, 참석률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삼환 원로목사와 가까운 한 원로도 이번 총회 재판국 판결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총회가 84% 압도적 찬성으로 세습금지법을 만들었으니, 어떻게든 지켰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성교회가 법을 무시하면서 총회 권위가 떨어지고 공동체가 무너지게 생겼다고 걱정했다.
B 목사는 "(김삼환 목사에게) '교회가 정면으로 법을 어기면 안 된다', '차라리 중간에 다른 사람 세운 다음 교체하라'고 권면했는데, 듣지를 않았다. 오히려 장로들이 나서서 '김하나 목사가 대를 이어 목회를 해야 교회를 지킬 수 있다'고 강하게 이야기하더라. 교단 분위기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나 역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번 총회 재판국 판결과 관련해 총회 임원회는 말을 아끼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을 비판해 온 최기학 총회장도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최기학 총회장을 포함해 총회 임원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9월 총회에서 이슈가 되는 만큼, 회의를 주재할 총회장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103회 총회장이 될 부총회장 림형석 목사는 8월 10일 기자와 만나 "총회 사회를 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 총회 재판국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