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가 반동성애 입장을 담은 총장 서신과 입장문을 발표하고 무지개 퍼포먼스를 한 학생들을 징계한 것도 모자라 '소책자'까지 냈다.

총 28페이지로 구성된 <동성애 문제 관련 입장 및 대·내외 대처 현황>이라는 제목의 소책자에는 임성빈 총장이 7월 20일 발표한 서신을 포함해 △동성애 문제에 대한 교육 지침 △장신대의 동성애 문제 관련 입장 △동성애 문제에 대한 진행 경과 및 조치가 실렸다.

장신대는 소책자에서 "본 대학교가 수차례 동성애와 관련해 언제나 성경과 총회의 입장과 함께하고 있음을 거듭 밝혔음에도, 여전히 우리 공동체를 무너뜨리려는 거짓 소문과 악의적인 비난이 있다. 이로부터 장신대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장신대가 동성애와 관련한 소책자를 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소책자에는 무지개 퍼포먼스를 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 사유와 결과도 담겨 있다. 그동안 학생 징계에 대해 말을 아껴 온 장신대는 소책자에 징계 사유와 함께 해당 학생들의 성과 학년, 징계 수위까지 공개했다.

학교는 징계 사유로 △학교의 학사 행정 또는 교육상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 행위 △수업을 방해하거나 지장을 주는 행위 △불법 행사를 개최하거나 허가 없이 게시물을 부착하는 행위 △학교 또는 학교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등을 들었다.

장신대는 소책자를 8월 7일 총회에 제출했다가, 10일 회수해 갔다. 총회 관계자는 "다시 가져간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 학생들 신원이 드러날 위험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애당초 소책자는 노회장들에게 보낼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신대는 외부 세력이 악의를 가지고 학교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신대가 반동성애 소책자까지 만들었다는 소식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굳이 책자까지 만들 필요는 없는 일이고, 특히 교내외적으로 비난을 산 무지개 퍼포먼스 학생 징계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담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는 것이다.

예장통합 소속 한 목사는 "학교가 동성애 문제에 대해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는 걸 총회에 알리려는 것이다.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해서 문제만 키우고 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총회 관계자도 "동성애 반대 입장을 천명하기 위한 취지로 소책자를 낸 것 같은데, 꼭 학생들을 (외부 공격에 대한) 방패막이로 사용한 느낌이다. 학생들 신원이 노출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신대를 비판했다. 양 대표는 "외부 공격에서 학생을 보호하는 역할은 못 하고, '이들을 제물로 바칠 테니 제발 학교는 흔들지 말아 주시오'하며 백기 항복한 꼴이 되었다"고 썼다.

그는 "지금 이 힘없는 학생들을 제물로 삼아 급한 불 꺼 보겠다고 총알받이로 함부로 휘두르는 모습을 많은 사람이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나는 세습보다 이 문제가 파괴적 여파가 더 장기 지속될 사안이고, 이걸 어떻게 다루느냐가 통합 교단과 장신대의 역량을 입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무지개 퍼포먼스로 징계를 받은 한 학생은 8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생 징계 내용을 외부에 공표하고 성까지 쓰는 경우가 어디에 있는가"라며 학교를 규탄했다. 또 "학생들이 동성애 지지가 아니라 동성애 혐오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해 놓고, 소책자 제목은 '동성애 대·내외 대처 방안'이라고 해 놨다. 앞뒤 안 맞는 메시지를 무리해 가면서까지 외부로 알릴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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