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한광교회 철거 여부를 놓고 교회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문화 공간으로 쓰겠다는 서울시 계획에 대해 교회는 "이슬람이나 동성애 행사가 열리면 한국교회 쇠퇴를 상징할 것"이라며 반발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광교회(차은일 목사)가 재개발 과정에서 예배당 존치 여부를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보통 재개발 과정에서 교회는 건물을 지키고 싶어 하고, 재개발 조합이나 지자체는 철거하고 싶어 하는데, 이 경우는 반대로 서울시가 존치를, 교회는 철거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남동이 부촌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한남동 언덕 일대는 건물들이 난립한 달동네에 가깝다. 서울시는 이미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0년대 중반부터 이곳을 재정비 촉진 지역으로 지정하고, 재개발을 추진했다. 몇 차례 진통 끝에 박원순 시장 체제에 들어서야 재개발이 확정됐다. 서울시는 한광교회에 대토代土 형태로 기존 부지를 수용한 후 인근에 새 예배당까지 지어 주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기존 예배당 활용 여부였다. 2016년 9월, 서울시는 한광교회에 "기존 예배당을 리모델링해 청년 창업 지원 센터, 지역 역사 문화 전시관 및 문화 공연장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교회는 12월 "기존 예배당에 남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만일 공연장이나 창업 센터가 필요하다면, MOU 형태로 교회가 건물을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예배당을 철거해 달라고 요구했다.

용산구 재정비사업과는 2017년 2월 "교회 건축물을 철거한 후 문화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교회 입장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후 2017년 5월, 서울시도 '한남3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최종 결정했다는 보도 자료를 내고 조감도를 공개했다. 한광교회 기존 예배당 부지에는 조형물이 들어서는 것으로 돼 있었다. 차은일 목사는 이때만 해도 서울시와 용산구가 교회 입장을 수용하고 예배당을 철거하는 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차은일 목사가 교회 주변을 설명하고 있다. 차 목사는 교회 옥상을 '하늘 카페'로 조성할 계획이었는데, 재개발로 원치 않게 예배당을 이전할 처지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예배당에서 여러 행사 한다면
한국교회 쇠퇴로 비칠 수도…
건물 역사적 가치도 없어"
서울시 "우려 이해, 접점 찾을 것"

<뉴스앤조이>는 8월 9일 한광교회에서 차은일 목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차 목사는 "예배당을 철거해 달라는 것은 이 건물의 위치가 지니는 상징성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차 목사는 예배당을 서울시에 기부 채납해 문화 공간으로 조성한 체부동교회 이야기도 먼저 꺼냈다. 그러나 체부동교회와 한광교회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전 국민이 한번쯤은 봤을 정도로 좋은 위치에 있는 이 예배당의 종탑이 잘려 나가고, 타 종교 행사가 열린다고 하면 사람들은 '교회가 예배당 팔아먹었다'고 생각할 것 아닌가. 유럽 교회들이 나이트클럽이 되는 것처럼 한국교회에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 이슬람 사원과 트랜스젠더 바가 밀집해 있어 문제가 있다고 했다. "만일 예배당 건물에서 동성애자들이 축제를 한다든지, 이슬람 사람들이 할랄 푸드 세미나를 한다고 하면 교회가 받아들일 수 있나. 이슬람 사원을 수용해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고 돼지고기 파티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또 신천지가 와서 '구 한광교회 예배당에서 문화 행사 한다'면서 전단지라도 돌리면 어떻게 하나. 이런 이유로 차라리 건물을 철거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 목사는 지금 부지를 옮기는 것도 내키지는 않는다고 했다.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교회가 번듯한 새 건물을 얻는다고 좋은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 지역에 사는 분들은 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다. 평당 5000만 원 이상 되는 동네 아파트에 누가 들어올 수 있겠나. 그런 분들은 이미 기성 메가 처치 교인들이다. 이 지역 교통이 정말 좋다. 광림교회, 소망교회, 삼일교회, 온누리교회, 영락교회, 충신교회 등 인근 대형 교회들을 모두 차로 10분 이내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차 목사는 "원래 교회 건물 옥상에 카페를 조성해 지역 주민, 특히 청년들이 전망대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나 재개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밀려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공동 육아 센터를 비롯해 한남동·보광동 주민 행사에 교회 버스를 지원하는 등, 지역 주민을 위한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이슬람·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제 그런 행사가 얼마나 열리겠으며 이러한 주장이 사회에 배타적인 이미지로 비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차은일 목사는 "물론 예배당이 성전은 아니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무슬림 아이들이 와서 교회에서 놀고, 가끔 몇 명은 예배도 참석한다. 동성애자들도 마찬가지다. 동성애가 죄라고 하지만, 여러 죄의 형태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동성애자들에게만 죄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이후, 교회를 폄훼하는 행사는 막는다 쳐도, 교회가 일일이 이를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돈을 아껴 가며 지은 건물이라 건물에 역사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계단 높이도 제각각이고 여러모로 완성도가 있지는 않다"고 했다. 차 목사는 만일 서울시가 존치를 강행한다면, 교인들과 행정소송이라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수도노회는 "교회당으로서의 역사성과 거룩성을 훼손하고자 하는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바 교단적 차원에서 공식 항의 서한을 발송하고 대책을 세워 달라"는 헌의안을 총회에 올린 상태다.

현재 예배당은 1982년에 지어졌다. 차 목사는 "건물을 정성 들여 고생해 지었지만, 보존할 만큼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주거사업과 한 직원은 8월 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한광교회 예배당은 지역 자산으로 보고 처음부터 존치하기로 한 건데, 용산구청에서 공원 조성 계획을 공람하는 과정에서 철거하는 것으로 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시에서는 곧바로 바로잡으라고 해서 (존치로) 재공람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에서 착오가 있었을 뿐 서울시 입장은 줄곧 예배당 존치였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교회라는 곳이 본연의 목적이나 지위가 있는 것도 알고, 사용 용도에 따라 성경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을까 우려하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일단 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목적이 예배당을 그런 식으로 운영하려는 것은 아니다. 한광교회와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접점을 찾아야 할 문제다. 공원 계획 심의위원들이 회의하면서 교회 본연 역할이나 상징성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현재 사업 시행 인가가 코앞까지 온 상태고, 인가가 나면 관리 처분 인가 과정을 거쳐 건물 철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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