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옆에 계신 분들과 인사 나누겠습니다. 내일 아침 새벽 기도 시간에 뵙겠습니다."

주일예배 설교 중 목사님이 교인들에게 서로 인사를 나누도록 권유한다. 

월요일 새벽, 대부분 교회가 시작하는 새벽 기도 시간은 5시이다. 늦어도 4시 30분, 멀리 사는 사람은 4시부터 일어나서 준비해야 한다.

목사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된다고 믿는 아내는 남편을 흔들어 깨운다.

"같이 새벽 기도 가서 은혜 받읍시다."

남편은 직장에서의 업무와 저녁 회식 등으로 피곤한 상태다. 그렇지만 아내는 이 새벽에 혼자 교회에 가는 것이 못마땅하다. 새벽 기도에 적극적이지 않은 남편이 아직 신앙의 깊이가 없다고 생각되어 야속하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교회에 도착. 안내를 맡은 권사님과 집사님은 벌써 단정한 복장으로 현관에서 인사를 나눈다. 저분들은 도대체 얼마나 일찍 일어나서 준비한 걸까. 아마도 밤 10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얼추 예상해 보면 6시간 정도 잠을 자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저 가정에서는 과연 밤 10시에 잠을 잘 수 있었을까. 만약 평균적인 한국의 고등학생 자녀를 부모들이 잠을 잘 수 있는 자정에서 새벽 1시 정도에 잠을 잤다면 지금 3~4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나왔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새벽 기도 잘 나오는 사람들을 한 번씩 칭찬한 기억이 난다.

"OO 장로님, OO 집사님은 하루에 4시간도 못 자고서도 새벽 기도에 나옵니다. 여러분도 본받으세요."

그런데. 월요일 새벽 기도에 따라 나온 나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담임목사님이 새벽 기도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부목사님이 새벽 예배를 진행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담임목사님은 월요일이 '휴일'이란다. 다른 직업과 달리 토·일요일에 제일 바쁘다 보니, 월요일이 휴일이라서 새벽 기도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혼란스럽다. 담임목사님은 예수님도 매일 새벽 기도를 했기 때문에 교인들도 매일 새벽 기도에 나오라고 했다. 근데 정작 목사님은 새벽 기도를 직업적인 의무로 생각하는 듯하다.

교인들 상황은 어떨까. 일주일 내내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토요일도 각종 사회 모임, 경조사 등에 참석하고, 주일학교 교사·찬양팀 등으로 주일 준비를 하다가, 정작 주일에는 예배와 각종 봉사로 쉬지 못한다. 주말에 쉬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담임목사는 새벽 기도에 빠지는 이 경우가 이해되지 않았다.

새벽 5시부터 약 1시간 진행된 새벽 기도. 어떤 때는 성경 읽기 시간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특별 새벽 기도, 즉 '특새'라고 불리는 기간에는 주일 낮 예배와 같이 설교로 진행되기도 한다. 구역별로 인원을 채우기 위해 '특송' 순서를 만들어 다른 구역과 출석 인원을 비교하기도 한다.

이때 동원 책임을 맡은 구역장이나 교구 담당자는 며칠 전부터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참석을 독려해야 한다. 참석자가 현저하게 적을 경우, 책임자가 믿음이 부족하거나 열정이 부족하다는 평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나서 집에 가면 6시에서 6시 30분 정도이다. 바로 밥을 먹고 출근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다. 새벽의 첫 시간을 하나님께 드린다고 했는데 다시 잠을 자는 것도 께름칙하다. 피곤한 눈을 잠시 다시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 일어나기 더 힘든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은퇴자, 개인 사업을 하는 분이나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새벽 기도 시간이 축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새벽에 말씀을 읽고 하나님과 친밀하게 기도하며 시작하는 하루는 다른 날과 비교할 수 없는 축복일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직장인들은 힘든 게 사실이다. 교회 선배들은 새벽 기도를 한 달만 계속하면 몸이 알아서 적응한다고 하는데, 직장 생활의 피로가 누적된 나는 수면 부족 증세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것 같다.

출근길에 앞차가 끼어들면 신경은 곤두서고, 직장에 도착해서 만나는 동료와 상사, 부하 직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느긋하게 받아 줄 만큼 마음과 몸의 여유가 없어진다.

'누가 나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상태로 직장에서의 첫 시간을 맞이하다 보니, 내가 새벽 기도를 나가서 피곤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충분한 수면을 하고서 안정된 상태로 직장 생활을 보내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김지훈(가명) / 한 교회에서 장로를 맡고 있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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