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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학은 함께 갈 수 있다"

[책 소개] <신학자의 과학 산책>(새물결플러스)·<지질학과 기독교 신앙>(IVP)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8.08.03  10: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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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멀쩡한 사람이 교회에서 '바보'가 된다고 느끼기 가장 쉬운 주제 중 하나가 진화론이다. 분명히 학교에서는 우주 나이가 136억 년이고, 인류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른다고 배웠는데, 교회만 가면 과학자들이 가짜라고 하니 말이다.

최근 교계에 신학과 과학의 양립과 조화를 고민하는 책 두 권이 출간됐다. 7월 말 성공회대학교 총장에 취임한 김기석 교수가 쓴 <신학자의 과학 산책>(새물결플러스)과 한국교회탐구센터가 펴낸 <지질학과 기독교 신앙>(IVP)이다.

<신학자의 과학 산책>은 김기석 교수가 10년간 성공회대에서 강의한 내용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과학과의 관계를 오래전부터 연구해 <종의 기원 vs. 신의 기원>(동연) 등의 책을 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Blind)이며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Lame)"라는 아인슈타인의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종교와 과학은 공존할 수 없는 적이 아니라 '동지'라는 말이다.

<신학자의 과학 산책> / 김기석 지음 / 새물결플러스 펴냄 / 320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 최승현

책은 △신앙에 대한 과학의 도전 △현대 과학과 기독교 △진화론과 창조 신앙 △인공지능과 한국교회 △과학과 영성 사이에서 등 5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프톨레마이오스부터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이와 뉴턴, 패러데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자를 소개한다. 오직 진리의 교도권(Magisterium)을 가진 교황만이 설명할 수 있던 우주론이 어떻게 뭇사람이 연구하는 학문으로 발달했는지를 볼 수 있다. 2부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빅뱅 우주론 등 현대 과학과 기독교의 모습을, 4부는 미래에 도래할 인공지능 시대를 짚는다.

3부는 '창조과학'을 소개한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젊은지구론, 지적 설계론을 주장하는 창조과학회의 움직임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님이 진화의 방법을 통해 인류를 창조했다는 '유신론적 진화론'도 상세히 소개한다.

김기석 교수는 "하나님의 창조가 과학적 시간으로 따져 언제 일어났는지, 며칠에 걸쳐 어떤 순서대로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다. 멸종과 파괴가 반복되는 오늘날 피조 세계에서 생명을 지키는 길이 창조 신앙의 재해석이라고 제언한다. 저자는 이러한 입장을 5부에서 기후변화와 동물 등을 소재로 더 자세히 풀어내고 있다.

장회익 교수(서울대 명예)는 "과학 이야기를 풀어 가는 것은 전문 과학자들에게도 망설여지는 작업인데, 신학자가 무척 훌륭한 솜씨로 해 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김정욱 위원장(국가녹색성장위원회), 우종학 교수(서울대), 이정배 교수(감신대 은퇴) 등이 추천했다.

<지질학과 기독교 신앙> / 한국교회탐구센터 지음 / IVP 펴냄 / 220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 최승현

<지질학과 기독교 신앙>은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의 '과학과 신앙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과학과 신앙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함으로써 성숙한 신앙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는 목표로 그간 뇌과학·외계인·인공지능을 다뤘고, 네 번째 주제로 '지질학'을 선정했다.

이 책은 특히 '노아의홍수 대격변'에 따라 지금의 지구가 창조됐다고 주장하는 창조과학이 왜 잘못됐는지 지적하고 있다. '창조과학자에서 회심한 창조론자'를 주제로 정지영 편집주간(IVP)이 진행한 양승훈 원장(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인터뷰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양 교수는 '다중 격변론'자로, 노아의홍수만으로 그랜드캐니언과 같은 현대 지형이 생성됐다고 주장하는 창조과학을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은 지질학에 초점을 맞추면서, 창조과학이 주로 내세우는 '노아의홍수 대격변'에 따라 현재 지구가 창조됐다는 '홍수지질학'의 맹점도 짚고 있다. 지질학과 노아의홍수, 지구 연대에 대한 과학자들의 글 3편을 실렸다.

박희주 교수(명지대)가, 노아의홍수로 현재의 지형이 확립됐다는 '기독교 신앙'에 기반한, 이른바 '성서지질학'의 역사를 안내한다. 17세기 영국에 등장한 홍수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몰락하는지, 수성론水成論과 격변설 등 여전히 성경 기록에 기초한 학문들이 어떻게 등장했다가 사라지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박 교수는 "성경과 지질학을 조화시키려 한 약 300여 년의 시도는 결국 지질학계를 만족시키는 이론을 내놓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75쪽)고 한다.

창조과학회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방사성동위원소 연대측정법' 도입 역사를 소개한 조석주 교수(고려대) 글도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19세기 후반 과학자들은 이미 지구 나이가 1억 년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젊은지구론'을 믿는 창조과학자들이 성경 속 연대를 모두 더해 지구 나이를 6000~1억 년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1895년 뢴트겐이 엑스레이를 발견하면서 지구 나이를 실증적으로 측정하는 길이 열렸다. 조 교수는 엑스레이 발견에서 출발한 방사성동위원소 연대측정법 원리를 소개하며, 이 방법이 왜 신뢰할 만한지 말하고 있다. 그는 "지난 50년간 지질시대 연대표의 연령값에 큰 폭의 수정은 없었다"며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과학의 영역에서 지구 나이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123쪽)고 단언한다.

이문원 교수(강원대 명예)는 대륙 이동과 판구조론, 대륙과 해양 지각의 차이를 설명했다. 오늘날 발붙이고 사는 지구가 어떤 과정으로 형성됐는지를 과학교육자 입장에서 풀어냈다.

종교사회학자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19세 이상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창조와 진화에 대한 인식 설문'을 소개한다. 진화론과 기독교 신앙은 양립할 수 없다(48.1%)나 성경 내용을 과학적으로 의심해 본 적 없다(41%)와 같은, 한국교회 교인들이 지닌 과학관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흥미로운 통계를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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