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최승현 기자] 새물결플러스가 7월 말 내놓은 신간 <구약 예언서의 공공신학>이 출간 하루 만에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책은 2015년 숭실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한규승 목사(사랑빛교회)가 자신의 박사 학위논문을 책으로 출판한 것으로, 이스라엘 예언자들의 공공성을 연구한 내용이다. 지도교수인 김회권 교수를 비롯해, 권연경 교수(이상 숭실대), 임성빈 총장, 하경택 교수(이상 장신대), 이윤경 교수(이화여대), 기민석 교수(침신대) 등 국내 유수 신학자들이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페이스북 그룹 '신학 서적 표절 반대' 운영자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는, 7월 25일 한규승 목사가 <구약 예언서의 공공신학>이 리처드 윌슨(Richard B. Wilson), 로버트 쿠트(Robert B. Coote), 윌리엄 심슨(William K. Simpson)의 책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3년 전부터 김지찬·이한수(이상 총신대)·송병현(백석대) 교수 등 주요 신학자들의 표절 의혹을 제기해 왔다.

다음은 이성하 목사가 제기한 주요 대목이다. 한 목사의 책과 리처드 윌슨(Richard B. Wilson)의 <고대 이스라엘의 예언과 사회>(예찬사), 로버트 쿠트(Robert B. Coote)의 <아모스서의 형성과 신학>(대한기독교서회), 윌리엄 심슨(William K. Simpson)의 <The Literature of Ancient Egypt>(Yale University Press)를 비교했다.

이성하 목사 "원서 대신
우리말 번역본 그대로 베껴"
번역가 우택주 교수,
"인용 시 문장마다 각주 달아야"

한규승 목사가 쓴 부분에 원서를 인용했다는 각주가 다 달려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성하 목사는 한규승 목사의 문장과 국내 번역서 문장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원서를 번역한 게 아니라 국내 번역서 문장을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쿠트의 책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문장 사이를 잇는 중요한 문장을 빼먹은 점도 지적했다. 이 목사는 "급하게 베끼다가 중요한 문장을 빼먹은 것 같다. 그런데도 논문 심사하는 분들이 그냥 넘어갔다. 박사 학위논문 심사하신 분들도 반성해야 한다. 책임이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이 목사 지적이 타당한지 확인하기 위해, 쿠트의 책을 번역한 우택주 교수에게 자문했다. 이성하 목사가 제기한 의혹을 검토한 우 교수는, 7월 3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한규승 목사의 '인용 표시' 자체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했다.

우택주 교수는 "(책 내용이) 유감스럽게도 (나의 번역서와) 매우 유사하다. 내가 번역한 용어들이 그대로 있다. 번역서를 참고했다면 (번역서로 출처를 표기하면 되지) 굳이 각주에 원서를 쓸 필요가 없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참고했다면 학문적 인용을 달아야 한다. 작은 부분이라고 여기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우 교수는 "인용한 부분은 각주를 문장 단위마다 달거나, 큰따옴표로 표시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해당 챕터에 '이 챕터는 다른 책의 이러이러한 부분을 참고한 것이다'고 확실히 표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주가 달려 있지 않은 부분은 다 저자의 주장으로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구약학을 전공한 교수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해당 자료를 검토한 A 교수는 "인용 표시 자체가 불성실한 표기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인용의 기본 원칙은 다른 사람의 주장을 그 사람의 (독창적) 주장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간접 인용이라고 해도 '누구누구에 따르면' 등을 써 붙여 다른 학자의 주장임을 명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자의 주장으로 오해할 수 있다. 문단 맨 마지막에 단 각주 외에는 다른 학자의 자료를 사용했다는 표기가 안 돼 있다"고 했다.

A 교수는 "출애굽 연도와 같이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은 굳이 출처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 목사가 인용한 부분은 일반적이지 않고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제 막 박사 학위논문을 쓴 사람이다. 의도적이라기보다는 학문적 훈련이 안 돼 있어서 인용 표기하는 법을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구약 예언서의 공공신학>(새물결플러스)은 출간 하루 만에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성하 목사 "출판사 잘못 아냐"
출판사 측 "표절 판단 숭실대 몫"

이성하 목사는 "한 목사의 학위논문이 책과 동일한 내용인 것을 보니, 출판사 측에서 잘못했을 가능성은 없다. 이 사안은 저자에게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표절 행위가 사실이라면 한규승 목사가 출판사를 기만한 것이라고 했다.

한규승 목사는 인용 표시가 분명히 있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각주도 고의적으로 빼먹지 않고 성실하게 달았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더 구체적인 내용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한 목사는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한규승 목사의 박사 학위논문을 심사한 김회권 교수와도 연락을 시도했으나, 김 교수는 해외 출타 중이라 귀국 후에 검토나 답변이 가능할 것 같다고 알려 왔다.

(기사 정정: 8월 4일 오후 4시 현재)

*기사 내용 중 새물결플러스 김요한 대표 인터뷰 취지를 제대로 전하지 못했습니다. 아래와 같이 수정 및 부연합니다.

<뉴스앤조이>는 8월 1일 오후 12시께 김요한 대표에게 전화로 표절 시비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표절 여부에 관한 본질적 문제는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표절 내용에 대한 얘기는 출판사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 그것은 출판사와 할 게 아니고 숭실대 지도교수와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듣기로는 논문 심사 과정에서 수없이 봤다고 하더라. 이성하 목사 쪽과 기준이 서로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요한 대표는 "어쨌든 책이 400페이지에 걸쳐 이야기하려는 메시지가 있지 않나. 현장에서 목회하는 목사가 쓴 박사 학위논문에 기대치가 높은 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신진 학자를 소개하면서 국내 신학 명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묻히는 것 같아 아쉽다. 이후 출판사가 책을 내는 것도 위축될 것 같다. 과연 이러한 논쟁이 한국 신학을 발전시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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