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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기독교인'이 예멘인 반대한 이유

여성학자, 신학자, 인권 활동가가 본 난민 이슈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7.27  18: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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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제주에 예멘인들이 들어온 일은 한국 사회의 난민 인식 수준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낯선 무슬림 남성 수백 명의 출현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소셜미디어에 퍼진 온갖 혐오와 루머는 난민 인권 활동가들과 학자들을 두 번 놀라게 했다. 그들이 보기에 '난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갑자기 들불처럼 끓어오르는 반대 여론에 당황스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주여성인권포럼과 유엔난민기구는 7월 26일 '난민 이슈로 본 이방인과의 만남과 환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왜 그렇게 난민 앞에서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지 논의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드러내는 혐오와 적의 이면에 배타성을 부추기는 요인이 있다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성찰과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 예멘 난민 이슈는 한국 사회의 난민 인식 수준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여성학자 김보명 교수(인천대 기초교육원)는 젊은 페미니스트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난민 혐오를 진단했다. 이들이 크게 두려워하고 있는 부분은 무슬림 남성이 여성과 아동에게 쉽게 폭력을 가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난민 수용 반대 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 "난민 수용하면 밤길 무서워서 딸 키우기 무섭다." 김 교수는 도시 괴담에 가까운 말들이 사실을 왜곡하며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명 교수는 일부 페미니즘 진영에서 폭력, 특히 젠더 폭력을 근거로 난민을 반대하는 건 최근 페미니즘 운동의 형성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3~4년간 여성의 목소리가 크게 확산했던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에서 젠더 폭력이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강남역 살인 사건, 맥심의 나쁜 남자 표지, 소라넷 폐지 운동 등이 있다. 

사회가 젠더 폭력에 대응하는 방식은 주로 분리와 배제다. 강남역 살인 사건 같은 경우에는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고, 몰래카메라 범죄 같은 경우에는 감시와 처벌을 강화했다. 김 교수는 이런 분리와 배제의 방식이 난민을 대할 때 똑같이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난민이라는 위험해 보이는 존재를 내 삶에서 배제하면 그만큼 안전이 확보되니까,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한 것을 제거한다고 안전이 절대적으로 확보되는 건 아니다. 예멘 남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국 사회에 젠더 폭력이 없어지는 게 아니듯이 말이다. 여성들은 안전을 위해 난민을 반대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들은 시민권이라는 특권을 가지고 난민을 혐오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드러내는 혐오 이면에 배타성을 부추기는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과거 한국 사회에는 난민 제도 자체가 부족한 측면이 컸지만, 시민들이 지금처럼 난민 수용을 적극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1992년 난민 협약에 가입할 때도 국회의원들이 만장일치로 비준안에 동의했다. 그런 한국 사회가 지금은 왜 이렇게 난민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김철효 연구원(이주여성인권포럼)은 현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난민 반대 여론이 형성되는 건 이들이 처한 사회적 배경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비정규직 문제, 취업난 등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분노와 좌절이 난민 수용 반대로 나타난다고 봤다. 그는 "난민 반대 집회에 참석하면 젊은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신들이 누려야 할 일자리나 사회복지를 난민에게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청년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한국은 최근 평화 시위로 정권을 바꾼 성숙한 민주주의국가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수십 년간 진행되어 온 민주화 운동이나 인권 교육이 자국민 우선에 치중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함께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오늘날 사람의 보편적 인권에는 공감하지 못하고 난민 반대 집회에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좌담회에는 7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은 기독교인 사이에 나타나는 난민 반대 현상을 진단했다. 그는 그리스도교 자체가 무수한 배타주의로 점철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한국 개신교는 미국 개신교 근본주의 영향을 받아 반동성애, 반무슬림, 반공 등에 앞장서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전까지 배타주의를 강하게 드러냈던 개신교가 최근 난민 이슈에서는 예상보다 잠잠했다. 한국교회언론회를 제외하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 단체들은 평소와 달리 성명 하나 발표하지 않았다. 김진호 실장은 최근 극우 세력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궤멸적인 타격을 받으면서, 보수 개신교 역시 큰 상처를 입은 것 같다고 했다. 패배감이 커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보수 개신교가 조용한 지금이 한국 사회가 난민 문제를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그는 "만약 난민이 10만 명 들어왔다면 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였겠지만 지금은 500명에 불과하다. 난민 협약에 비준하고 난민법을 제정했을 때는 여론이 인식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대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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