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회 성폭력을 목격한 제삼자다. 목회자의 성폭력 범죄를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문제 삼자,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주의종을 대적하지 말라', '하나님이 슬퍼하신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들 때문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 계속 거짓말하는 목회자를 보며 '저게 주의종이냐'고 아무리 얘기해도 사람들은 가해자의 프레임에 넘어갔다."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해 보라는 김미랑 소장(탁틴내일연구소) 말에 한 참석자가 열변을 토했다.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한국교회 현실을 보여 주고 있었다. 가해자 편을 드는 교인들을 보며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그는, 교인들의 무지가 피해자와 조력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입힌다고 말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와 <뉴스앤조이>가 7월 26일 서울 충무로 희년평화에서, 교회 성폭력 대응 가이드북 <미투, 처치투, 위드유> 제작을 기념해 '시선을 바꿔야 보이는 교회 성폭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가이드북 감수자 중 한 명이자 성폭력 피해자·가해자 상담을 꾸준히 해 온 김미랑 소장이 강의했다. 참석자 30여 명은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강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30여 명의 참석자 중 강연이 끝나기 전에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교회에는 왜 성폭력 교육 없나
피해 예방 아닌 '가해 예방' 필요

김미랑 소장은 성폭력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념을 점검했다. 성폭력 가해자는 대부분 낯선 사람이라는 생각, 성폭력이 일어나는 게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행실 때문이라는 생각 등이다. 이런 선입견이 있으면, 결국 "피해자를 통념이 정한 이미지 안에 가둬 고립하고, 통념과 다른 이미지를 가진 피해자를 배척하게 된다"고 했다.

사회에서 '피해 예방 교육'이 많은 현실도 지적했다. 김미랑 소장은 "피해 예방은 곧 피해자에게 성폭력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피해가 아닌 '가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폭력은 가해자 한 명에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가 많다. 가해자 한 명이 범죄를 여러 번 저지른다는 의미다. 가해자의 행위가 없으면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가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교회에서는 가해 예방 교육은 물론, 피해 예방 교육조차 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20년 가까이 전국으로 성폭력 관련 교육을 다녔는데, 교회에서 교육한 기억이 거의 없다. 성폭력 범죄가 일어났던 교회에서 한 번, 전국 단위 여성 교인 모임에서 한 번 강의했던 기억 외에는 없다. 여러분은 교회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아 본 경험이 있나. 다른 문제들에는 성명서를 써내는 교회와 교계 단체들이 왜 성폭력 문제에는 조용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미랑 소장은 "성폭력 가해가 없으면 피해는 당연히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성폭력에 안전하지 않은 교회
제삼자는 2차 가해 주의
교회는 피해자 말 성실히 들어야
교회에도 성폭력 접수창구 필요

강의 후에는 김미랑 소장과 참석자들 사이에 질의응답이 오갔다. 교회가 성폭력 사건에 잘 대처하고, 성폭력에서 안전한 공간이 되기 위해 제삼자로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참석자가 많았다.

김미랑 소장은 가정, 학교 등에서의 관계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교회 공동체를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안전한 관계에서 좋은 삶을 살아 보려고 교회에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았더니, 폭력을 당하는 현실이다. 이미 까진 살을 더 긁는 꼴"이라며 교회 성폭력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제삼자가 교회 성폭력 피해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김 소장은 "'그냥 잊어라', '용서하고 너의 인생을 살아라' 같은 가벼운 말이 2차 가해가 된다. 피해자는 준비가 안 됐는데 용서하라는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했다. 그는 2차 가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피해자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 피해자를 돕는 사람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랑 소장은 무엇보다 교인들이 가해자를 도와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교인들은 가해자가 목사라는 이유로, 유능하고 똑똑하고 신앙이 투철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목사' 직함만 빼고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 교인들이 자꾸 용서하니까 이런 일이 교회에서 계속 벌어지는 것이다. 용서하지 않고 법 절차대로 진행하는 것이 결국에는 가해자도 돕는 길이다"고 했다.

김미랑 소장은 참석자들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김 소장은 교회 구성원들이 "사법절차는 은혜롭지 못하다"는 인식을 버리고, 피해자의 말을 성실히 듣고 억울함을 풀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과거를 떠나 현재를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과거, 그때 거기에서 벗어나, 현재, 지금 여기를 살게 해 줘야 한다. '미투 운동'은 그때의 일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지금 여기로 온전히 가져오려는 움직임이다. 이게 부활 아닌가. 그들에게는 그 과거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서 온전히 사는 일이 정말 필요하다. 교회가 해야 한다. 교회가 도울 수 있다."

김 소장은 교회 성폭력 대처를 위해 단일한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 성폭력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 창구까지는 아니라도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비밀을 보장받으면서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어떤 모양으로든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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