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헌법이 '성평등'으로 개정이 되고 나면 동성애가 비성경적이라고 설교나 강의를 하거나 공개적으로 의견을 발표하는 것이 불법이 된다는 것입니다. (중략) 이것은 지금 미국이나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가 7월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유 목사는 동성애 '합법화'가 문제라며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개정하려는 헌법 개정 서명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썼다.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에서 진행하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반대 서명이 한창인 상황에서 나온 글이다.

반동성애 진영은 NAP가 국무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이 계획이 승인될 경우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어지고, 결국 헌법에 명시하는 '양성평등' 단어를 '성평등'으로 바꿔 종국에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2007년, 2008년, 2012년, 2013년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있을 때마다 불거져 나온 보수 개신교의 반대 논리다.

인권 운동 단체들은 이번 NAP가 이명박 정부 때보다 후퇴한 내용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개신교 반동성애 활동가들은 이것을 막는 데 사활을 걸었다. NAP 통과가 곧 교회 붕괴로 이어질 것처럼 이야기하며 삭발하고 혈서를 쓰고 관련 포럼을 여는 등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에 임하고 있다.

반동성애 진영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폐지에 전력하고 있다. 사진은 7월 5일 NAP 폐지 집회에 참석한 개신교인들. 뉴스앤조이 장명성

공공장소에서 혐오 발언 처벌하는 영국
서비스 영역에서 차별 규제하는 미국
한국 차별금지법과 달라

반동성애 진영은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목사가 동성 결혼 주례를 거부할 수 없고, 교회에서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하는 것도 불법이 된다고 주장한다. 한발 더 나아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성경은 불법적인 책이 된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혐오 발언'과 '차별 금지'를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는 데서 발생한 오류다. 이들이 반동성애 활동 처벌 사례로 종종 언급하는 해외의 경우를 살펴보면, 공공장소에서의 혐오 발언과 고용·교육·서비스 부문에서의 차별 금지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동성애가 죄라고 설교해 감옥에 간 목사"라며 토니 미아노(Tony Miano)를 소개한다. 런던 경찰은 2013년 7월 윔블던 테니스 대회 장소에서 미국 출신의 미아노 목사를 체포했다. 미아노는 수많은 관중이 모이는 경기장 앞에서 "동성애는 가증한 행동"이라 외쳤다.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에게 공공질서법 5항을 위반한 혐의를 적용했다. 공공장소에서 특정한 그룹의 누군가를 위협할 만한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명시한 법이다.

토니 미아노 목사는 공공장소에서 혐오 발언을 금지한 실정법을 위반해 체포됐다. 교회에서 설교한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기독교인만 모여 있는 장소에서 한 설교가 아니라, 누구나 그의 발언을 접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한 혐오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다.

반동성애 진영이 대표적으로 이야기하는 미국 사례도 살펴보자. 제빵사 잭 필립스와 플로리스트 배로넬 스터츠만은 서비스 영역에서 동성애자를 차별한 경우였다. 이들은 각각 빵집과 꽃집을 운영했는데, 기독교 신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동성 결혼을 앞둔 커플에게 물품을 공급하지 않았다. 이들이 살고 있던 주州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서비스 영역에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을 금하는 곳이었다. 주 지방법원은 이들이 '반차별법'을 지키지 않았다며 벌금형을 내렸다.

하지만 얼마 전 연방대법원은 필립스와 스터츠만의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두 사람이 서비스업에 몸담고 있지만, 웨딩 산업 종사자는 종교적 신념에 의거해 동성애자들의 요구를 거절해도 된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두 사람의 사건은 주 지방법원에서 공정한 판결을 받았는지 다시 한 번 판단받을 예정이다.

'혐오 표현'을 형사처벌하는 유럽 국가들은 설교 시간에 나온 발언을 처벌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한국에서 논의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에는 '혐오 표현 금지'가 포함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에서 그동안 논의됐던 차별금지법은 혐오 발언으로 일어난 '괴롭힘'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차별금지법은 고용·거래·교육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차별을 구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하는 경우는, 이런 종류의 차별을 알면서도 시정하지 않을 때다.

설교 시간에 '동성애는 죄'라고 말하는 것과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고용을 거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하지만 한국교회 반동성애 진영은 이 두 가지를 한데 섞어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설교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 주장한다. 많은 목사가 이 같은 논리에 설득돼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이 한국교회를 구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 구제 법안'
발언 규제하는 내용 없어 
'반동성애 처벌'로 접근하는 건 무리"

'NAP 통과 → 차별금지법 제정 → 헌법 개정 → 동성 결혼 합법화.' 현직 변호사들은 이 논리가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보수 개신교가 주장하는 것처럼, 설교에서 나오는 발언을 처벌하는 것은 차별금지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서채완 변호사는 7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별금지법은 고용, 입법, 재화 공급, 교육 분야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반동성애 처벌 조항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발언 자체를 규제하는 법이 아니라는 설명도 있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조혜인 변호사는 "기존 발의된 법안들에 표현 전반을 규제하는 내용은 없었다. 광고를 통해 차별을 선동하는 경우 정도는 규제할 수 있겠지만, 종교나 사적 모임에서 나오는 발언까지 규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한국교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혐오 발언이 '형사처벌'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차별 행위를 규제한다 해도 형사처벌까지 논의된 적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정 혹은 권고로 끝나거나, 민사소송으로 다투도록 하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동성혼 합법화'는 또 다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지금 한국교회 반동성애 진영에서 주장하는 논리가 허술하다고 했다. 그는 "개헌안의 양성평등·성평등 논란은 다양성 존중 차원의 논의지, 동성혼 합법화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성평등 개헌이 동성혼 합법화로 이어진다는 말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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