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또 목사의 외도가 드러났다. 온누리교회 정 아무개 부목사는 번듯한 이미지와 달리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교인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난 뒤 일주일 만에 교회에서 해임됐다.

정 목사는 물론, 그가 가정이 있는 사람인 것을 알면서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 간 교인 A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온라인을 떠돌고 있는 게시물들과 댓글들을 보면, A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듯한 내용이 많다. 

A는 7월 1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 목사를 만난 사실이 드러난 것에 대한 억울함이 아니었다. 그 부분은 본인도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오히려 이 사실을 교회에 알린 건 자신이라고 했다. A는 사람들이 전후 사정을 잘 모르면서 일방적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말에 큰 상처를 받고 있었다.

A는 정 목사가 먼저 다가왔고, 자신은 처음부터 그와의 만남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뉴스앤조이>는 이 같은 대화 내용이 포함된 두 사람의 대화 기록과, 온누리교회 부목사와 정 목사, A가 만나 그간의 과정을 되짚는 대화 내용까지 입수했다.

수차례 차단해도 찾아와 설득
기도 및 성경 공부하면서 관계 '정당화' 

정 목사와 A는 평범한 교역자와 교인 관계였다. 먼저 이성적으로 접근한 건 정 목사였다. 어느 날 정 목사는 A에게 스킨십을 시도했고, 당황한 A는 그와의 만남을 거부했다. 그가 말을 걸지 못하도록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정 목사를 차단했다. 

그러나 정 목사는 계속해서 A와 연락을 시도하고, 만나기 위해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다. 본인의 결혼 생활이 수년 전부터 문제가 있었으며, 조만간 모든 것을 정리한 후 A와 함께 살 것이라고 설득했다. A가 불안해할 때마다 정 목사는 기도와 성경 공부 등을 통해 관계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A는 이혼할 때까지 만나지 말자거나 교회에 이야기하자고도 했지만, 정 목사는 거절했다. 정 목사는 관계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A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A는 적어도 정 목사가 설교자로 서는 일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해 교회에 사실을 알리기로 한 것이다.

목사의 외도가 드러나면 사람들은 양쪽에 똑같은 책임이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가해지는 비난에는 차이가 있다.

온누리교회, 정 목사, A 삼자대면
교회 전후 사정 알고도 '불륜' 표현
처음에는 "당회원에게만 알리겠다"

7월 13일 오후, A는 온누리교회 부목사, 정 목사와 삼자대면했다. A는 이 자리에서 정 목사가 먼저 접근한 것부터 그동안 자신이 정 목사를 피했던 일, 그럴 때마다 자신을 지속적으로 안심시켰던 정 목사의 행동까지 설명했다. 정 목사는 "그동안 이중생활을 했고, 자매님에게 피해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는 같은 날, 당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정 목사를 해임하기로 결의했다. 7월 16일 오후에는 이재훈 담임목사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내부적으로는 17일부터 전 교역자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금식 기도회를 한다고 알렸다. 일부 누리꾼은 온누리교회가 목회자의 부정을 감추지 않고 빠르게 대처했다고 칭찬했다.

A는 온누리교회 대처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A는 교회가 이 사건을 공식 사과할 의도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온누리교회 부목사는 7월 15일 A에게 통화로 "이 사실은 장로와 부목사 등 당회원에게만 알리겠다"고 한 바 있다. 이후 한 언론에서 기사가 나가고 <뉴스앤조이>도 취재를 시작하자, 교회가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온라인서 계속되는 A 향한 비난 
목회자 의존적 관계에서는
"권력 큰 목회자가 더 큰 비난 받아야"

A는 사실이 알려진 후 온라인상에서 온갖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A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겠다며 "당신의 일방적인 주장으로밖에 안 보인다. 당신이 꼬시려 한 사람을 당신보다 훨씬 더 오래 알고 있어서 메시지 보낸다. 반박하고 싶으면 똑같이 언론사에 제보해 보라"는 메시지를 개인적으로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블로그·페이스북 등에 A의 실명과 얼굴을 올리고 "본인도 불륜이라는 걸 알면서 해 놓고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건 잘못됐다. 이런 건 미투가 아니라 불륜이라고 한다"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A도 인정하듯, 어쨌든 가정이 있는 정 목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에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양쪽 다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여자도 신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성폭력'이 아닌 '불륜'이기 때문에, 양쪽에 5:5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목사와 교인에게 똑같이 책임을 묻는 게 합리적인 걸까.

목회자와 교인의 관계는 목회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정 목사와 A의 관계에서도 정 목사가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설득했다. 거부하고 불안해하는 A에게 자신의 약한 점을 보여 주고 호소하며 지속적으로 안심하게 하고 정당화했다. 보통 한국교회 목사와 교인 관계에서, 목사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단호하게 거부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교인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목회자 외도를 대하는 일부 기독교인은 "여자는 왜 책임을 지지 않느냐"고 말한다. 한 성폭력 전문 상담가는 "대중은 힘 있는 사람에게는 비난을 잘 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목회자는 일반 신도보다 권력이 많고 도덕·윤리 관점에서 책임이 크다. 목회자와 신도 사이에 성 문제가 일어났을 때, 권력이 더 큰 목회자가 비판을 받아야 한다. 약자인 상대 여성을 더 의심하고 비난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사 정정
(2021년 3월 29일 오후 3시 41분 현재)


취재원의 요청에 따라 위 기사 내용 중 일부가 수정됐음을 알려 드립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