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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와 교인의 '부적절한 관계', 똑같은 책임 물어야 하나

온누리교회 부목사 사례로 보는 권력 불균형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7.21  23: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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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또 목사의 외도가 드러났다. 온누리교회 정 아무개 부목사는 번듯한 이미지와 달리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교인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난 뒤 일주일 만에 교회에서 해임됐다.

정 목사는 물론, 그가 가정이 있는 사람인 것을 알면서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 간 교인 A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온라인을 떠돌고 있는 게시물들과 댓글들을 보면, A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듯한 내용이 많다. A가 먼저 다가가 꼬리를 쳤다는 둥, A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둥 진위를 알 수 없는 댓글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린다.

A는 7월 1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 목사를 만난 사실이 드러난 것에 대한 억울함이 아니었다. 그 부분은 본인도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오히려 이 사실을 교회에 알린 건 자신이라고 했다. A는 사람들이 전후 사정을 잘 모르면서 일방적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말에 큰 상처를 받고 있었다.

A는 정 목사가 먼저 다가왔고, 자신은 처음부터 그와의 만남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뉴스앤조이>는 이 같은 대화 내용이 포함된 두 사람의 대화 기록과, 온누리교회 부목사와 정 목사, A가 만나 그간의 과정을 되짚는 대화 내용까지 입수했다.

관심사 비슷하다며 접근 후 스킨십
"연락하지 말라" 수차례 차단해도
찾아와 "혼인 관계 끝났다" 설득

영미권에서 십수 년 생활한 A는 2015년 온누리교회 양재 캠퍼스에 정착했다. 영미권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 '포인트5'에 정착했다. 미국 이민자 출신 정 목사가 이 부서를 이끌고 있었다. 이혼한 전 남편 사이에 딸 한 명을 둔 A는, 딸이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라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열심히 교회에 다녔다고 했다.

정 목사와 A가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눈 건 2017년 여름, 교회학교 교사 수련회에서였다. 정 목사는 "나도 '아트'를 좋아한다"며 접근했다. 화가인 A는 곧 열리는 개인전에 정 목사를 초대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담당 목사였기 때문이지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목사의 외도가 드러나면 사람들은 양쪽에 똑같은 책임이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가해지는 비난에는 차이가 있다.

몇 달 뒤 정 목사는 A의 전시회를 찾았다. 전시회를 보고 돌아가던 정 목사가 함께 저녁 식사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고 A는 응했다. 정 목사는 집 가는 방향이 비슷하다며 한차로 이동하자고 했다. 정 목사는 집으로 가다 말고 한적한 드라이브 코스로 방향을 틀었다. 그곳에서 정 목사는 A에게 입맞춤을 시도했다. 당황한 A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이후 정 목사는 자신을 목사가 아닌 남성으로 대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에게 정 목사는 '목사님'일 뿐이었다. 정 목사 아내 역시 온누리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였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A는 정 목사와의 만남을 거부했다. 그가 말 걸지 못하도록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정 목사를 차단했다.

정 목사는 다른 방법을 찾아 A와 연락을 시도하고, 만나기 위해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결혼 생활이 수년 전부터 문제가 있었으며, 조만간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후 A와 함께 미국에 가서 살 것이라고 설득했다.

"하나님께 기도했다"며 안심시켜
날짜까지 적으며 설득했지만
사실 공개한다고 하자
"기독교와 온누리교회 욕먹는다"

정 목사는 불안해하는 A에게 지속적으로 '믿음'을 줬다. 관계를 지속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의중을 내비치면, 정 목사는 "우리 관계가 잘 이어질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도하고 왔다"고 말한다든지, A의 집에서 함께 성경 공부를 하고 설교를 준비하며 둘의 관계를 정당화했다. A는 목사가 하는 말이니 그저 믿었다고 했다.

정 목사는 최근 성폭력 문제가 불거진 빌 하이벨스(Bill Hybels)를 언급하며, 자신이 그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목사는 "미국에 정말 유명하고 존경하는 목사님이 있는데 그 목사님도 성 문제가 드러났다. 그런데 거기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다. 나는 그분과는 분명 경우가 다르다"며 자신과 A의 관계는 죄가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정 목사는 아내와 이혼하고 A와 살기 위한 과정을 진행하는 중이라 했다. 정 목사는 다이어리에 구체적으로 날짜를 적어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젊은 나이에 목회자가 돼 미련이 없으니 다 내려놓고 미국에서 A와 살겠다고 했다. 다만 자신이 떠나더라도 온누리교회가 차질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A는 '목사가 설마 거짓말을 하겠나' 하며 정 목사를 믿었다.

그러나 정 목사는 다이어리에 적은 날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불안한 A는 이혼할 때까지 만나지 말자고, 교회에 관계를 공개하자고도 했지만 정 목사는 거절했다. 갈등과 설득이 반복되는 사이, A는 이런 상태에서도 태연히 설교하는 정 목사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교회에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적어도 정 목사가 설교자로 서는 일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정 목사는 관계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A를 설득하려 했다. 마지막으로 온누리교회 설교자로 선 건 7월 1일, 정 목사는 설교 직전까지도 A와 17분가량 통화하며 교회에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다음 날에도 정 목사는 "만약 공개하지 않는다면 나는 회개하며 한국 목회를 그만두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 하지만 이 사실을 공개하면 나는 기독교와 온누리교회에 너무 큰 누를 끼치게 된다"며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 A는 목사로서 교인을 속이고 삶을 속인 것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 목사는 "하나님의 용서를 믿는다"고 말했다.

A는 상대가 목사였기 때문에 "곧 이혼할 테니 기다려 달라"는 말을 믿었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온누리교회, 정 목사, A 삼자대면
교회 전후 사정 알고도 '불륜' 표현
처음에는 "당회원에게만 알리겠다"

7월 13일 오후, A는 온누리교회 부목사, 정 목사와 삼자대면했다. A는 이 자리에서 정 목사가 먼저 접근한 것부터 그동안 자신이 정 목사를 피했던 일, 그럴 때마다 자신을 지속적으로 안심시켰던 정 목사의 행동까지 자세하게 말했다. 정 목사는 "그동안 이중생활을 했고, 자매님에게 피해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는 같은 날, 당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정 목사를 해임하기로 결의했다. 7월 16일 오후에는 이재훈 담임목사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내부적으로는 17일부터 전 교역자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금식 기도회를 한다고 알렸다. 일부 누리꾼은 온누리교회가 목회자의 부정을 감추지 않고 빠르게 대처했다고 칭찬했다.

A는 온누리교회 대처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온누리교회 교인 중에도 온라인상에서 정 목사를 비호하며 A를 꽃뱀 취급하는 사람이 많다. 교회는 정 목사와 A가 어떤 경위로 만나고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다 전해 들었지만, 사과문에 '불륜'이라는 단어로 상황을 일축했다.

A는 교회가 이 사건을 공식 사과할 의도도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온누리교회 부목사는 7월 15일 A에게 통화로 "이 사실은 장로와 부목사 등 당회원에게만 알리겠다"고 한 바 있다. 이후 한 언론에서 기사가 나가고 <뉴스앤조이>도 취재를 시작하자, 교회가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온라인서 계속되는 A 향한 비난 
목회자 의존적 관계에서는
"권력 큰 목회자가 더 큰 비난 받아야"

A는 사실이 알려진 후 온라인상에서 온갖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A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겠다며 "당신의 일방적인 주장으로밖에 안 보인다. 당신이 꼬시려 한 사람을 당신보다 훨씬 더 오래 알고 있어서 메시지 보낸다. 반박하고 싶으면 똑같이 언론사에 제보해 보라"는 메시지를 개인적으로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블로그·페이스북 등에 A의 실명과 얼굴을 올리고 "본인도 불륜이라는 걸 알면서 해 놓고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건 잘못됐다. 이런 건 미투가 아니라 불륜이라고 한다"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온라인상에서 A를 향한 비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페이스북 갈무리

A도 인정하듯, 어쨌든 가정이 있는 정 목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에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양쪽 다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여자도 신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성폭력'이 아닌 '불륜'이기 때문에, 양쪽에 5:5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목사와 교인에게 똑같이 책임을 묻는 게 합리적인 걸까.

목회자와 교인의 관계는 목회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정 목사와 A의 관계에서도 정 목사가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설득했다. 거부하고 불안해하는 A에게 자신의 약한 점을 보여 주고 호소하며 지속적으로 안심하게 하고 정당화했다. 보통 한국교회 목사와 교인 관계에서, 목사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단호하게 거부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관계를 끊을 수 있는 교인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목회자 외도를 대하는 일부 기독교인은 "여자는 왜 책임을 지지 않느냐"고 말한다. 한 성폭력 전문 상담가는 "대중은 힘 있는 사람에게는 비난을 잘 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목회자는 일반 신도보다 권력이 많고 도덕·윤리 관점에서 책임이 크다. 목회자와 신도 사이에 성 문제가 일어났을 때, 권력이 더 큰 목회자가 비판을 받아야 한다. 약자인 상대 여성을 더 의심하고 비난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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