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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외면하는 교회, 어떻게 이웃 사랑 말하나"

제주 기독교인들, 예멘인 대응 간담회 "난민에서 자유로운 나라 없어"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7.19  13: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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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올해 6월 25일부터 예멘 난민 신청자 483명에 대한 난민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통 난민 심사에는 약 8개월이 소요되지만, 법무부는 2~3개월 안에 심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은 549명이다. 66명은 법무부가 5월 1일에 내린 출도 제한 조치에 해당되지 않는 이들로, 다른 지역에서 난민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제주이주민센터(한용길 사무국장)는 현재 제주에서 일자리를 구한 예멘 난민 신청자를 220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근무지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심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260여 명이다. 이들은 두 달 넘게 숙박 시설에서 단체로 지내며 구직 활동 중이다. 수중에 있는 돈도 떨어지고 있고, 곧 휴가철이라 숙박 시설도 이들의 장기 투숙을 곤란해하는 상황이다.

한용길 사무국장은 "일자리가 제일 시급하다. 그래야 숙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법무부가 올해 10월까지 심사를 끝내겠다고 했으니 3개월만 버티면 되는데, 제주에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일자리가 많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제주이주민센터는 현재 예멘 난민 신청자 57명을 수용해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제주에서 가장 큰 이슈 예멘 난민 신청자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논의하기 위해 제주 기독교인들이 모였다.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제주NCCK·제주YMCA는 7월 18일 '기독교인으로서 난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제주이주민센터 강의실에 모인 기독교인 40여 명은 난민 신청자들이 심사에 제대로 응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제주 교계가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제주 기독교인들은 예멘 난민 신청자를 도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사진 제공 김형석

오랜 전쟁으로 세계 최빈국 된 예멘
제주 난민 신청자 500여 명은 '피난민'
"예멘 범죄율 낮고 여성·아동 보호
도민 갈라진 상황, 교회가 중심 잡아야"

외과의사로 예멘에서 13년간 민간 병원을 운영한 인터서브코리아 박준범 전 대표는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예멘 상황을 소개했다. 오랜 독재와 잦은 전쟁으로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는 예멘은 보건·교육·의식주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문해율, 평균 수명, 1인당 실질국민소득 등을 바탕으로 각 나라의 선진화 정도를 나타내는 인간 개발 지수(Human Development Index·HDI)가 전 세계 178개국 중 168위를 기록할 정도로 열악하다(대한민국은 18위).

박준범 전 대표는 제주에 온 예멘 난민 신청자 500여 명이 전쟁과 기근을 피해 온 '피난민'이라고 했다. '젊은 남자만 왔다', '모두 무슬림이다'라는 이유로 이들을 분석과 해석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고국에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가족들을 대표해서 온 이들이다. 안정된 환경에서 일자리를 구해 하루빨리 가족들 생계비를 마련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난민 신청자가 젊은 남성들로만 구성된 건, 이들이 가정의 주요 노동력이고 다수가 움직이는 것보다 혼자가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슬림권 국가에서 오랜 기간 살았던 경험을 소개하며 국내 만연한 이슬람포비아를 지적했다. 무슬림 사이에 집단 강간 문화가 있고, 대다수가 테러리스트이며, 여성을 함부로 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무슬림은 술을 안 마셔서 범죄율이 높지 않다. 예멘은 술집도 거의 없어 한국처럼 사람들이 술에 취해 폭력이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건을 접하기 어렵다. 여성과 아동은 약자로 인식해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여성이 버스에 타면 남성들이 모두 자리를 양보할 정도다."

박 전 대표는 예멘 난민 신청자를 대할 때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 방송에서 본 충격적인 장면을 소개했다. 식당에 일하고 있는 예멘인이 돼지고기를 손으로 조리하고 있었다. 돼지고기는 이슬람에서 부정한 음식으로 여기고 있다. 이 모습이 동료들에게 알려지면 그는 사회에서 매장당한다.

그는 "이슬람 교리나 문화상 예민한 부분은 존중해 줘야 한다. 물론, 이들도 한국 문화를 배워야 한다. 다른 나라보다 노동시간이 길고 근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문화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혐오하는 건 갈등만 부추긴다"고 말했다.

지난주 제주에서 제주난민인권범도민위원회 김성인 위원장과 함께 예멘 난민 신청자를 만난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당시 제주 교계가 예멘인에게 아무런 지원도 하고 있지 않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오히려 제주도가 아닌 다른 지역 목사들이 돈을 모아 제주이주민센터에 2층 침대 20여 개를 설치했다.

"난민 수용을 놓고 도민들이 찬반으로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중심을 잡고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예멘 난민 신청자는 올해 안에 심사가 끝나면 제주를 떠날 이들이다. 환란을 피해 우리 곁에 잠깐 머물다 간 이들을 교회가 또다시 외면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교회가 부담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지역사회에 이웃 사랑을 말하겠는가."

박 대표는 제주에 있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어떤 경로로 입국했는지 발표했다. 이들은 예멘 여러 도시에서 지부티와 수단을 거쳤다가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한국에 왔다. 사진 제공 김형석

'아랍의 봄' 이후 중동 내전 심화
강제 이주민 6850만 명, 두 배로 급증
한국도 해마다 난민 신청자 증가
"국민 여론 존중하면서 속도 조절해야"

21년간 탈북민과 난민을 돕고 있는 이호택 대표(피난처)는 최근 중동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이주민과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지구상에서 난민 이슈와 무관하게 지낼 수 있는 나라는 더 이상 없다"며, 이번 제주 예멘 난민 이슈는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고 말했다.

중동은 2011년 튀니지를 시작으로 대다수 나라가 '아랍의 봄' 영향을 받았다. 민주화와 세계화를 열망한 민중의 거센 요구는 튀니지·이집트·리비아·시리아·예멘·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독재 정권을 잇따라 무너뜨렸다. 그러나 권력의 공백를 차지하기 위해 정부군과 반군, 주변국,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이 대립하면서 중동은 혼란의 땅이 되었다.

이 대표는 "현재 전쟁과 박해 때문에 발생한 강제 이주민이 6850만 명이다. 국내 실향민이 4000만여 명이고, 난민이 2500만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랍의 봄 이후로 거의 두 배가 늘었다. 이러한 강제 이주민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도 난민 신청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1992년 난민 협약에 가입한 뒤 1994년부터 난민 신청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1994년부터 2013년까지 20년 동안 누적 난민 신청자는 5580명이다. 2년 전부터는 7541명(2016년), 9942명(2017년), 7737명(2018년 5월까지)으로 난민 신청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난민 인정률은 4.1%로 전 세계 평균 인정률(24.1%)의 1/6 수준이다.

이호택 대표는 "해마다 난민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률은 너무나 저조하다. 난민법이 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무조건 난민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난민 신청을 남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다만, 정부의 인정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우리가 난민 심사를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최근 제주 예멘인 이슈가 불거지면서, 난민 수용 반대 단체는 난민법을 폐지하거나 난민 협약을 탈퇴하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이러한 주장에 "난민 협약에 가입한 145개국 중 탈퇴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국제적 망신이 될까 우려스럽다. 법을 없앤다고 해서 몰려오는 난민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외에도 난민 수용 반대 단체는 △범죄 증가 △테러 불안 △일자리 잠식 △세금 및 복지 부담 등을 이유로 예멘 난민 신청자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한국 사회가 아직도 단일민족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이주민을 수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며, 국민 여론을 존중하면서 적절한 속도로 난민 이슈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택 대표는 전 세계에서 난민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어떤 나라도 난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김형석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 사무총장 이승열 목사는 성경이 난민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 발제했다. 성경에는 '거류민'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이스라엘 사람은 거류민을 자신들과 동등하게 대하며 같은 땅에 살게 했다. 이들이 굶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었고, 이스라엘 공동체에 속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누구나 할례를 받고 들어오게 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은 토착민과 거류민 구분 없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한다. 난민을 돌보고 섬기는 게 교회의 일차적 책임이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간담회에서 난민을 둘러싼 가짜 뉴스에 대한 팩트를 체크했다. △정부가 난민에게 월 138만 원을 지원한다 △기독교 국가 레바논이 무슬림 난민을 수용해서 이슬람 국가가 됐다 △난민을 수용하면 범죄율이 증가한다 △예멘 난민이 취업 브로커를 거쳐 입국했다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거짓으로 드러난 루머가 이번 예멘 난민 이슈와 함께 다시 거론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돌고 있는 자극적인 뉴스는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고 선별해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발제자들이 발표를 마치자 일부 참석자는 거세게 항의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난민대책범도민연대 측 관계자들은, 외부인들이 도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들은 도민들이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예멘 난민 신청자를 모두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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