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지난 10년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교회 1057개가 문을 닫았다. 평균 3.5일당 1개꼴이니, 매주 주일예배를 하러 가는 사이에 교회 두 곳이 문을 닫는 셈이다.

교회 1500개가 생기는 동안 1000여 개가 문을 닫았다. 이는 자영업자 폐업률과도 유사한 수치다. 2017년 1월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 통계 연보>에 따르면, 하루 평균 3000명이 창업하고 2000명이 폐업했다.

예장합동 산하 노회들은 매년 정해진 양식에 따라 교회명, 담임 교역자 이름, 주소, 폐교 일자를 총회에 보고한다. 여기에는 폐교 사유도 "재정 없음", "교인이 떠남"과 같이 간략하게 적혀 있다.

 

10년간 문 닫은 교회들의 폐교 사유는 크게 8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19.6%(224개)가 직접적 사유로 '재정'을 꼽았다. 월세 낼 돈이 없어 보증금에서 월세를 차감하다가 바닥이 났다는 곳들이 눈에 띄었다.

2008년 문 닫은 파주 ㄱ교회는 "교회 월세로 보증금 다 지불. 재정 유지 불가능"이라고 썼다. 남양주 ㄴ교회는 "2005년 개척하여 5년간 계속된 월세 보증금 차감으로 재산이 남지 않았고, 건물주가 2011년 3월 말까지 계약 만료를 이유로 이전을 요구하였으며, 교인은 10명 미만으로 더 이상 교회 이전도 운영도 어려워 폐교하였음"이라고 보고했다.

2012년 문 닫은 서울 서초구 ㄷ교회는 "담임목사 1월 지병으로 소천. 지병으로 보증금도 없는 상태이며 교인도 없으므로 더 이상 교회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음"이라고 썼다.

다른 요인을 살펴보면, 교인이 없어서 문 닫은 경우가 16%(182개), 타 교회로 청빙받거나 교회를 사임하며 문 닫은 경우가 12.3%(140개), 교회를 합병한 경우가 9.9%(113개), 건강 문제나 목회자 사망으로 문 닫은 경우가 9.2%(105개)였다. 특히 105건 중 40여 건은 목회자 사망으로 폐교했다. 사유를 밝히지 않은 교회는 13%(148개)였다.

이외에 신천지가 들어와 교인들이 떠났다는 교회나 정치적 문제로 교단을 탈퇴하거나 제명된 사례도 있었다. 지역 재개발로 교회가 문을 닫은 교회도 10곳 있었다.

폐교 사유는 제각각이지만 결국 대부분 교회를 유지할 수준의 교인이 없고 재정 능력도 안 된다는 것으로 귀결한다. 담임목사가 다른 교회로 임지를 옮겨 문 닫는 경우와 목회자가 은퇴하거나 사망한 경우도 다른 목회자를 데려올 만한 상황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나' 싶어 개척했다가…"
"지금은 서로 '양 도둑질' 하는 시대"
"시설 갖추지 않으면 경쟁 어려워"

<뉴스앤조이>는 폐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목회자 중 15명을 선정해 구체적 사유를 물어봤다. 이들 중 5명이 취재에 응했다.

2011년 부산에 개척했다가 2년 만에 문을 닫은 A 목사는 폐교 사유를 '재정'이라고 적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마침 개척할 환경이 돼서 '하나님이 원하시나 보다' 싶어 개척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짜리 20평 건물을 얻어 시작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전공한 그는 기존과 차별화한 목회를 하려 했다. 예배당 한쪽 건물에 상담실을 꾸미고 주민에게 무료로 상담해 줬다. 반응이 좋았고, 하나둘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해 교인이 20명까지 늘었다.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돈이 문제였다. 매달 40만 원 이상 마이너스 되는 교회 운영비를 마련할 수 없었다. A 목사는 "그렇다고 처음 나온 교인들에게 헌금하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A 목사 부부가 돈을 벌어 교회에 붓는 상황이 지속됐다.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13만 원짜리 사택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웠다. 겨울에는 실내 온도가 평균 12도 수준이었다고 했다. 2년간 버티다 교회 문을 닫았다.

서울 강남에 2011년 개척했던 B 목사는 2016년 노회에 폐교 신고를 하고 지금 렌탈 사업을 한다. 교회 자체를 닫은 건 아니지만, 가족과 친지 소수만 일주일에 한 번 모인다. B 목사는 "1년간 새벽 기도를 매일 해도 사람이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사람 몇 명이 함께 개척을 시작했지만 결국 다 큰 교회로 떠났다. 강남이라 임대료는 비쌌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B 목사는 "강남에도 교회가 너무 많아서 '나도 여기에 교회 간판 하나 걸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고 말했다. 1000만 원 가지고 개척을 시작했다는 그는 "시설에 투자하고 경쟁력을 갖춘 후 시작하면 좋은데, 너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니까 어렵다. 아무래도 교인들이 시설을 보는 것 같다. 어차피 지금 목사들은 수평 이동하는 교인들 잡으려고 한다. 신도시에는 규모 있는 교회 담임목사들도 개척하고 싶어 하더라. 세곡동만 해도 교회가 많이 들어갔다. 다 이사 오는 사람들 잡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북부 한 도시에서 은퇴한 C 목사는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교회를 다른 교회와 합병했다. 그는 "내가 신학교 다닐 때는 십자가만 세워 놓으면 부흥하던 시기였다. 나는 농촌에 교회를 세우고 아이들을 철저히 가르쳤다. 그 아이들이 도시에 나가서도 교회를 다녔다. 이를테면 주일학교는 '투자'고 장년부는 '수입'이었던 시절이다. 지금은 주일학교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요즘 후배 목회자들이 왜 고전하는 것 같은지 묻자, C 목사는 "지금은 장년 교인들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려고 서로 '양 도둑질' 하는 시대라 그렇다. 옛날에는 교회 옮기려면 이명 증명서 떼 줘야 했지만 요즘은 그런 것도 없지 않나. '관계 전도' 하라고 하니까 다른 교회 다니는 지인들을 데려온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목회하는 D 목사는 개척 3년 만에 교회를 닫고 개척하기 전 담임지로 돌아갔다. D 목사는 "보통 개척 후 3~5년 정도 지나도 교인이 늘지 않고 정체될 때, 다른 데서 제의가 오면 중·대형 교회 부목사 등으로 임지를 옮기고 폐교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명 의식을 갖고 개척한 교회를 닫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렇지만 가족 때문에 언젠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광주 기준으로 20명 정도 출석하고 10명 정도 십일조하면 자립할 수 있겠지만, 그게 힘들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서 목회하다 교회를 합병하고 시골로 이사한 E 목사는 "외람되지만 잘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척 2년이 지났을 때 40여 명이 모였는데, 시골 목회를 하기 위해 전주 내 다른 교회와 합병하고 임지를 옮겼다.

E 목사는 공동체성을 강조했다. 교회를 합병한 이후에도 기존 교인들이 전주에서 차로 40~50분 떨어진 곳까지 예배하러 온다고 했다. 전주에 그 많은 교회를 두고 왜 이곳까지 오려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교회가 고전하고 문 닫는 이유는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다운 교회가 없어서인 것 같다"고 했다.

2008~2017년 문 닫은 예장합동 교회는 1057개였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출처 플리커

기초 단체 229곳 중 10년간 예장합동 교세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곳은 49곳(21.3%)이다. 서울만 해도 6개 구(광진·동대문·송파·중랑·성동·성북)에서 교회가 줄었다. 그러나 수도권 신도시에 신규 개척 교회가 몰리는 탓에, 아직까지 수도권에서 교회가 줄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지방은 다르다. 지방 기초 단체 15곳은 10년간 교회가 1개도 생기지 않거나, 있던 교회가 없어졌다. 전남 5곳(나주·곡성·구례·고흥·완도), 강원 4곳(홍천·화천·인제·고성), 경북 3곳(영주·의성·영양), 충남(청양)·전북(진안)·대구(달성) 각각 1곳이 없어졌다.

<뉴스앤조이>가 인터뷰한 목사들은 자신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하나같이 교회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수요를 생각하지 않고 목회자를 많이 공급하고 있다는 것은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그렇다면 교단은 어떤 대책을 세웠을까. 다음 기사에서는, 예장합동 교단이 매년 배출하는 목회자가 실제로 몇 명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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