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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교인⑥] 현대판 노예해방을 외치다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7.17  18: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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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처음부터 평신도 운동이었다. 교회 역사에 있었던 교회 갱신이나 부흥은 성직자의 권력 독점에 대항해 평신도의 권리와 의무를 되찾으려 했던 운동이었다." - <존 스토트가 말하는 목회자와 평신도>(아바서원)

'그리스도인'은 교회 안에서 봉사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뉴스앤조이>는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진격의 교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합니다. 말씀대로 살기 위해 진격하는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한국 사회에 보여 줘야 할 진정한 기독교의 역할과 모습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삶의 기로에서 소명과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 전문 영역에서 기독교인으로서 고군분투하며 사는 집사님·권사님·장로님, 성경에서 가르치는 모습을 좇아 약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교인분들을 소개합니다. 제보도 환영합니다. 주변에 '진격의 교인'이 있다면 언제든지 <뉴스앤조이> 홈페이지이메일페이스북카카오톡 등으로 알려 주세요.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김종철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올해 미 국무부에서 수여하는 '2018년 인신매매 척결 영웅상'을 받았다. 한국에서 인신매매와 관련해 인권 운동을 열심히 한 결과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 무슨 인신매매인가 싶겠지만, 사회적 약자들 특히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는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올해 3월, 제주에서 한 갈치잡이 배 선주가 베트남 출신 선원을 바다에 빠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선주는 이 선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고 급기야 바다로 밀어 넣은 것이다. 국민들은 충격적인 뉴스에 경악했지만, 이런 형태의 인신매매는 이슈가 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인신매매라고 인식조차 되지 않았다.

인신매매는 영화에 나오는 모습처럼 여성이나 아동을 납치하고 감금 및 폭행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 같지만,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복잡하고 교묘하다. 국제사회가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채택한 '팔레르모 의정서'에는 "착취를 위해 사기·폭행·위협 등으로 사람을 모집·운송·이송하는 경우"를 모두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있다.

김종철 변호사는 2011년 공익법센터 어필을 창립해 국내 인신매매 피해자와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의 강제 노동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다. 이들을 위한 권익 옹호 활동도 하고 있다. '인신매매 척결 영웅상'을 받은 것도 이런 활동 때문이다.

김 변호사를 7월 16일 공익법센터 어필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 사회에 모처럼 '난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그는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지난해 촛불 혁명으로 전 세계를 놀랍게 한 시민들이 지금은 난민 반대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 현대판 노예제 실태를 고발하며 이주 노동자와 난민 옹호 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2018 인신매매 척결 영웅상 수상
국내 이주 노동자 강제 노동 피해 심각
사업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미비

- 지난달 28일, 미 국무부 폼페이오 장관과 수석고문 이방카 트럼프 사이에 서 있는 사진을 봤다. '2018 인신매매 척결 영웅상'이라는 이름이 특이한데, 어떤 상인가.

미국은 2001년부터 매년 전 세계 인신매매 실태와 각 정부의 인신매매 방지 노력 등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활동한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인신매매 척결 영웅상도 수여하고 있다. 올해는 총 10명을 선정했다. 과분한 상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국내 인신매매 문제에 관심을 갖길 바라고 있다.

- '인신매매'라는 말을 들으면 단적으로 사람을 납치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들었다.

'인신매매'라는 단어보다 '현대판 노예제'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인신매매의 정의는 팔레르모 의정서(정식 명칭은 '인신매매 특히 여성 및 아동의 인신매매·예방·억제·처벌을 위한 의정서'. UN의 국제 범죄 조직 방지 협약에 부속된 의정서로, 한국을 포함한 159개 UN 회원국이 2000년 이탈리아 남부 도시 팔레르모에서 채택했다. - 기자 주)에 자세히 나와 있다.

팔레르모 의정서는 인신매매를,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 무력행사, 납치, 사기, 기만, 권력 남용 등으로 사람을 모집·운송·이송·은닉·인수하는 일련의 행위로 규정한다. 여기서 착취는 성적 착취, 노동 착취, 장기 탈취 등을 의미한다.

- 국내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는 어떤 사례가 있나.

이주 노동자들이 원양어선이나 고기잡이 선박에서 겪는 인권침해가 있고, 공연 종사자로 온 이주 여성들이 고용주 강압에 성 착취를 당하는 일도 있다. 해외에 있는 국내 기업 공급망에서 벌어지는 강제 노동 문제도 크다.

고용주나 중개인들이 이주 노동자의 취약성을 이용한다. 이주 노동자는 대부분 가난하거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모집 단계부터 인신매매 피해에 노출되어 있다. 좋은 조건이나 대우를 쉽게 요구하지 못한다. 계약서도 읽어 보지 못한 채 서명하는 이들도 있다. 이 과정에서 불리한 계약을 당하거나 터무니없이 많은 수수료를 내고 한국에 입국하기도 한다.

노동 현장에서는 온갖 착취를 당한다. 장시간·저임금 노동, 임금 체불, 욕설과 폭언, 열악한 근로 환경 등. 이주 노동자들은 사업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쉽게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구직 과정에서 수수료를 많이 지불했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거나,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이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버티는 거다. 고용주에게 여권을 빼앗긴 채 근무하는 이도 많다.

- 사법 당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나.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당국에 도움을 요청해도 소용없다. 당국은 인신매매 피해자를 피의자로 본다. 잠재적 범죄자 내지 불법체류자로 대하는 것이다. 출입국관리소에 도움을 요청해도 도움은커녕 강제 퇴거를 당한다. 당국은 이주 노동자들의 취약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주는 오히려 당당하다. 비록 열악한 조건이지만 돈을 벌게 해 줬으니 괜찮다는 논리다. 가난한 나라에서 데리고 와 일하게 했다며 착취를 정당화한다. 실제 우즈베키스탄에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강제 노동 현장을 조사하러 갔을 때, 한국대사관 직원이 이런 말을 했다. 이 나라 사람은 모두 가난하고 먹고살기 어려우니, 차라리 아이들도 공부 대신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이다.

고용주들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이주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한다. 감금하고 폭행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으나,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이들을 강압한다. 술집에서 공연하는 대신 손님과 대화해 술이나 주스를 일정량 얻어먹으면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성매매를 하는 경우에는 훨씬 많은 점수를 준다. 매주 점수를 정산하는데,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임금을 주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계속 압박하는 거다. 그래서 이주 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사법 당국에 도움을 요청하면 감금이나 폭행 등 물리적 강압이 없으니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들은 권력 관계에서 하위에 있기 때문에 물리적 피해가 없어도 강요를 당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

- 인신매매 피해자를 위해 어필에서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인신매매 피해를 받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은 이주민 중 가장 취약 계층에 해당하는 이들이다.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법적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와 함께 국내 인신매매 실태를 알리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입법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은 팔레르모 의정서를 비준한 국가지만, 이를 법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법을 새로 제정해야 한다. 현행법으로는 인신매매 가해자를 처벌할 근거가 미비하다. 형법에 있는 인신매매 개념이 '납치' 수준으로 협소하기 때문에,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복잡하고 다양한 사례를 단죄하기 어려운 것이다.

현장에서 이주민을 만나다 보면 한국 사회가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것을 보게 된다. 모든 이주민이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강제로 이주된 사람들, 인신매매 피해자, 돌아갈 곳이 없는 난민들은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

김종철 변호사가 미 국무부 폼페이오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그는 2018년 인신매매 척결 영웅상을 수상했다. 사진 제공 어필

가짜 뉴스로 반대 여론 확산
난민 심사 제도, 한 건에 4~5년 소요
신속하면서 공평·투명한 절차 요구

- 현재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 신청자 500여 명이 몰려오면서 난민 이슈가 커졌다. 7월 5일,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53.4%이고 찬성이 37.4%다. 반대 여론이 높다.

제주 예멘 난민 이슈는 한국 사회에 인종주의가 얼마나 깊이 박혀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주는 계기였다. 마치 숨을 쉬고 있을 때는 공기가 자연스러워 잘 인식할 수 없었던 것처럼, 평소 우리 안에 인종주의가 얼마나 심했는지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법무부장관까지 했던 어떤 분은 토론회에 나와, 난민 때문에 우리 딸이 위험하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말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인종주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절망감도 든다. 난민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꼭 보수 단체에 속한 이들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거리에 나와 함께 촛불을 들었던 이들도 난민을 반대한다. 수많은 촛불 시민이 거리에 나와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연대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깨달은 건 우리가 꿈꿨던 세상이 같은 세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난민을 향한 혐오를 마음껏 표출하고 제노포비아가 넘치는 사회가 평화롭고 정의로운, 번영하는 사회와 양립할 수 있는 건지 나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반대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 안에 두려움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사회 안전에 위협을 받는 건 아닌지, 많은 세금이 난민에게 쓰이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왜곡된 소문과 가짜 뉴스를 근거로 잘못된 쪽으로 경도된 측면이 큰 것 같다. 정부와 언론이 팩트 체크만 성실하게 해도 어느 정도 오해가 풀릴 거라 기대한다.

- 지난달 25일, 제주 예멘인 난민 신청자 489명에 대한 난민 심사가 시작됐다. 정부는 6~8개월 소요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부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이들은 난민 심사 기간을 악용하는 난민 신청자가 있기 때문에 심사 기간을 단축하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난민 심사에 4~5년 걸리는 경우도 있다. 출입국관리소 심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해 법원 소송까지 진행하는 거다. 난민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리는 건 심사 인력이 부족한 이유가 크다.

난민 심사 제도를 신속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보충하고 절차를 다듬어야 한다. 현재 많은 난민 신청자가 출입국관리소 판결에 불복하고 법원 소송까지 진행하는 건, 심사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난민을 수용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질문부터가 잘못됐다. 대한민국은 난민 협약에 비준했고 난민법을 제정한 국가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난민을 보호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런데 현재 정부는 난민 이슈에서 한 발자국 빠져 있는 모양새다. 난민 수용을 놓고 시민들이 찬반으로 갈라져 있으면, 정부가 할 일은 난민 협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인종주의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6월 30일 광화문에서 열린 난민 반대 집회 모습. 최근 여론조사 결과,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높게 나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나그네 정체성 지닌 기독교
한국교회, 하나님·이웃 사랑하라는 
이중 명령 순종해야

- 변호사로서 돈 안 되는 인권 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에 기독교 신앙이 영향을 미쳤나.

내가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난민 지원 기관 '피난처'에서 일했을 때부터다. 공익법센터 어필을 만들고 취약 이주 노동자와 난민을 돕는 일을 하면서, 성경을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 

성경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독교는 나그네 정체성을 갖고 있다. 야곱은 이집트에서 난민으로 지내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루었고, 예수는 태어나자마자 헤롯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이집트에서 피난 생활을 했다.

성경은 너희가 나그네였기 때문에 이방인을 환대하라고. 하나님이 오늘날에 난민의 형상으로 우리 곁에 찾아오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이들 중에는 기독교인도 있다. 한국교회는 난민 이슈에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같다.

지난주 촛불교회가 주관한 '난민 환대를 위한 기도회'에 참석했다. 설교를 전한 이정배 교수는 예수의 족보에서도 난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며 교회가 난민과 나그네를 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 동의한다. 그런데 요즘 교회가 나서서 난민 혐오를 더 조장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보면 강도 만나 반쯤 죽게 된 사람이 땅에 널브러져 있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그를 보고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 왜 그냥 지나갔을까?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아마 그들은 두려웠을 것이다. 그 사람이 죽었다면 죽은 사람을 만진 자신이 더러워질까 두려웠을 것이고, 그 사람이 살았다면 혹시 거짓으로 피해를 입은 척 하는 강도가 아닐까 두려웠을 것이다. 마치 테러를 피해 도망쳐 온 난민들에게 "너희는 피해자 행세를 하는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마리아인은 강도 만난 사람을 돌봐 준다. 사마리아인의 이러한 환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그것 역시 두려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강도 만나 땅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을 그냥 두면 그 사람이 죽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말이다. 우리가 난민을 볼 때 가져야 할 두려움은 바로 이런 두려움이어야 한다. 미디어는 연일 이들이 한국에 있으면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을 끼치게 될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고 싶다면, 우리가 제대로 보호를 못해 난민들이 본국에서 얼마나 위험에 빠지게 될지 두려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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