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소득 주도의 경제성장을 천명하며 부동산 불로소득과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며 양도세를 강화하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4월에는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하는 개헌안을 내놓기도 했다. 자연스레 올해 상반기 기획재정부(기재부·김동연 장관)가 주도하는 보유세 개편에 관심이 쏠렸다.

기재부는 7월 6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개편안은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개혁특위·강병구 위원장)가 3일 전 내놓은 권고안보다 후퇴한 '찔끔 증세'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개편안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5%P씩 인상해 2020년까지 90%로 올린다고 나와 있다. 종부세는 공시지가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뒤 다시 세율을 곱해 계산한다. 따라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높을수록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재정개혁특위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5%P씩 인상해 100%까지 늘리라고 권고한 바 있다.

주택분 세율은 재정개혁특위 권고안과 큰 차이 없다. 과세표준 6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에게는 현행 세율을 적용하고, 6억 원 초과 보유자부터는 단계별로 0.1~0.5%P씩 인상한다(권고안: 0.05~0.5%P 인상). 단, 6억 원 초과 다주택(3개 이상) 보유자는 0.3P%씩 추가 과세한다. 종합합산토지분(5억 원 이상 비사업용 토지) 세율도 재정개혁특위 권고안대로 0.25∼1P%씩 올린다.

별도합산토지분(상가·빌딩·공장 부지 등 80억 원 이상의 사업용 토지) 세율은 현행 유지하기로 했다. 구간별 0.2%P씩 인상하라는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이번 종부세 개편으로 연간 세수 효과를 7422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을 적용할 시 예상되는 연간 세수 효과 1조 881억 원보다 3459억 원 감소한 수치다. 종부세 개편으로 실제 영향을 받는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 수도 2만 6000명에 불과하다. 전체 종부세 납세자 27만 4000명에서 약 9%다. 다시 말하면, 10명 중 9명은 종부세가 개편돼도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가 7월 6일 종부세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김동연 장관(가운데)이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기획재정부

남기업 소장(토지+자유연구소)은 "기재부가 종부세를 조금만 강화하는 데 그쳤다. 보유세 자체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인데, 너무나 미흡한 개혁안이 나왔다. 종부세는 보수 정권을 거치면서 본래 의미가 퇴색됐다. 토지공개념을 기반으로 새로운 국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헨리조지포럼 공동대표 전강수 교수(대구가톨릭대)는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 강화에 미온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찔끔 증세'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이번 개편안으로는 공평 과세를 실현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헨리조지포럼과 토지+자유연구소, 기본소득네트워크, 한신대 SSK 4차 '산업혁명과 기본 소득' 연구팀은 7월 16일, '가라, 종부세! 오라, 국토보유세!'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이태경 사무처장(헨리조지포럼)과 전강수 교수는 종부세가 갖고 있는 한계를 지적하며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하고 국토 보유세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토지공개념 헌법 명문화 촉구
역대 정부 여러 차례 관심
종부세, 고전주의 경제학 계승
자본주의·시장경제 활성화

문재인 정부는 올해 3월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했다.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128조 2항)"는 내용이다.

그러나 개헌안은 국회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다. 이태경 사무처장은 "현행 헌법에 이미 토지공개념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긴 하지만, 헌법에 자세히 명시해야 앞으로 관련 법안을 제정할 때 근거가 더욱 명확해진다. 정부와 국회는 토지공개념 개현과 관련한 논의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은 지난해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서 여러 차례 조명을 받았다. 이 개념은 훨씬 오래전부터 여러 정부의 관심 사안이었다. 제도를 처음 구현한 건 이승만 정부다. 이태경 처장은 "이승만 정권이 한국전쟁 직전 단행한 농지개혁에 토지공개념이 담겨 있다. 당시 조봉암 농림부장관은 농지개혁을 유상몰수·유상분배 방식으로 지주들에게 불리하게 설계했다"며, 이 개혁으로 지주 계급이 소멸하고 자작농이 크게 늘어났다고 했다.

난개발로 대한민국을 투기 공화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박정희 정부도 임기 말, 토지공개념을 거론했다. 1970년대 말, 당시 신형식 건설부장관은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땅덩이 안에서 토지의 절대적 사유물이란 존재하기 어려우며, 주택용 토지, 일반 농민의 농경지를 제외한 토지에 대해서는 공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토지공개념에 관심을 보였다.

노태부 정부는 당시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이 일으킨 부동산 대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토지초과이득세법)을 제정했다.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는 토지공개념을 기반으로 한 가장 대표적인 제도로 알려져 있다. 이태경 처장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는 것을 정책 목표로 세운 이 제도는, 토지공개념에 가장 부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지공개념 제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노태우 정부가 제정한 3법 중 두 법안은 얼마 안 돼 폐기됐고, 개발이익환수법도 2003년 말 효력이 정지됐다. 종부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래 의미를 잃어버렸다.

이태경 사무처장(왼쪽)은 토지공개념 개헌 논의가 재개돼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일부는 토지공개념이 사유재산제 근간을 흔들고 헌법에 어긋난 제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처장은 이러한 비판에 "악의적인 왜곡"이라고 일축했다. 토지공개념이야말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토지공개념은 자본주의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아담 스미스를 비롯해 데이비드 리카도, 존 스튜어트 밀 등 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의 사상을 계승한 이념이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지주제를 증오했다. 지주들이 자본가나 노동자와 달리 생산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이들이 생산한 가치를 지대(rent)로 빼앗는 일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 처장은 "경제학자들의 문제의식을 헨리 조지가 계승해 토지공개념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토지공개념이 오늘날 부동산 공화국이 된 한국 사회에 여전히 유효한 이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과 사회가 만든 토지 가치를 토지 소유자가 독식하는 지대 추구 사회는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킨다. 아울러, 토건형 산업구조를 고착화하고 부정부패를 양산하며 기업가 정신과 근로 의욕을 위협한다. 현재 대한민국이 이와 같다.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고 제2의 농지개혁을 단행해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부세, 보유세 강화에 기여하지만
과세 형평 및 조세 저항 한계 뚜렷
국토 보유세, 모든 토지에 일률 과세
모든 가구에 토지 배당금, 96% 순수혜

전강수 교수는 부동산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공개념을 기반으로 한 '국토 보유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불균형 문제가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며, 모든 토지 소유자에게 일률적으로 과세하는 조세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부세를 개편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는 회의적이었다. 전 교수는 종부세가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 누진과세해 부동산을 과다 보유하려는 동기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고, 보유세 강화라는 한국 부동산 정책의 오랜 숙제를 일부 해결한 의의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종부세는 극소수의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증세 여지가 적고 보유세 강화를 의미 있게 추진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전 교수는 말했다. 주택·종합합산토지·별도합산토지 등 용도별로 차등 과세하기 때문에 전체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도 어렵고 용도별로 토지를 과다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특히, 별도합산토지(상가·건물 등)에는 종합합산토지보다 과세 비중이 가벼워 형평상 문제가 발생한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그리고 소위 '갓물주'라 불리는 이들이 도시에서 보유하는 토지가 대부분 별도합산토지이기 때문이다.

전강수 교수(오른쪽)는 종부세를 중심으로 보유세를 개편하는 방안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토 보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전 교수는 종부세의 한계를 극복한 조세제도로 국토 보유세를 꼽았다. 국토 보유세는 종부세와 달리, 용도별 차등 과세를 폐지하고 전국에 있는 토지를 인별 합산해 과세하는 제도다. 종부세는 토지뿐만 아니라 건물에도 과세하기 때문에 개발과 투자를 위축하게 한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국토 보유세는 토지에만 세금을 부과해 조세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국토 보유세의 대표적 이점은 납세자의 조세 저항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종부세는 극소수의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과세 대상으로 삼았음에도, 시행 당시 '세금 폭탄'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국민 저항에 부딪혔다. 국토 보유세는 세수를 모든 국민에게 1/n씩 '토지 배당'으로 분배하기 때문에 이러한 저항을 피할 수 있다.

전 교수는 "국토 보유세를 도입할 경우 매년 세수로 15.5조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토지 배당으로 모든 국민에게 분배할 경우, 전체 가구의 96%가 순수혜를 누릴 것이다. 토지 배당금을 지역 화폐로 분배하면 지역 상권을 발전시키는 등 일석 삼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토 보유세가 부동산 공화국과 부동산 특권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보유한 이들이 필요 이상의 토지를 매각할 것이고 토지 소유 불평등을 완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토지 매입에 몰두해 온 재벌과 대기업도 토지를 처분하고 생산적인 투자 활동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