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싸워야 할 일이 널려 있다. 그중 하나가 난민 문제다. 전 세계 좌파들이 똘똘 뭉쳐 무슬림 난민을 가지고 기존 질서를 흔들어 보려고 한다. 과연 난민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여도 될까. 문제가 굉장히 많을 것이다. 토론회 결과를 모아 난민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법 개정안을 내놓겠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말을 마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김진태'를 연호했다. 김 의원은 현행 난민법을 비판하며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난민법 개정을 위한 국민 토론회'가 7월 11일 김진태 의원 주최 및 우리문화사랑국민연대·자유와인권연구소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김 의원을 포함해 정진석·원유철·전희경·유기준·심재철·이주영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얼굴을 비쳤다. 난민법 토론회는 교계도 관심을 보이는 행사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전계헌 총회장은 7월 5일 '이슬람 대책 아카데미'에서 참석자들에게 토론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것을 부탁했다.

행사 시간이 다가오자 대회의실 500석이 금세 가득 찼다. 주최 측은 좌석이 부족해 뒷줄에 의자를 추가로 배치했다. 해병대 군복을 입고 빨간 군모를 쓴 이들도 있었다. 토론회는 국민의례와 함께 시작했다.

김진태 의원은 현행 난민법을 비판하며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축사자로 나선 김승규 장로(전 법무부장관)는 "많은 애국 시민과 의원이 참석해 고무적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원하는 법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을 지금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선거에 꼭 이들을 당선시켜야 한다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치켜세웠다.

김 장로는 국가가 난민을 받아 주고 보호하는 일은 문명국가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난민법이 악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불법체류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난민 신청을 하고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온갖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발제자로 패널 6명이 참석했다. 난민법 개정을 논하는 자리였지만, 패널들은 이슬람권 출신 난민들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주로 소개하며 제주에 있는 예멘인을 모두 추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난민 이슈, 인권·인정에 호소하면 안 돼"
난민 협약 탈퇴, 난민법 폐기 주장
'모든 난민 신청자에게 생계비 지원'
가짜 뉴스로 판명된 내용들 유포

난민법 토론회에는 시민 5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사회를 맡은 박성제 변호사는 사람들이 예멘 난민 이슈를 착각하고 있다며, 500여 명을 수용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들이 온 말레이시아에는 무슬림 난민 15만 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난민을 수용하면 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신만섭 연구소장(우리문화사랑국민연대)은 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이유로, 아랍 국가들의 내전을 꼽았다. 그는 중동에서 발생한 전쟁 때문에 지금까지 유럽에 수백만 명의 난민이 유입됐고, 한국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랍 국가들의 내전 배후에는 미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있다며, 강대국들이 결자해지해서 난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난민 이슈는 정치적 시각으로 풀어 가야지, 단순히 인권·인정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류병균 대표(우리문화사랑국민연대)는 현재 대한민국이 가입하고 있는 난민 협약이 오늘날에 맞지 않고 오히려 분쟁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난민 협약을 탈퇴하고, 난민법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에 있는 예멘인을 국외로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류 대표는 "내전 중인 나라에서 왔다고 무조건 난민으로 볼 수 없다. 더군다나 무슬림 난민을 수용하면 자기들끼리 공동체를 형성해 한국 사회와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난민 심사를 중단하고 출국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영일 변호사(자유와인권연구소)는 난민을 돕는 일에 이견이 없지만, 가짜 난민은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 심사 과정에서 국민들이 낸 세금이 난민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며, 난민들이 자비로 본인이 난민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난민 신청자에게 6개월 동안 매월 1인당 약 43만 원을 지급하는 것은 자국민의 역차별을 조장하는 잘못된 제도라고 비판했다.

고 변호사 말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난민 신청자에게 6개월 동안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난민 신청자에게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별도 심사를 거쳐야 한다. 난민 신청자가 생계비를 받는 비율도 낮다. 지난해, 신청자 1만 3294명 중 436명(3.2%)만 지원을 받았다. 예멘 난민 신청자 중에는 아직까지 생계비를 받은 이가 없다.

"이슬람, 다른 종교와 공존할 수 없어
도민들 불안은 본능적인 반응"

난민과 무슬림을 향한 혐오 발언과 가짜 뉴스가 난무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패널들의 비판은 난민법에서 '이슬람'으로 이어졌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PC의 정체>(북앤피플)를 쓴 홍지수 작가는 이슬람의 실체를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이슬람이 △잠복 △인정 △침투 △대결 △강요 등 다섯 단계를 거쳐 서구 사회에 침투하고 있다며 무슬림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홍 작가는 이슬람은 다른 종교와 공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레바논 출신 브리짓 개브리엘을 소개했다. 개브리엘은 무슬림 난민들이 레바논에 들어와 기독교인을 학살하고 사회를 파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작가는 온건한 무슬림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슬람과 타협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이라고 말했다.

개브리엘은 자신이 경험한 일을 중심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그가 말한 사건은 팔레스타인 난민과 기독교 민병대 사이에서 벌어진 레바논 내전이다. 내전에서 무슬림 난민으로 이뤄진 민병대가 기독교인을 죽인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기독교 민병대도 많은 무슬림을 죽였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건을 개브리엘은 일부만 과장해서 호도하고 있다.

나라사랑어머니회 제주지부 이향 대표는 도민들이 예멘 난민을 반대하는 건 본능에 따른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독일 쾰른에서 북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일으킨 집단 범죄를 소개하며, 도민들이 느끼는 불안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독일 쾰른에서 무슬림 난민이 집단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맞지만, 이들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렀다는 말은 근거가 없는 말이다. 오히려 독일에서는 사건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독일 범죄 전문가 크리스티안 파이퍼는 지난해 말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서 쾰른에서 벌어진 사건은 북아프리카 난민이 독일 체류가 어려워져 저지른 범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북아프리카 난민과 달리, 무슬림인 시리아·이라크 난민의 범죄율은 낮았기 때문이다.

독일은 2015년 이후 난민 120만 명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을 대거 수용하면 범죄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독일 내 범죄 건수는 오히려 줄었다. 2017년 범죄 건수는 576만 건으로, 2016년보다 9.6% 감소했다.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현정은 대표는 <디스패치>가 인용 보도한 중동 언론 알자지라의 제주 예멘인 인터뷰를 소개했다. 제주에서 일자리를 구한 예멘인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감옥 같은 곳에서 살 바에는 예멘에 돌아가고 싶다며 불만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현 대표는 무슬림을 수용하면 앞으로 이들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라며, 강력한 법을 만들어 이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대표가 말한 인터뷰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 <디스패치>가 예멘인의 말을 오역한 것이다. 원본 영상을 보면, 예멘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는 예멘인은 실제 "예멘에서 평화를 가질 수 있다면 예멘으로 돌아가고 싶다. 우리가 태어난 곳이고, 자라 온 곳이고, 가족과 친구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이 제주 언론사를 통해 밝혀지자, <디스패치>는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패널들의 말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참석자들은 난민법을 비판하며 예멘인을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패널들에 열광했다. 발언자 말이 멈출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난민법을 만든 국회의원이 도대체 누구냐"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참석자들끼리 쌍용차 분향소에 인원이 적다며 토론회 이후 이동해야 한다는 말을 나누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1992년 노태우 정권 때 난민 협약에 가입했다. 난민법은 자유한국당 전신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이 대표 발의해 2012년 제정됐다.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다며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 국내 난민 인정률은 4.1%로 OECD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해 난민에 인색한 국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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