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부총회장에 입후보하기 위해 총회장에게 2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김영우 총장(총신대학교)의 배임증재 재판이 7월 11일 속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총회장이던 박무용 목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허활민 목사(주신교회)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 시작 전, 피고인과 고소인, 증인답지 않게 김영우 총장과 박무용·허활민 목사는 나란히 앉아 웃으며 담소를 나눴다.

먼저 검사가 허활민 목사를 신문했다. 허활민 목사는 김영우 총장이 박무용 목사를 만난 2016년 추석 직후, 박 목사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무슨 내용이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허 목사는 "'총장이 잘 봐 달라고 하면서 2000만 원을 주고 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허 목사는 "선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총회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다. 말을 안 해도 (선거 때문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박무용 목사가 뇌물 성격이니 돌려주지 않고 고소할 거라는 식으로 말해서, 자신이 변호사를 소개해 줬다고 진술했다.

허활민 목사는 문찬수 목사가 보낸 자책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선거관리위원이자 현 총신대 재단이사 문찬수 목사는, 2016년 부총회장 선거 이후 한 목사에게 "내가 대장 등을 밀었거든요. '한번 찾아가 보이소. 그래야 인사가 되는 거 아닙니까. 그게 사는 도리입니다.' 그게 칼이 될 줄 몰랐습니다. 모두 내 죄네요. 매일 죽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차마 혼자 죽을 수 없어서"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허활민 목사는 "문찬수 목사는 김영우 총장을 보필하는 사람이고, (선거) 캠프에 있던 사람이자 선거관리위원이었다. 문 목사가 김영우 총장에게 박무용 총회장을 찾아가 보라고 했고, 그 결과 때문에 자책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활민 목사(왼쪽)가 2016년 101회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무용 목사(오른쪽)와는 20년 친구 사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영우 총장 측은 2000만 원을 건네준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입후보를 도와 달라는 청탁 목적으로 건넨 돈이 아니라고 했다. 김 총장은 치료비나 선교비 명목으로 2000만 원을 건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반대신문에서도 김영우 총장 측 변호인은 허활민 목사에게 "박 목사가 선거 관련 얘기는 한 적 없나", "치료비·선교비 얘기는 하지 않지 않았나"라고 질문했다. 허 목사는 "그런 얘기는 한 적 없지만,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아도 (선거 때문이란 걸) 누구든지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변호인은 재차 "총회와 총신 관계가 좋지 않았고, 그 갈등 중심에 총회장 박무용 목사와 김영우 총장이 있기 때문에, 화해를 시도하면서 '잘 봐 달라'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문찬수 목사가 "한번 찾아가 보라"고 권유한 것도 총회와 총신 사이의 화해를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변호사가 이렇게 질문하자, 방청석에 있던 일부 총신대 학생이 실소하기도 했다.

허활민 목사는 "그건 아니다"고 답했다. 허 목사는 "총회와 총신 간 알력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문찬수 목사는 당시 선거관리위원이었다. 더 이상 얘기할 게 뭐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김영우 목사 측 변호인은, 허활민 목사가 102회 총회에서 '영구 제명'된 사람이고 이전 총회에서도 박무용 총회장 배후에 있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허 목사가 김 총장 고소를 부추긴 것 아닌지도 질문했다. 허 목사는 "기억이 나지 않아 확실히 답변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우 총장이 11일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이날 재판에서 허활민 목사와 함께 증인신문 예정이었던 안명환 목사(총신대 전 재단이사장직무대행)는 불출석했다. 김영우 총장 측 변호인은 안 목사가 고령으로 출석이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재판을 한 번 더 속행해 주면 안 목사를 대동하겠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이를 받아들여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8월 31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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