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가 언론에 여러 차례 거론되면서, 소셜미디어에는 무슬림과 관련한 가짜 뉴스가 확산됐다. 이들을 수용하면 국내에 테러·범죄 등이 일어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내용도 포함됐다. 난민 신청자, 인도적 체류자, 난민 인정자 등으로 구성된 난민의목소리(박천응 대표)는, 종교를 근거로 난민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난민들은 그저 다양한 종교·문화적 배경에서 온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다.

난민 심사 과정을 정당하고 합리적인 절차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난민 심사 과정을 끝내는 데 평균 2~3년 걸리는 등 지나치게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이다. 심사 기간 지연은 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체류 불안정을 초래한다. 이들은 정부가 전문 인력을 확대해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정당한 심사를 진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난민 인정자의 가족 결합 문제도 시급하다. 이들은 난민 인정자 중 1/3 이상이 고국에 있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난민 신청을 한다고 했다. 주거와 안정적인 직업이 없거나 경비가 부족해 가족을 데리고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난민의목소리는 난민 가족에 대한 정부와 시민사회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난민과 난민 신청자들의 문제를 이들만의 문제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국제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를 바란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고 도움의 손길을 내어 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문 전문.

한국 체류 난민들의 실상을 알리는 입장문

제주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로 난민 문제가 최근 한국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이 유엔 난민 협약을 맺은 것은 1992년이고, 2013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지만, 이제야 난민 문제가 국내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이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과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와 국제적 지위에 비해 난민에 대한 책임은 거의 지지 않고 있다. 이는 2017년 한국 난민 인정률이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 38%에 크게 못 미치는 1.8%인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국내에는 난민의 현황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다. 이를 접한 국민들은 불안과 두려움에 난민 수용을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에 난민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자 수가 64만을 넘어서고 있다. 난민 반대 여론을 넘어 난민 혐오, 인종주의적인 목소리가 크게 퍼지고 있다. 이에 국내에 거주하는 난민들(난민신청대기자, 난민인정신청자, 인도적 체류 허가자, 난민 인정자) 당사자들이 모였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한국인들에게 들려주려고 한다. 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잘못된 오해를 내려놓고, 우리 사회가 좀 더 포용적이고 어려움에 처한 자들을 배려하는 사회가 될 것을 믿어 이 자리를 마련하였다.

우리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1. 우리는 모두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다. 난민도 인간이다. 고국에서 겪는 박해와 어려움 때문에 고국을 떠나서 낯선 땅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한국 사람과 같은 고유한 인격을 가진 인격체이다. 난민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멈추고 우리를 인간으로 대해 주기를 바란다.

2. 난민 심사 과정의 합리적 절차를 요구한다. 현재 한국에는 난민 심사 과정이 평균 2~3년이 걸리는 등 지나치게 오래 소요된다. 난민 심사를 위한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의 전체 난민 인정율은 4%에 그치고 있다. 난민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거짓 난민을 찾아내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난민 신청서를 제출하는 인터뷰도 2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난민 심사 지연은 난민들에게 경제적 어려움과 체류의 불안정을 초래한다. 전문 인력 배치로 난민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정당한 심사를 해주기 바란다.

3. 난민 신청자에 대한 종교적 차별은 없어야 한다. 난민신청자는 모두 무슬림이 아니다. 또한 무슬림이라고 해서 모두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다양한 종교적 배경, 문화적 배경에서 오는 사람들이다. 난민 신청자가 종교적 이유로 신청한 자는 8197명이다. 전체 난민 신청자 3만 2733명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종교적 이유로 난민 인정이 된 자는 92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상당수는 무슬림 국가에서 탄압을 받은 기독교인들이다.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종교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 과정에서 전문적 접근과 현지 국가의 현장성을 강화해 주기 바란다.

4. 난민이나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들이 아니다. 2020년이 되면 전체 인구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인구 전망치가 OECD 국가들은 평균 5.8%다. 그러나 한국은 이보다 낮은 3.9%로 현재의 4%대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난민과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오해다. 국민의 65%는 이주민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자들로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 사정이 어렵고 청년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인종 편견과 반다문화주의, 외국인 범죄 패러다임으로 외국인 혐오증을 유발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갖는 인종 편견은 76.2%로 높은 수준이어서 정부와 시민사회는 이에 대한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5. 기타 이유의 난민 신청자에 대한 심사와 인정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에서 난민 신청자 중 2009년 이후 기타 이유로 신청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러나 난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1994년 이후 기타 사유자 중 난민으로 인정된 건은 0이다.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이 29.9%인 것에 비하면 한국은 4%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현재 기타 이유로 난민 신청한 자들은 국내에서 극빈자로 살아가고 있다.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자들이 한국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그 자녀들도 태어나고 있어 또 다른 한국 사회의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6. 난민 인정자의 가족 결합이 속히 이루어지도록 정부와 시민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24년간 가장 많은 난민인정자 792명 중 257명이 가족 결합을 요청했다. 난민 인정자 중 가족들이 생명 위협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난민인정자가 가족을 데려오기 위한 경비 조달도 문제다. 주거와 안정적 직업도 문제다. 난민 가족에 대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7. 우리는 모두 난민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현재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망명을 떠난 난민은 전 세계적으로 6800만 명이 넘는다. 특히 국내에서 기타 이유 난민 신청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들 혹은 가짜 난민신청자로 누명을 씌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난민 심사 인력을 늘리고 난민 심사 기간을 줄여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난민을 정치, 인종 갈등으로 이해하려는 정부의 시각 교정도 필요하다.

난민과 난민 신청자들의 문제를 저들만의 문제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국제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를 바란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고 도움의 손길을 내어 주길 요청한다.

2018년 7월 8일

난민의 목소리(안산이주민센터, 오산이주민센터, 국경없는마을, 필리핀 공동체, 나이지리아 공동체, 부룬디 공동체, 카메룬 공동체, 라이베리아 공동체, 콩고 공동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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