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교수는 한국교회가 도덕성을 먼저 회복해야 복음도 증거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말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개신교인은 갈수록 줄고 있고, 사회적 신뢰도는 몇 년째 꼴찌다. 너도나도 '개혁'을 부르짖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기독교 윤리 관점에서 한국교회를 진단해 온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는 "한국교회가 몰락해야 개혁될 것"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도덕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는 한, 교회는 일어서기 어렵다고 봤다.

굿미션네트워크와 목회사회연구소가 주관한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에 손봉호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손 교수는 7월 9일 성락성결교회(지형은 목사)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기독교 윤리와 사회적 신앙'을 주제로 강의했다. 200명이 넘는 참석자가 노교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과 달리 과거의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독립운동, 근대화, 민주화, 교육·복지사업에 있어서 선구자적 역할을 감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표면적 이유는 다양하다. 손봉호 교수는 대형 교회 세습, 교회 분쟁, 성장에 목매는 교회, 신학교 난립 등을 들었다. 이런 현상 기저에는 정직성과 공정성의 결여가 있다고 했다.

"201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절반(49.4%)이 한국 목회자가 개선해야 할 문제로 '윤리·도덕성'을 꼽았다. 윤리와 도덕은 복잡한 게 아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불공정하지 않으면 된다. 투명성과 공정성은 윤리의 핵심이자, 현대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덕성이다."

어쩌다 한국교회는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덕성을 잃어버렸을까. 손봉호 교수는 △신앙의 무속화 △자본주의적 경쟁 △차세此世 중심적 세계관을 들었다.

"한국교회는 한국의 세계관을 결정하는 무속 신앙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체적으로 무속화했다. 돈, 명예, 권력 등 세속적인 성공을 성경적인 '복'으로 착각했다.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 성공만 하면 하나님의 복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또 교회가 성장하는 데 번영신학을 이용하기도 했다.

자본주의적 경쟁관도 문제다. 교인 수와 헌금 액수, 예배당 크기와 교회 재산이 목회 성공의 잣대가 됐다. 복음 전파보다는 세속적 가치를 바탕으로 교회끼리 경쟁한다. '하나님나라'보다 '우리 교회'가 절대적 가치가 된 것이다. 대부분의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우리 교회 우상'을 섬기고 있다. 비신사적이고 비윤리적인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우리 교회'가 세속적 의미로 '성공'하는 데 모든 열정을 쏟고 있다.

한국 기독교는 차세 중심적 세계관을 극복하지 못했다. 차세 중심적 세계관은 경쟁의식이 너무 강하다. 공부보다 등수가 더 중요하다. 경쟁의 내용은 돈과 권력, 인기 등 하급 가치에 머물러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도덕성과 공정성이 사라진 데에는 '탐심'이 자리하고 있다. 손 교수는 절제를 강조했다. 부정직과 불공정 유혹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철저히 절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종교개혁 정신이고, 개신교인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했다.

"정직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면 그리스도인이 먼저 손해 보고, 인내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먼저 정직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만들려면 개신교인 먼저 절제해야 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게 자기 영광을 위해서였는가. 아니다. 우리의 초점은 이웃에 가 있어야 한다.

나아가 한국교회는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시급한 과제다. 복음 증거도 신임을 얻어야 가능하다. 도덕성이 확보되어야 연합도 가능하다. 도덕적 권위가 있어야 청소년 신앙 교육에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독교가 도덕적 권위를 가져야 세상에서 선지자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에는 200명 넘게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