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에 불고 있는 반동성애 광풍은 교단 최대 신학교도 저자세를 취하게 만들었다. 7월 5일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 홈페이지에는 '장로회신학대학교의 동성애 문제 관련 입장'이 올라왔다. 장신대는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 총회와 입장을 같이하고, 지난해 총회 결의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마쳤다는 내용이다.

학교는 "전국 장로 수련회에 모인 장로님들께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장신 공동체가 총회 입장을 따르기 위해 △교단 내 신학교 최초로 신입생 반동성애 입학 서약 실시 △총장 직속 동성애대책자문위원회 조직 및 관련 규정 개정 △동성애 관련 학생·교원·직원의 정관 시행세칙 개정 △학부 총학생회 및 신대원 학우회가 총회와 입장을 같이한다는 성명서 발표 등의 조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또 장신대가 이렇게 여러 조치를 이미 완수했는데도 사실을 왜곡하고 장신대를 비방하는 것은, 장신대와 총회 공동체의 혼란을 야기하는 일이라고 했다. 학교는 "최근 사태에 대한 장신대의 엄중하고도 신속하며 적법한 조치들을 존중해 달라. 사실과 다른 음해와 공격으로부터 장신대를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다.

장신대 이사장 신정 목사, 총장 임성빈 목사, 총동문회장 임인채 목사, 대학동문회장 박진철 목사 명의로 발표된 이 입장문을 보고, 일각에서는 장신대가 인권 부분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작년 9월 총회의 반동성애 결의 후, 장신대 내에서는 사상의 자유, 학문의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왔다. 그러나 이번 입장문은 장신대 모든 구성원이 총회 결의를 지지한다는 점을 보여 주는 행동이었다.

장신대는 7월 5일 학교 홈페이지에 '장로회신학대학교의 동성애 문제 관련 입장'을 게시했다. 장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입장문에서 알 수 있듯이 장신대가 방학 중 뜬금없이 반동성애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7월 4일부터 2박 3일간 경주에서 진행된 예장통합 전국장로회연합회 주관 제44회 전국 장로 수련회 때문이다. 학교 측은 입장문을 프린트해 수련회에 모인 교단 장로들에게 배포했다.

수련회에는 발의자를 알 수 없는 서명지가 등장했다. "'장신대 동성애 문제'와 '동성애 옹호 신학의 이단성'에 대한 청원 명부"라는 제목의 서류에는 △장신대 임성빈 총장 징계 △'국제성소수자혐오의날'을 맞아 무지개 깃발을 든 학생들 징계 △학내 동성애를 적극 지지한 교수들 해직 처리 △암묵적으로 동의한 교수들 징계 △동성애를 언급한 적 없는 장신대 교수회의에 사과 요청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보통 서명을 받을 때는 서명을 받아 어디에 제출할 것인지 밝힌다. 하지만 이 '청원 명부'에는 서명을 받는 주체가 누구인지, 이 서명을 받아서 어디에 쓸 것인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위에 나열한 요청 사항을 청원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내용과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가 '동성애 사상은 이단이다'는 연구안을 헌의하도록 도와 달라는 내용을 적어 놓고, 장로들의 이름과 소속, 주소와 연락처를 수집했다.

장신대 관계자는 "학교는 총회 결의대로 학교 규정을 개정하고, 신대원 신입생들에게 반동성애 서약을 받는 등 필요한 조치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7월 6일, 학교에서 만난 한 직원은 "전국 장로 수련회에서 장신대를 향한 잘못된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 같아 서둘러 입장문을 정리해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명을 받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서류에는, 장신대에 동성애 찬성 교수가 많은 것처럼 적혀 있다. 교단 장로들이 이를 보고 오해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동안 학교가 동성애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 알려야 할 필요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총회 결의 이후, 학교는 필요한 조치를 차분히 밟고 있었다. 누가 먼저 묻지 않았으니 알리지 않은 것뿐이다. 2018년 신대원 신입생부터 반동성애 서약을 받았다. 학교 정관 및 시행세칙도 개정했다. 학부 총학생회와 신대원 학우회는 몇 달 전 총회 입장에 동의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학내 동성애를 적극 지지하는 교수가 있다는 문제 제기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자꾸 장신대에 동성애를 찬성하는 교수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미 교수회의에서 동성애 관련 논의도 수차례 진행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학교 규정도 다 바꿨다. 동성애를 찬성하는 교수는 장신대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려 "그런 사람 있으면 우리에게 알려 달라"고 말했다.

전국 장로 수련회에 등장한 서명지. 장로회 임성빈 총장을 징계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장신대 구성원들은 대학에서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의 입학을 불허하고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허용되지 않는 현상이 올바르다고 생각할까. 이미 장신대 내 존재할지도 모르는 성소수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뉴스앤조이>는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임성빈 총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임 총장이 해외에 있는 관계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학부 총학생회와 신대원 학우회에도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은 듣지 못했다. 관계자들은 모두 "지금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캠퍼스에서 만난 한 학생은 "외부에서 공격하니 학교 차원에서 입장문을 발표할 수밖에 없다. 학교가 발 빠르게 잘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교수는 "익명이라도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 분명한 건 동성애 반대다. 그 얘기만 하겠다"고 서둘러 대화를 끝냈다. 다른 교수 둘은 "잘 모르는 사안"이라며 대답을 꺼렸다.

또 다른 교수는 "그동안 학교는 (동성애 문제에 있어) 동일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런데 장로 수련회에서 어떤 사람들이 자기들 입장과 맞지 않는다며 학교를 비판한 것이다. 학교는 총회 입장과 같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새로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지만 (동성애자를) 혐오하고 배제하지 않는다'는 총회의 공식 입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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