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ancouver Institute for Evangelical Worldview·VIEW)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1998년 양승훈 원장이 설립한 VIEW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다.

물리학자 출신 양승훈 원장은 1981년 KAIST 전신 한국과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해 1983년 학위를 따고 바로 경북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국립대 교수로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1997년 돌연 교수직을 내려놓고 캐나다로 떠났다. 거기서 VIEW를 설립했다.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이민 생활을 시작할 만큼 기독교 학교를 세워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 VIEW 20주년을 기념해 행사 및 신입생 모집을 위해 방한한 양승훈 원장을 만나, VIEW가 걸어온 길과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또 한 가지. 양승훈 원장 하면 '창조과학'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한때 한국창조과학회 부회장까지 역임한 '창조과학 전도사'였다. 지금은 창조과학회에서 제명되어 젊은지구론을 비판한다. 하지만 주류 과학계는 그의 유보적인 태도를 공격하기도 한다.

양승훈 원장과의 인터뷰는 7월 6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양승훈 원장은 1998년 캐나다로 건너가 VIEW를 설립하고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안정된 생활을 마다하고 캐나다로 건너갔다. 그렇게까지 해서 VIEW를 설립한 이유가 궁금하다.

1980년 한국과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교회 다니는 학생이 30여 명 있었다. 이들과 과학원교회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학생 단체를 만들어 신앙생활을 같이했다. 그때는 산업화 시대를 이끌 과학 인재를 양성한다는 명목으로, 과학원에 들어오기만 하면 전액 장학금 등 온갖 특혜를 줄 때였다. 학생들과 기도원에서 수련회를 하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런 특혜를 주신 이유가 뭘까'를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정말 제대로 된 기독교 학교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1983년 경북대 조교수로 발령받아 갔는데, 그때부터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모임을 하며 준비를 시작했다. 당시 IVF 고문 웨슬리 웬트워스 주니어 선교사가 "기독교 세계관을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해 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중반, 학교 설립을 추진해 보니 한국에서 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는 것보다 외국이 더 낫겠다 싶었다. 마침 캐나다 트리니티웨스턴대학(Trinity Western University)의 ACTS(Associated Canadian Theological Schools) 신학대학원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1997년 협정을 맺고 신입생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1998년 신입생 26명과 첫 학기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중간중간 비자 정책이 바뀌거나 유학생 자녀 교육 문제가 발생해 두 번 정도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지만, 잘 넘겼다. 지금은 45명 정도 재학 중이고 이번에 신입생을 받으면 63~64명 정도 될 것이다.

- VIEW가 내건 '기독교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이를 위해 어떤 목표를 정하고 학생을 가르치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학자 중심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학문과 신앙의 통합'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세계관 운동은 단순히 신앙과 학문의 통합만을 목표로 한 운동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신앙과 삶의 통합을 목표로 한다. 김교신 선생이 얘기했던 '조선을 성서 위에' 같은 모토도 동일한 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VIEW를 세우면서 처음에는 '기독교 학교에서 기독교 정신을 가르칠 교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학생을 모집해 보니 교수가 될 사람이 아니라 목회자와 현직 교수가 오더라. 예측을 잘못한 셈이지만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교수 양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기독교 세계관', 즉 신앙과 생활·삶을 통합하는 훈련을 하자고 목표를 넓혔다.

VIEW가 위치한 캐나다 랭리 트리니티웨스턴신학교 내 건물. 구글 스트리트뷰 갈부리

- 국내외에 신학대학이 많다. M.A. 과정만 있는 VIEW 대신, M.Div. 주는 해외 신학교도 많다. 타 학교와 비교했을 때 VIEW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그동안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이름으로 학위를 주는 곳은 VIEW밖에 없었다. 2015년에야 고신대가 기독교 세계관 이름으로 대학원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그 말은 VIEW의 기독교 세계관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VIEW에는 다양한 교단 배경의 목회자·교인이 온다. 서로 부딪치고 배운다. 총신대 출신 목회자가 감신대·장신대 목사를 만난다. 서로 토론하면서 충격을 받고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이런 것들은 VIEW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의 밀도도 높다. '밴쿠버숙제대학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공부를 많이 하게 된다. 미국에 D.Min.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을 보면 등록금만 받고 공부를 제대로 시키지 않는 곳이 많다. VIEW는 55학점 이상 이수해야 M.A. 학위를 주는데, 한 학기 12학점을 이수하는 것도 어려워 대부분 9학점만 이수한다. 공부해야 할 분량이 많기 때문이다.

VIEW의 또 다른 장점은 교수진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장 탁월한 교수를 모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폴 스티븐스, 제임스 러스트호벤, 로널드 사이더, 알 월터스 같은 저명한 학자를 초빙교수로 데려왔다. 한국인으로는 이만열(숙명여대 명예), 이민동(휘튼대 석좌), 김진혁(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등이 집중 강의 등을 개설했으며 박흥식(서울대), 안점식(아세아연합신대) 교수들은 연구년 동안 VIEW의 방문 학자로 머물며 강의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김응교(숙명여대), 양혜원(난잔종교연구소) 같이 기독교와 전공 영역을 통합하는 탁월한 학자들을 모실 예정이다.

- 20년을 맞으면서 느끼는 아쉬움이나 VIEW의 한계는 무엇인가.

첫째는 캐나다에 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등록금이 국내 사립대 수준이기도 하지만, 밴쿠버 집값이 캐나다에서 제일 비싼 축에 속한다. 체재비가 만만치 않다. 또 하나는 도서관이다. 좋은 도서관이 있으면 좋을 텐데 공간 마련이 쉽지 않다. 물론 RISS, DBPIA나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수는 있다. 공간 문제는 늘 아쉽다. 공간 확장을 위해 ACTS와 계속 얘기하고 있다.

VIEW 학생은 60여 명 정도로 구성된다. 양 원장은 "타 대학에 비해 공부를 많이 시켜 '밴쿠버숙제대학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VIEW

- 몇 달 전 강연에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보수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엄밀하게 말하자면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 세계관 운동 자체가 보수화하고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미국 극우·보수적 매체에서 이념에 기독교를 투영할 때 '기독교 세계관'이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미국 한 단체에서 "지구온난화는 자연적 사이클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산업 규제는 필요 없다. 교토 의정서, 파리 기후 협약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면서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용어를 쓴다.

한국에서도 몇 년 전 역사 교과서 문제 때 '기독교 세계관' 얘기가 들어가지 않았나(보수 기독교에서는 교과서에 기독교 인물과 활동에 대한 서술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당시 역사 교과서 저자 중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이끈 사람도 있었다 - 기자 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딱히 없다. 기독교인들이 사회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사실 '기독교 세계관'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가장 진보적인 학자들이었다.

양승훈 원장은 "진화론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적 사실과 발견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는 있어도 무생물이 생물로 진화했다는 주장을 단정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창조과학에 매진하던 시기에 VIEW를 세웠다. 창조과학회를 공식 탈퇴한 건 2008년이다. 제명 사건 이전과 이후, VIEW에서 가르치는 창조론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있었나.

1990년 미국 위스콘신대에 과학사科學史를 공부하러  나갔다. 거기서는 신실한 크리스천 교수들이 창조과학을 다 '반과학적'이라고 하더라. 그때 창조과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그러나 교수 생활도 계속해야 해서 창조론을 깊이 있게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이 때문에 1998년 VIEW를 설립할 때도 '젊은지구론'에 대한 내적 갈등이 심했다. 창조과학에서 완전히 돌아선 건 2003년이다. 그전까지는 (창조과학회 활동을 하면서도) 연대 문제에 관해서는 톤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물리학자로서 어떻게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틀렸다고 할 수 있겠나.

2006년 <창조와 격변>(예영)을 쓰면서 젊은지구론이 완전히 틀렸다고 선언했다. 창조과학회 쪽 반응은 조금 늦었다. 뒤늦게 책을 보고 2008년 나를 제명했다. 그러니 제명 사건 전에도 VIEW에서 가르치는 내용에 변화는 없었다. 다만 '한국 목사 대부분이 창조과학을 믿을 텐데, (문제가 불거졌으니) 이제 부목사들을 VIEW로 연수 보내지 않겠구나' 싶었다.

-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양 원장이 '진화론도 틀렸다'고 주장한다며 비판한다. 과학적 발견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양승훈이 진화론을 받아들인다", 다른 한쪽에서는 "양승훈이 진화를 부정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작 나의 의견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나는 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과학적 현상들은 부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돌연변이, 유전자 이동, 생식과 유전자재조합, 유전자 부동, 관찰된 종의 분화 등과 같은 현상은 관찰된 사실로 부정하지 않는다. 이거 부정하면 반과학이다.

다만 무생명체가 생명체로 발전했다는 화학진화론은 형이상학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단세포가 진화해 물고기가 되고 뭍으로 나와 유인원이 되고 사람이 됐다는 것이 입증되려면 (끊기지 않는) '실선'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화론을 합리적 추론이라고 인정할 수는 있다. 하나님께서 진화의 방법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다만 물리학자의 시각으로 볼 때 현재까지 관찰된 사실들은 간격이 너무 큰 점선으로 밖에는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이것만 가지고는 화학진화나 대진화의 개념이 입증됐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물리학자로서의 엄밀성을 생물학에 적용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 대형 교회들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 한국교회는 아직도 창조과학을 믿는 실정이다.

창조과학은 목회자들이 진지하게 사고하고 공부하지 않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표현이 조금 극단적이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이단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창조과학 배경에 깔린 '나는 있는 그대로 믿겠다'는 문자주의의 호소력과 전투력, 선명성이 매력적이다. 지금처럼 '카더라'만 믿고 유튜브만 보면서 뒷골목 수준의 주장만 믿는 한 창조과학은 계속 있을 것이다.

그래도 '박성진 사건'이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본다. 창조과학에 연루만 돼도 장관 못 한다는 것을 보여 주지 않았나. 이제 새로운 학자, 젊은 학자들은 창조과학회에 별로 들어가지 않을 거다. 창조과학의 조로화早老化를 불러올 것이다.

VIEW는 현재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양승훈 원장을 비롯해 전성민 학장, 최종원 교수 등 교수진이 모두 방한해 한국에서 특강을 열고 VIEW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7월 10일 저녁 7시 30분에는 광주·부산에서 입학 설명회를 연다. 부산 남산동 협업공간 레인트리와 광주 화정동 한국성서유니온 광주지부에서 열린다. 광주 설명회에서는 최종원 교수가 '기독교와 역사'를 주제로 강의한다. 서울 입학 설명회는 7월 17일 저녁 7시 동교동 기독연구원느헤미야에서 열린다. 역시 최종원 교수가 강의한다.

7월 16일에는 VIEW 출신 동문들이 20주년 기념행사를 한양대 동문회관에서 연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현재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나누는 자리다.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손봉호 이사장을 비롯해, 유경상 대표(CTC), 김정일 목사(삼일교회), 김도형 목사(충주새로운감리교회), 최현일 박사(샘병원 연구원장) 등이 참여한다.

문의: viewinkorea@gmail.com, 010-5154-4088(VIEW 한국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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