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제주에 나타난 예멘 난민 신청자 500여 명은 19세기 조선 해역에 출몰한 이양선 같았다.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충격과 공포였다. 도민들은 피부와 언어가 다른 낯선 이들의 출현에 놀라 경찰을 찾고, 누리꾼들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온갖 루머를 쏟아 냈다. 마치 100여 년 전 조선인 사이에서 서구 기독교인이 인육을 먹는다는 괴담이 퍼진 것처럼, 중동 무슬림이 여성을 집단으로 겁탈하고 대한민국을 이슬람 국가로 만들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을 계기로 전국에 이슬람포비아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이슬람대책위원회(노태진 위원장)가 7월 5일 충현교회(한규삼 목사)에서 '총회 이슬람 대책 아카데미'를 열었다. 중동에서 30년 넘게 무슬림을 대상으로 사역한 유해석 선교사(FIM선교회)와 김신숙 선교사(애굽선교센터)가 각각 '기독교인은 왜 이슬람을 알아야 하는가', '이슬람의 현실과 선교적 대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기구와 행사 이름에 '대책'이라는 말이 들어갈 정도로, 교계가 이슬람에 느끼는 감정은 불안과 위기였다. 전국에서 예장합동 소속 목사와 장로 300여 명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두 선교사는 이슬람을 마냥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지금부터라도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으로 무슬림을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이슬람, 오랜 반목과 갈등
무슬림 선교 관심 없던 기독교
"인종주의·차별주의에 분별력 가져야"

유해석 선교사는 기독교가 이슬람과 대립해 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했다. 서구 기독교는 과거부터 이슬람을 적으로 간주했다. 대표적인 예가 십자군 전쟁이다. 1099년, 교황 우르바노 2세는 예루살렘 탈환을 명분 삼아 군을 일으켰다. 두 세기 동안 8차에 걸쳐 진행된 십자군 전쟁은 두 종교 사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유 선교사는 "십자군 전쟁은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하지 않은 치욕적인 사건이자, 이슬람 선교에 가장 큰 장벽이 됐다. 하나님의 군대가 수많은 무슬림을 학살했다. 모스크 바닥에 피가 얼마나 흥건했던지 말굽이 잠길 정도였다는 기록이 있다. 무슬림을 만나 대화하다가 십자군 얘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떨군다"고 말했다.

반대로 기독교인도 무슬림에게 핍박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이슬람 치하에 있는 중동·북아프리카 기독교인과 유대인은 인두세와 토지세를 납부해야 했다. 세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노예가 되거나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교회나 회당도 새로 지을 수 없었고, 종교적인 행렬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무슬림보다 좋은 집, 좋은 옷을 가질 수 없었다. 김신숙 선교사는 "이슬람 치하에서 많은 기독교인이 높은 세금과 차별 정책을 견딜 수 없어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고 설명했다.

유해석 선교사는 무슬림이 이슬람을 유대교와 기독교의 잘못을 고치기 위한 종교라고 소개하며 성경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했다. 구약은 유대인이, 신약은 기독교인이 타락해서 변질됐다며, 알라가 하늘에 있는 코란을 무함마드에게 직접 계시했다는 것이다. 코란에는 기독교인에 대해 우호적인 표현이 존재하면서도, 대부분 사악하고(코란 3:110) 지옥에 간다고(코란 98:6) 묘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갈등의 역사는 기독교와 이슬람 두 종교 사이에 높은 장벽을 만들었다. 기독교는 이슬람을 외면했다. 선교 대상에서도 배제했다. 이슬람 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무엘 츠머(1867~1952)는 그의 논문에서, 1930년 이슬람 인구가 2억 300만 명일 때 무슬림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선교사가 28명밖에 되지 않았다고 썼다.

유 선교사는 "예수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했는데, 몇몇 기독교인은 말씀과 상반되는 이기적이고 잔인한 인종주의를 행하고 있다. 기독교인은 이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독교를 가장한 인종주의와 차별주의에 대해 분별력을 갖춰야 한다. 모든 인류를 사랑하는 예수의 마음으로 무슬림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해석 선교사는 모든 인류를 사랑하는 예수의 마음으로 무슬림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급성장하는 이슬람
2050년, 기독교 인구와 대등
'아랍의 봄' 이후 급변하는 중동
기독교로 개종하는 무슬림들

기독교와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이슬람은 전 세계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1930년 전 세계 이슬람교인 수가 2억 300만 명이었던 반면, 지금은 16억 명이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2015년 발표한 보고서 <세계 종교의 미래>에서, 2050년에는 이슬람과 기독교 교인 수가 각각 28억, 29억 명으로 비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도 이슬람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무슬림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다. 정부는 3D 업종 기피 현상이 발생하자, 이슬람권 국가인 방글라데시아·인도네시아 등에서 노동력을 보충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한국은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유해석 선교사는 이슬람권 이주 노동자와 난민의 유입으로, 국내 무슬림 인구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슬람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무슬림이 다산·결혼·개종에 열심이기 때문이라고 유 선교사는 말했다. 그는 코란에 나온 명령을 따라 무슬림 가정이 자녀를 평균 5~6명씩 낳으려 하고, 무슬림 남성은 타 종교 여성과 결혼해 이슬람을 전파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건 이슬람 교리가 비교적 단순하고 쉽고, 공동체 문화가 발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 있는 이슬람 공동체마다 코란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같은 이슬람권 국가인데도 어떤 나라는 여성이 부르카를 착용하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는 반면, 다른 나라는 히잡을 착용하게 하거나 여성의 자유에 맡긴다. 국내에 있는 이슬람권 선교사들도 자신들이 겪은 이슬람 공동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보수 교회는 이슬람의 성장이 교계를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진숙 선교사는 이슬람 팽창이 기독교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했다. 그는 아랍 국가들이 2011년 이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아랍의 봄' 영향으로, 이슬람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고 했다. 젊은 무슬림을 중심으로 서구 문화와 세속주의가 확산하는 반면, IS도 점령지에서 이슬람원리주의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중동이 오랜 내전과 혼란을 겪으면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많은 젊은이가 IS와 같은 무장 단체를 보면서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회의를 갖는다. 기독교에 관심을 보이며 개종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29개 이슬람권 국가 내 70여 지역에서는 예수를 따르겠다는 운동도 일어났다."

김 선교사는 많은 사람이 무슬림을 극단주의자로 오해하고 있다며, 무슬림 성향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민중 이슬람 △신비주의 △원리주의 무슬림(IS, 알카에다 등) △세속주의 △온건파 등이다. 그는 오늘날 대다수 젊은 무슬림은 세속주의자로 종교성이 약하고 자유분방하다며, 사람들이 우려하는 극단주의자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했다.

전 세계로 흩어지는 무슬림 난민
"구원의 역사를 이룰 수 있는 기회"
교회의 타락, 이슬람 성장 촉진

IS 출현과 오랜 내전은 많은 무슬림을 피난길에 오르게 했다. 이들은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등 전 세계로 흩어졌다. 한국에도 내전을 피해 고국을 탈출한 예멘 난민들이 있다. 김신숙 선교사는 예멘 난민을 포함해 이슬람권에서 온 이들을 돕고 섬기는 것이 한국교회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 문제는 이 시대만 나타나는 새로운 현실이 아니다. 전쟁과 자연 재해로 인한 피난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나님의 선교는 유기체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서 이뤄진다. 난민들의 위기와 교회의 반응은 무슬림 선교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구원의 역사를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고 말했다.

유해석 선교사도 "현재 한국은 다문화 사회다. 외국인 250만 명이 한국에 있다. 국가로 따지면 180여 개 나라에서 온 이들이다. 이들을 한국교회가 편견과 차별 없이 품어 줘야 한다. 난민 신청자를 불확실한 정보를 근거로 가짜 난민으로 간주하고 내쫓아서도 안 된다. 난민 심사는 정부의 몫이다. 교회가 할 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들을 품어 주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신숙 선교사는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개신교로 개종하는 무슬림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슬람이 들어오면 기독교가 몰락한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유 선교사는 "유럽 교회가 이슬람 때문에 망했다는 건 새빨간 거짓이다. 교회가 타락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고 이슬람이 성장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개혁가 존 위클리프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교회가 이슬람을 경계하기에 앞서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회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목회자와 교인들이 말씀에 따라 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존 위클리프는 이슬람이 발흥하게 된 원인이 다름 아닌 가톨릭교회가 저지른 악행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이슬람은 가톨릭교회의 자만, 탐욕, 소유욕과 함께 시작됐다는 것이다. 교회의 세속화가 이슬람을 낳았듯이, 교회가 내부로부터 올바른 방향으로 갈 때 비로소 이슬람이 쇠퇴할 것이며 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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