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한국교회는 해외 선교, 무슬림 선교에도 열심을 내 왔다. 교단마다 이슬람 전문 기구를 조직해 각종 포럼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많은 인력을 중동 선교에 투입했다. 그러나 정작 무슬림 난민이 국내에 대거 유입하고 있는 지금, 이슬람 선교 관련자들은 어떤 행동도 목소리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목사는 소셜미디어에서 한국교회의 이런 이중적 행태를 비판했다. "도와 달라고 스스로 찾아온 무슬림은 외면하면서, 굳이 도와 달라고 하지도 않는 무슬림을 찾아가 선교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힘없는 몇백 명의 국내 무슬림이 무섭다고 벌벌 떠는 교회라면, 18억의 현지 무슬림을 찾아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교계 이슬람 전문 기관과 오랫동안 중동에서 사역한 선교사들에게 한국교회가 어떤 자세로 예멘 난민 문제를 풀어야 할지 물었다. 이들은 대부분 교회가 난민을 환대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했지만, 무슬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갈팡질팡하는 교계 전문가들
"나그네 도우라는 말씀에는 동의
하지만 무슬림은 경계 대상"
"정부가 사실관계 바로잡아야" 주장도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6월 14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모여 한국에서 준수해야 할 규칙을 교육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중동에서 20년 넘게 지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H 선교사는, 교회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난민을 환대해야 하는 건 맞지만 분별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난민을 무조건 수용할 경우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유입될 수 있고, 허술한 제도를 악용하는 가짜 난민이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여러 매체에서 무슬림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 종교 차별 혹은 핍박이라고 보도하는데, 이는 이슬람의 실체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우리가 무슬림 난민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H 선교사는 한국교회가 무슬림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지금, 난민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는 모습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무슬림에 복음을 전할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이슬람 지식이나 중동 문화를 제대로 알고 있는 전문가도 적어 선뜻 무슬림 난민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단 이슬람 전문 기구 관계자들도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이슬람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예장합동 총회 이슬람대책위원회 노태진 위원장은 "도움이 필요해서 온 사람들을 무작정 쫓아내서는 안 된다. 일부 여론은 이들을 가짜 난민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정부가 판단할 일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람들이 유럽이나 중동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슬람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 이슬람대책위원회 임준태 위원장도 위험을 무릅쓰고 먹고살겠다며 온 난민을 도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7월 10일 이슬람대책위원회에서 교단 차원으로 예멘 난민 신청자를 도울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무슬림이 많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외국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무슬림이 한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다처제나 이슬람 교리 문제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따른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슬람 전문 기구 K 목사는 부실한 난민 심사 제도를 강화해, 교회가 합법적인 난민을 대상으로만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민인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집단으로 들어온 걸 보면 브로커가 개입한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 선별 과정을 엄격하게 해 가짜 난민이 들어오는 걸 막아야 한다"고 했다.

난민 자격을 부여받은 무슬림 난민들은 한국교회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슬람을 경계하되 무슬림은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교계가 이슬람 국가에 선교하는 것 이상으로 난민들을 돕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했다.

대다수 이슬람 전문 기구 관계자들은 난민을 지원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이슬람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2016년 3월에 열린 이슬람 반대 집회 모습.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슬람권 국가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선교사나 이슬람 전문 기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무슬림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제주에 있는 예멘인 중 가짜 난민과 원리주의자도 포함돼 있다고 봤다. 사회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높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댔다.

무슬림 전문 선교 단체 FIM국제선교회 대표 유해석 선교사는 불확실한 근거로 모든 난민을 범죄자로 호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가 난민들에게 취해야 할 기본적인 태도는 환대라고 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너희가 이전에 나그네였던 때를 기억하라며 나그네를 환대하라고 말씀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이들을 맞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난민과 관련한 여러 루머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혼란을 막아야 하는데, 지금은 뒷짐만 지고 있다. 교회도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불안해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난민 지원 놓고 고민하는 제주 교계 
"실제 반대 여론은 소수"
한국교회, 선한 사마리아인 자세 필요

예멘인 난민 신청자를 직접 마주하고 있는 제주 교계도 난민을 돕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제주노회 이정훈 목사(늘푸른교회)는 "최근 제주 선교 대회를 앞두고 제주 목회자들이 모였을 때 난민을 도와야 한다는 안건이 올라왔다. 찬반 여론이 팽팽해 결국 부결됐다. 이들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다들 선뜻 돕기가 조심스러운 것이다"고 말했다.

당시 난민을 도와야 한다고 발의했던 류정길 목사(제주성안교회)는 "단순히 난민 500여 명이 왔다면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며 도왔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표현은 하지 않지만 이들이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예의주시하는 거다. 정작 도민들 중에는 난민을 반대하는 이는 소수다. 침묵하는 이가 다수다. 교회가 옳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안타깝다"고 했다.

대학에서 중동학을 가르치고 국내 이슬람권 출신 이주 노동자를 돕고 있는 김종일 교수(아세안연합신학대학교 중동연구원)는 "한국교회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강도 만난 예멘 난민들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국내에서 무슬림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는 현장 선교사·활동가 30여 명이 모여 예멘 난민을 놓고 논의했는데, 교계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고 오히려 배척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다들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교계가 나서서 가짜 뉴스를 바로잡고 무슬림 난민을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이슬람 선교를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는 무슬림에 무관심했고 무지했다. 꼭 복음을 전하는 것만이 선교가 아니다. 사랑으로 이들을 돕고 섬기는 일 자체가 예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신 선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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