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통과되면 이슬람이라고 비난하는 말도, 이슬람 반대도 범죄가 된다네요. 막아야 합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될 판입니다. 이거 통과되면 유럽 나라들처럼 이슬람 난민들에게 범죄를 당해도 이슬람이라는 말도 꺼낼 수 없게 돼요. 인종차별했다고 잡혀 가거든요. 부정적인 댓글, 반대 시위, 집회 다 못 하게 됩니다. 7월에 국무회의 거쳐 2022년부터 대통령령으로 시행된답니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막아야 해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 정말 대통령령으로 공표될 경우, 무슬림 즉 종교를 이유로 사람을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이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만약 무슬림이 이슬람 교리를 따라 범죄를 저질러도 이슬람의 '이' 자도 꺼낼 수 없게 됩니다. 지금처럼 예멘 난민은 이슬람을 믿는데, 그 교리가 어쩌고 하면서 무슬림은 위험하다 무섭다 말하는 순간 범법자가 되는 거예요."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엄마들이 모여 육아 정보를 나누는 'XX(지역 이름)맘' 카페에는 최근 이와 비슷한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NAP 앞에는 '난민 반대를 범죄로 만드는 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내용은 대부분 비슷하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NAP)이 곧 통과할 예정인데, NAP가 통과되면 무슬림을 욕하지 못하고 난민도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XX맘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통과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카페 갈무리

이들이 근거로 삼는 건 '차별금지법'이다. NAP 통과가 곧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차별금지법이 통과하면 무슬림을 반대한다고 말도 못 하고, 무슬림이 싫다고 표현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무슬림이 형법을 위반하는 죄를 지어도, 이슬람 교리에 따랐다고 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NAP에 "차별금지법 제정" 문구 없어
'사회적 약자' 목록에서도 '성소수자' 삭제
인권 단체 반발 "정부가 개신교 눈치 봐"

NAP는 인권과 관련한 한국 사회 법·제도·관행 개선을 목표로, 각 부처 및 기관이 참여해 수립하는 범정부 종합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때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시작했으며, 2012년 이명박 정부 때는 2차 NAP를 발표했다. 계획을 수립하기 전 사회 각 분야 인권 관련 현안을 파악·수립해 법무부가 발표한다. 법무부는 지난 4월 20일 3차 NAP 초안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초안에는 반대하는 사람들 주장처럼 NAP가 통과하면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는 내용은 없다. 초안 39쪽 '2부 정책 과제', 'II.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가 차별 금지와 관련한 내용이다. 한국 사회 각종 차별 현황 설명에 이어 44쪽과 45쪽에 걸쳐 차별 금지에 관련한 법 제정 내용이 실려 있다.

평등권 보장을 위한 차별 금지 법제 정비(법무부)

차별 관련 국내 법·제도 연구 및 개선 방안 마련

- 차별 금지에 관한 외국 입법례와 판례를 연구하고 차별 예방과 효과적인 차별 시정을 위한 개선 방안 마련
- 차별적 관행이나 환경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국내 법·제도를 연구하고 그 개선 방안을 마련

차별 금지에 관한 기본법 제정 방안 마련

- 다양한 차별 금지 사유와 영역을 포괄적으로 규율함으로써 차별 금지 관련 입법적 공백을 최소화하고 효과적 차별 피해 구제를 위한 방안 검토
- 국제 인권 기준과 해외 입법례 등을 연구 검토하여 차별 금지에 따른 편익과 사회·경제적 부담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입법 방안 마련

위 내용 중에는 "차별금지법 제정" 혹은 그와 유사한 표현조차 없다. 설사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무슬림 싫다"고 말하면 처벌받는 건 아니다. 그동안 여러 국회의원이 제정을 시도한 차별금지법은 혐오 표현을 처벌할 수 있는 형사법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은 각종 이유로 고용·서비스 등 사람이 생활하는 데 실질적인 차별이 발생했을 때 피해 구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다.

심지어 인권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의 NAP에서 언급한 차별금지법 수준은 이명부 정부의 NAP보다 후퇴했다고 보고 있다. 2차 NAP에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차별 피해 구제를 위한 기본법) 제정 추진"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는데, 3차에는 "방안 검토"라는 표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반동성애 진영 개신교인들은 '성평등'이라는 단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또 '사회적 약자' 목록에서 '성소수자'를 삭제했다. 1·2차 NAP는 사회적 약자 카테고리에 여성·아동·장애인·노인 외에 '병력자 및 성소수자'도 포함하고 있었다. 지난해 발표한 제3차 NAP 의견 수렴안에도 성소수자 카테고리가 있었지만, 초안에서는 아예 성소수자를 삭제해 버렸다.

인권 단체들은 정부가 개신교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차보다 성소수자 차별 해소에 소극적인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3차 NAP에서 언급한 '차별 금지 국내 현황'에는 "성소수자(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종교계 등의 이견이 큰 상황이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 필요"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1·2차에는 없었다.

NAP가 동성애 옹호·조장, 종교 자유 침해?
반동성애 진영 주장에 법무부 직접 해명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이번 NAP 초안이,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과 정부가 만든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우려하며 NAP를 반대하는 이들의 오해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이 같은 주장은 반동성애를 외치는 개신교 진영의 뿌리 깊은 차별금지법 반대와 관련이 있다.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차별금지법'과 엮을 수 있는 것은 뭐든 연관 지어 왔다.

개신교 반동성애 활동에 앞장서는 이들은, NAP에 명확한 표현이 없더라도 결국 이것이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갈 것이라고 해석한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성평등 교육 확산으로 자연스럽게 동성애를 조장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성경이 불법 서적이 되고, 강단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말만 해도 벌금을 내야 한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예멘인들이 제주에 들어오고 이슬람포비아가 확산하자, 이제는 이슬람 교리가 잘못됐다고 말하면 처벌받는다고 주장한다.

반동성애 진영의 'NAP = 동성애 옹호·조장, 종교의자유 침해' 주장이 계속되자 법무부는 공식 해명 자료를 발표했다. 법무부는 5월 3일 발표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과 종교의자유 침해, 동성애 조장 등의 주장에 관한 법무부 설명'이라는 자료에서 <국민일보 미션라이프>가 5월 3일 보도한 "인권정책기본계획, 우려하던 종교 자유 침해 '종합 세트'" 기사를 반박했다.

법무부는 차별금지법에 관한 법제 정비 등이 특정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이제까지 논의되었던 차별금지법안 규정에 종교의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바 없다.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을 포함할지 여부는 결정된 바 없고, 동성애 조장과는 관련 없다"고 전했다.

반동성애 인사들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럼에도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이 요구하는 것은 'NAP 폐기'다. 이들은 지난 6월 27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협력해, 국회의원 회관에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개신교 교수·변호사·목사 등이 주로 참석했다. 토론회 내용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NAP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예배·설교, 의사 표현 등에서 종교의자유를 침해받을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쏟아졌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진태 의원은 "동성애, 동성 결혼 옹호 등 독소 조항이 담긴 이번 NAP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발언해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김 의원은 토론회가 끝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NAP가 통과되면 무슬림 난민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에 올해 수많은 예멘 무슬림이 난민 신청을 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오히려 정부는 반대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어떻게든 입법화를 막겠다고 했다.

반동성애 진영은 "NAP 폐기"를 주장하며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교육청 등이 '인권'과 관련한 단어로 조례를 제정하려 하면 무조건 반대할 때와 유사한 모습이다. 그때도 '동성애'라는 단어가 조례 안에 있는지 없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확대 해석해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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