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은 편협하고 증오에 찬 행동들('명예' 살인과 여성에 대한 다른 형태의 폭력들, 또는 타 종교를 따르는 사람들을 박해하는 것을 포함)을 하는 사람들을 (중략) 받아들일 수 없다."

2. "여성 인권이 아주 안 좋기로 손꼽히는 나라인 점, 성폭행과 단체 폭행, 살인 등에 자유로운 성향의 사람들이라는 점 (중략)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도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하략)"

첫 번째 발췌문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Muslim Ban/Travel Ban)'1) 행정명령 일부이고, 두 번째는 제주도에 머무르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수용에 반대하는 청원 내용들 중 하나이다(이와 비슷한 내용들이 청원 게시판에 많이 올라왔지만,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물론, 이 둘은 동일하지 않다. 우선 쓰인 공간과 배경과 주체가 다르다. 하나는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내놓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일반 국민'이 청와대에 청원한 글이다. 그런데 이 둘을 관통하는 논리는 다르지 않다. 그 논리는 바로 이슬람에 대한 혐오와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이다.

무슬림 남성과 무슬림 여성을 상대로 이슬람포비아가 작동하는 방식은 다르게 나타나는데, 위의 두 발췌문에서 보이는 이슬람포비아는 '여성 인권', '반성폭력'이라는 수사를 내세워 무슬림 남성들을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여성 억압자이거나 (성)폭행자로 묘사하고, 그들이 따르는 이슬람을 모든 폭력과 여성 혐오의 근원으로 간주한다. 이런 이슬람포비아는 현재 서구 유럽의 소위 '문명화한' 나라들에서 무슬림 (남성) 이주자들을 상대로 심해지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유럽의 이슬람포비아 현상을 연구하는 사라 페리스는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지니면서 연대하기 어려워 보였던 유럽의 극우주의자들, 신자유주의자들, 민족주의자들이 페미니스트 주제들 - 여성 인권과 반성폭력 - 을 반이슬람 캠페인과 반이민 캠페인에 이용하는 것, 그리고 '젠더 평등' 수사를 이용해 무슬림 남성들을 지탄하고 낙인찍는 것에 페미니스트들이 동참하는 것을 '페모내셔널리즘(femonationalism)'이라고 부른다.2)

지금은 청원이 삭제됐지만, 청와대에 예멘 난민 수용 거부 청원을 한 사람들 숫자가 2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7월 3일 현재 60만 명 – 편집자 주). 2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는 그 청원이, "미국에 입국하려는 무슬림들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전한 입국 폐쇄"3)를 촉구한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캠페인과 그가 대통령이 된 뒤에 내놓은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만큼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9·11 이후 국경을 초월해서 그 기세를 무섭게 떨치고 있는 이슬람포비아 현상에 주목해 왔다면 지금 한국에서 예멘 난민들을 대상으로 전개되는 이슬람포비아가 새삼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본인이 한국 개신교 우파의 이슬람포비아를 분석한 글에서 밝혔듯이, 개신교 우파 세력들은 이미 페미니즘의 주제와 개념들을 이용해서 이슬람과 무슬림 (이주) 남성들로 부터 한국 여성들의 인권과 안전을 자신들이 지켜 줄 수 있는 것처럼 이슬람포비아 담론을 생산하고 퍼트려 왔다.4)

그럼에도 2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예멘 난민 수용 거부 청원이 당혹스러운 것은 이제까지 이슬람포비아 담론의 (재)생산과 유포에 앞장섰던 개신교 우파 세력뿐만이 아니라 '민족주의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이 연대하여 '여성 인권'과 '반성폭력' 수사를 이용하는 이슬람포비아 논리로 예멘 난민 수용 거부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는 예멘 (남성)난민들이 여성 혐오의 종교이고 폭력을 조장하는 '이슬람'을 따르는 '무슬림'이기에 '테러리스트'일 수 있고, 성폭력을 저지를 수 있으며, 여성 인권을 짓밟을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 사람, 특별히 '우리여성들'의 안전과 보호, 여성 인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난민 수용을 거부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서 예멘 여성 난민들과 어린이 난민들은 열외다.5) 물론, 예멘 여성 난민들이 '열외'인 것은 그들이 이슬람포비아 공격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 아니라, 앞에서 언급했듯이 무슬림 남성과 무슬림 여성을 상대로 이슬람포비아가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예멘 난민 수용 거부 청원과 소셜미디어에서 재생산되고 유통되는 이슬람포비아는 한국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성 폭력과 성차별을 축소하고 지우는 기능을 한다. 마치 한국은 배타적이지 않고 성폭력이 없고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고, 여성을 객체화하지 않는 '문명화'한 나라인 반면에 예멘으로 대표되는 이슬람 국가들은 여성 인권과 안전의 저지대에 있는 '낙후된' 나라라는 담론적 효과를 생산해 낸다. 이에 상응하는 담론적 효과는 (불특정) '한국 남성들'은 '여성 인권 수호자', '반성폭력 지지자'이고 예멘 난민들로 대표되는 '무슬림 남성들'은 '성폭행범', '여성 인권 침해자'라는 대립 구조다. 이런 담론적 효과들을 생산하면서, 이슬람포비아는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유포된다.

무슬림인 난민들이 들어올 수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개신교 우파들과, '민족주의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이 함께하는 '위험한 연대'는 '안전'이 아니라, 혐오와 편견, 낙인찍기와 희생양 만들기가 난무하는 또 다른 증오의 시대를 도래하게 할 뿐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안전과 폭력 없는 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인가. 청원자들이 말하는 '안전'한 한국 - 테러리스트들과 폭력적인 무슬림 (남성) 난민들이 수용될 수 없는 곳 - 이, 트럼프의 '안전'한 미국 - 테러리스트들과 폭력적인 무슬림 (남성)들이 입국할 수 없는 곳 - 과 어떻게 다른가. 무슬림들과 다른 소수자들, 그리고 (불법체류) 이주자들에게 가해지는 국가 폭력이 '안전'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미국을 누가 '안전'한 곳이라 할 것인가. '안전'한 미국을 만들기 위한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과 '안전'한 한국을 만들기 위한 '예멘 난민 수용 거부' 청원은 이미 너무나 '위험'한 곳들을 가리기 위해 희생양을 찾는 것이고, 그 희생양들은 이슬람포비아라는 증오 체제 아래 테러리스트로, 여성 인권 탄압자로, (성)폭행 위험인물로 낙인되고 지탄을 받는 무슬림 남성들이다. 그들은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는 것에서는 '제외'되지만, 법의 가장 심한 제재와 처벌을 받는 것에서는 '제외'되지 않는다.6)

최근 빠르게 진행된 남과 북, 북과 미의 회담을 지켜보면서 65년 동안 지속된 정전이 끝나고 드디어 종전이 곧 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기대에 부풀었던 것이 불과 몇 주 전이다. 지옥보다 더하다는 전쟁을 겪고 몇 세대를 이어 지속된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었기에 종전이 오고 '평화'가 오는 한반도를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공포가 없는 곳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사람들이 지금 막 그 공포의 현실을 피해 온 사람들을 다시 지옥으로 되돌려 보낸다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종전과 평화는 실체가 없는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7) 그렇기에, "우리도 예전에 난민인 적이 있었으니 지금 난민들의 처지를 보듬고 도와줘야 한다"는 빚 갚음의 마음을 넘어서서, 예멘의 난민들을 비롯하여 지옥을 벗어나 다가오는 난민들을 맞아들일 수 있는 '평화'의 땅에서 진정한 평화를 일구고자 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굳이 청원을 하고자 한다면 난민 수용 거부라는 청원이 아니라, 난민 수용을 할 수 있는 국가임에도 난민 인정률8)이 저조한 국가를 질책하면서 난민들을 받아들이라는 청원을 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국지적, 국제적 전쟁과 폭력이 끊임없이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이번에 불거진 난민 문제는 예멘 난민들의 수용 여부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서, 그리고 구조적 차원에서 난민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 이슬람포비아를 포함해서 타자와 다름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일상화하는 '위험한 연대'를 끝내야 한다. '위험한 연대'를 거부하면서, 현재의 복잡한 국제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난민들이 왜 한국에 올 수 밖에 없는지를 알려고 하고,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나라로서 그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 지를 배우고 행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9)

그리고 이제는 무엇보다 '우리'를 '한국' 사람으로 제한하고 '우리 민족'이 아닌 '타 인종'들을 배제하면서 지키는 배타적인 '안전'이 아니라 같은 땅에 발을 내딛고 삶을 일궈 나가는 '모두'가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 만들기를 다 같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이 글은 웹진 <제3시대>에도 실렸습니다.
웹진 <제3시대> 바로 가기: http://minjungtheology.tistory.com/

김나미 / 미국 Spelman College 종교학 교수

각주

1) See Nami Kim, "The Travel Ban and Violence against Women." Feminist Studies in Religion. http://www.fsrinc.org/travel-ban-violence-against-women/
2) '페모내셔널리즘(femonationalism)'은 "페미니스트(feminist)와 페모크라틱민족주의 (femocratic nationalism)"를 줄인 용어다. Sara R. Farris, In the Name of Women’s Rights: The Rise of Femonationalism (Duke University Press. Kindle Edition, 2017), 4.
3) Jenna Johnson, "Trump calls for ‘total and complete shutdown of Muslims entering the United States."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7, 2015).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post-politics/wp/2015/12/07/donald-trump-calls-for-total-and-complete-shutdown-of-muslims-entering-the-united-states/?utm_term=.7869fbf392d8 (accessed 12/10/2015). See also, https://www.donaldjtrump.com/press-releases/donald-j.-trump-statement-on-preventing-muslim-immigration (accessed 1/10/16).
4) Nami Kim, The Gendered Politics of the Korean Protestant Right: Hegemonic Masculinity (Palgrave Macmillan, 2016).
5)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 549명 중 남성은 504명(91%)이고, 여성은 45명, 미성년자는 18명이라고 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6191351001&code=940100#csidxeaced9421164f77983664050358888f
6) See Lisa Marie Cacho, Social Death: Racialized Rightlessness and the Criminalization of the Unprotected (Nation of Nations) (NYU Press. Kindle Edition) and Falguni A. Sheth, Toward a Political Philosophy of Race (Alba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2009)
7) Whitney Webb, "UN Warns 10 Million More Yemenis Expected to Starve to Death by End of Year." MPN News (May 29, 2018). https://www.mintpressnews.com/un-10-million-more-yemenis-expected-to-starve-to-death-by-end-of-year/242906/
8) 한국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난민 보호국이고, 2013년 난민법을 만들어 국내법으로도 수용하였다. 국내 난민 현황에 관한 글 참조. 임병도, "난민을 반대한다"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상식들. OhmyNews (June 21, 2018). http://v.media.daum.net/v/20180621094510086?f=m
9) 난민으로서의 법적 권리뿐만이 아니라, 예를 들어 난민들이 무슬림일 경우에는 무슬림들의 할랄 음식과 하람[금지되는 것]에 관한 것들을 비롯하여 이슬람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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