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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살리는 사회적 목회

초기 한국교회 의료 선교로 보는 생명 이야기

장진원   기사승인 2018.07.03  15: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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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미션네트워크(한기양 회장)와 목회사회학연구소(조성돈 소장)가 7월 9일부터 10일까지 '교회가 세상을 섬길 때'라는 주제로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를 연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Life Hope를 통한 생명 목회'를 주제로 하는 장진원 목사의 강의문 일부를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사회적 목회'는 특정 신학과 교리를 기반으로 정형화할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교회가 걸어온 120여 년의 사회적 상황과 역사적 경험, 교회 상황과 신앙 경험에서 고백되는 목회 현장의 이야기이다.

'사회적'이라는 말은 복음의 공공성, 시민사회와 교회, 공동체라는 의미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목회가 어떠한 역사로 생성됐으며, 상황적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이르렀는지 돌아보는 신앙고백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실현하고 있는 목회란 무엇인가.

교회를 세우고 부흥하게 하기 위해 수고하는 수많은 목회자가 이제 다시 사회를 보고 세상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단순히 실리를 위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아니다.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새로운 목회 가능성에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누구의 판단이나 척도에 의해 폄하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우리를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세상이 우리를 보는 시각이다. 이미 세상은 무너져 가는 교회 건물을 보고, 변질된 목회자를 보고 있으며, 그리스도인으로서 힘을 잃은 이웃들을 보고 있다.

이제 목회는 쇠 우리(iron cage) 안에서 세상을 보는 근시안적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교회의 주인 되신 예수님께서는 이미 넘어 계셨다. 이제 우리는 '어떠한 사회적 목회를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아니라, '사회에서 나의 목회는 어떤 가치가 있는가'라는 근본의 질문을 통해 다양한 목회 현장을 새롭게 바라보고 적용해야 한다.

사회적 목회 차원에서 생명 목회는 '현대사회에서 복음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가치를 회복함으로, 실제적인 전인적 회복을 위해 사용되는 목회'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관심과 문제는 우리 목회자와 교회의 관심과 떨어질 수 없다. 하나님은 이 관심을 가지고 준비된 사람을 지금도 찾으신다.

지금 하나님은 한국 사회 어디에 관심을 두고 계실까. 어떤 아픔과 고통에 함께하시며 회복되기를 원하고 계실까. 복음은 근본 가장 낮고 천한 자리에서 잉태됐고 죄인과 소외자 편에서 자라났다. 하나님은 십자가를 통해 화해와 용서를 선포하셨다. 부활과 승리를 통해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서도 실현하신다. 이는 한 영혼을 위한 배려와 관심에서 시작됐다. 이 진리는 지금도 이 땅에 복음을 전하는 교회의 관심과 사역이 돼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때로는 죄인으로 낙인찍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한 영혼, 한 생명이다. 이것이 생명 목회다.

이 생명 목회가 사회적 상황과 역할로 이해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한국교회의 사회적 경험, 신앙적 경험을 살펴봐야 한다. 한국교회 선교 초기의 많은 이야기 속 중심 주제는 순교·부흥·전도 같은 신앙 내적 차원에서만 강조돼 왔다. 하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복음의 역사는 영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생명에 대한 관심과 치료적(의료적) 사건을 통해 확산됐다. 한국교회 초기 선교사들 사역의 공통점은 선교와 의료, 위생과 보건, 교육에 대한 활동과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는 점이다.

의료 선교사 올리버 R. 에비슨(Avison, 1860~1956)은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서, 1893년 1월 12일 한국 선교사로 지원하여 1893년 7월 내한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서양식 근대 병원 제중원의 책임을 맡아 한국 선교와 의료계를 위해 헌신한 의사이자 선교사였다. 그의 자전적 선교 이야기는 초기 한국 사회에서 복음이 어떠한 생명의 사역을 해 왔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1)

조선 말, 당시 사회는 귀신과 악령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이를 치료하는 박수와 무당이 생명 문제를 담당하고 있었다.

"귀신의 존재를 입증하거나 반증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귀신이 존재한다며 제시되는 모든 증거를 살펴보면 우리 인간들의 엉뚱한 마음에서 기인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인간들의 마음에 대해 더 알게 될수록 질병이 신체 외부에 존재하는 영적 존재가 침투함으로써 초래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정신과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넓어질수록 정신병이 육체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더욱 갖게 된다. 어쨌든 전염병이 영적 존재의 침입에 의해 생긴다는 이런 개념은 세균설이 발견된 이후 의사들로부터 완전히 부정됐다." (223쪽)

초기 선교사들과 의료 선교사들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위생 보건과 질병 예방 운동을 펼쳤다. 병이 낫기 위해서는 당연히 악령이 빠져나오게 해야 한다는 믿음을 바꿨다. 육체적·정신적 문제에 대한 의학의 필요성을 제시하여 한국 사회에 크게 기여했다.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로부터 상당한 확신을 얻은 후, 우리들은 대중을 계몽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각각의 전염병을 다룬 간단한 소책자를 만들기로 계획을 세웠다. … 각 소책자의 제목은 '천연두와 백신', '음식과 아시아형 콜레라', '모기와 말라리아'. '파리와 장티푸스', '빈대와 재귀열' … 이 소책자들은 진찰소로 찾아오는 환자에게 배포됐다. 순회 선교사가 성경반을 개최하기 위해 지방으로 여행할 때에도 약간의 소책자를 주어 성경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소책자에 담긴 공중 건강의 지식도 가르치도록 부탁했다. 따라서 위생 및 건강한 삶에 관한 약간의 지식이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전해졌다. 교회는 종교의 중심뿐 아니라 위생 교육의 중심이 됐다. 따라서 귀신이 병을 일으킨다는 믿음은 청결에 의한 질병의 완치와 예방, 그리고 과학적 치료에 의해 극복됐다." (244쪽)

에비슨이 내한 당시 서울을 묘사한 글을 보면,

"길 좌우편 집에서는 창문을 통해 소변을 버리고, 모든 오물을 버려 개천이 막히게 됐다. 길가에 대변을 보아 놓아 더운 날이면 그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파리가 들끓었다. 이와 같이 위생에 좋지 못한 오물을 파리들이 묻혀 이곳저곳에 퍼뜨렸고 개들도 이 더러운 곳에 다니며 여러 가지 오물을 밟아 사람이 사는 집에 퍼트렸다. (중략) 길바닥과 길가 웅덩이에 고인 물은 썩었다. 그곳에 모기와 파리 떼가 자라 거리와 집안에 파리가 가득했다. (중략) 이와 같이 청결에 대한 관념이 별로 없었다. 때문에 이질, 설사, 콜레라 등의 전염병 병균이 골고루 퍼지게 됐다. (중략)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이런 원인에 의해 생기는 모든 질병을 악귀의 조화라고 여겼다. 무당이나 박수에게 굿거리를 하게 하고 악귀와 연락을 가진 그들이 아니면 병을 고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232쪽)

에비슨은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원인도 모르고 잘못된 방법으로 생명을 잃어 가는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백성의 병이 치료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천연두 예방접종을 시행했으며, 콜레라를 고치고 예방하기 위해 환자 격리소와 위생 운동을 실시했다. 언더우드 선교사와 함께 학질(말라리아), 발진티푸스 등 전염병을 고치기 위해 위생소를 세우기도 했다.

"나는 다른 전염병과 정신 질환을 일으키는 귀신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미 설명한 것만으로도 초기 선교사들이 당시 한국에 널리 퍼져 있던 귀신 홀림에 대한 믿음을 타파하는 데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244쪽)

이러한 생명을 살리는 활동은 복음 전파와 분리되는 일이 아니었다. 복음을 믿으면 병과 저주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통해서 사람이 바뀌고 인식이 바뀌게 됐다. 이를 통해 사회와 문화가 바뀌어서, 생명이 살아나고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의 생명 목회는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가. 복음의 능력을 통해 이 사회의 생명 문화가 확산되고 변화하고 있는가. 이 거룩한 복음이 사회를 변화시키며 역사하는 능력을 보여 주고 있는가. 여전히 많은 질병과 정신 질환을 겪는 사람을 보며, 기도가 부족해서 믿음이 없어서, 저주를 받아서 얻은 업보라고 설교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치료의 하나님을 믿는다. 생명의 창조주이시며 인도자이시기에, 모든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관심이 무엇이며 어떻게 역사하시는가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경험, 진지한 믿음의 성찰과 교회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생명을 살리는 사회적 목회의 존재 이유다.

장진원 / 도림감리교회 목사, 기독교 자살 예방 센터 라이프호프 사무총장

각주

1) 에비슨 탄생 150주년 기념으로 연세대학교의료원에서 출간한 <Memoires of Life in Korea>는 에버슨의 한국 선교 사역을 기록한 자서전이다. [서울:청년의사, 2010]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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