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참사는 아라 아빠의 신앙생활을 완전히 뒤바꿔 버렸다. 수십 년간 출석했던 교회는 참사 이후 발길을 끊었다. 딸이 천국에 갔으니 이제 다 잊고 일상으로 돌아오라는 교인들. 그것은 아라 아빠가 교회에 기대한 위로가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유가족이 교회를 떠났다. 헌신하며 봉사했던 교회였지만, 정작 가족들이 필요로 할 때 교회는 곁을 지켜 주지 못했다. 삭발한 머리를 보고 불편해하며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는 교인들. 팽목항 또는 합동 분향소에 와서 함께 예배해 달라는 부탁을 외면하는 목회자들. 세월호 참사는 국가권력뿐만 아니라 교회의 민낯도 드러냈다.

2015년, 합동 분향소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에 기독교 예배실이 만들어졌다. 가족들은 매주 이곳에 모여 예배했다. 처음에는 유가족, 신학생, 목회자 등 10여 명밖에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교회를 떠난 세월호 가족들에게 기독교 예배실에서 열리는 목요 기도회와 주일예배는 단비와 같았다.

기존에 다니던 교회를 떠나지 않은 세월호 가족들도 있다. 언니를 따라 대형 교회에 출석하는 한 세월호 가족은 "기도와 찬양이라도 '세게' 하고 싶어서 나간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작 속 깊은 말을 꺼낼 수 있는 곳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예배 현장이라고 덧붙였다.

4년간 지속됐던 일요일 오후 예배와 목요일 저녁 기도회는 올해 4월 16일 이후 잠시 중단됐었다. 세월호 참사 4주기 이후 합동 분향소가 철거되면서 기독교 예배실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잠깐 휴식 기간을 보내며 대체 장소를 물색했다.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예배는 5월부터 재개됐다. 장소는 화랑유원지 오토캠핑장 우측 산책로다. 416생명안전공원 예정 부지가 잘 보이는 곳이다. 가족들은 매달 첫째 주 일요일 모여 함께 기도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는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가족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시간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가족들이 함께 예배하는 현장은,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위로와 격려의 자리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단원고 7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추모하는 시간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짧은 수식어를 읽으며 학생들의 생전 모습을 떠올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7월 1일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에는 유가족들을 포함해 50여 명이 참석했다. 안산과 여러 지역에서 폭우를 뚫고 달려왔다. 한 달 만에 만나서인지 서로 안부를 물으며 반가워했다. 아라 아빠는 "혼자 있으면 처지기만 하는데, 사람들과 함께하면 위로를 얻고 격려를 받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정경일 원장은 이날 예배에서 말씀을 묵상하고 느낀 점을 나누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유가족과 여러 예배와 기도회에 참여하면서 늘 머릿속에 질문이 있었다. '교회란 무엇인가.'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서 교회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깨닫게 됐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교회를 이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득훈 목사는 "몇몇 사람은 사회가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세월호 가족들에게는 아직 세상이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을 것 같다. 진상 규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님을 찾을 때인 것 같다. 주님께 간구하며 우리가 연약하고 아픈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연대하면, 주님이 정의를 비처럼 내려 주실 것이라고 소망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창현 엄마가 작성한 기도문을 함께 읽으며 생명안전공원을 위해 기도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오히려 부활하셔서 세상을 구원해 내신 것을 믿는 우리는, 304명의 죽음 또한 죽음으로 끝나게 해서는 안 된다. 생명안전공원이 공원을 찾는 이를 보호해 주는 도피성이 되고, 시대의 약자를 품으며 기꺼이 그들의 이웃이 되는 샬롬의 안전지대가 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예배를 위해 찬양집도 별도로 만들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가족들은 합동 분향소가 철거된 이후 단원구청 인근 공터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가 끝나고 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부지를 돌아봤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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