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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인 추방하자는 사람들, 21세기 '인종주의자'

김현미 교수 "문화 차이는 반대 이유 될 수 없어…그들이 말하게 하라"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8.06.29  14: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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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난민이냐? 불법 취업자들이지. XXX 정부야, 난민이 비행기 타고 와? 난민이 스마트폰 들고 있어? 난민이 저런 헤어스타일 해? 난민이 옷을 저렇게 입어? 저 사람들 진짜 전쟁 피해서 여기까지 왔을 거라고 생각하는 쓰레기 국회의원, 공무원 XX들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예멘인 관련 기사에 올라온 댓글 중 하나다. 이 댓글에 수십 명이 동의 버튼을 눌렀다. 반대는 단 한 명뿐이었다.

예멘 난민 이슈가 한국 사회 주요 논쟁거리가 됐다. "왜 우리가 무슬림을 받아 줘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렵게 법을 강화하고 예멘인들을 돌려보내라는 청와대 청원 서명자 수는 벌써 54만 명에 육박한다. 6월 30일에는 시청 앞 광장에서 예멘인 추방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도 열릴 예정이다.

김현미 교수(연세대 문화인류학과)는 이러한 반난민 정서가 '신자유주의'와 '인종주의'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인권센터가 6월 28일 서울혁신파크에서 개최한 '한국 사회와 난민 인권' 기획 강좌에서, 김 교수는 '신자유주의와 난민 인권'을 주제로, 왜 한국이 왜곡된 난민관을 갖고 있는지 분석했다. 지금 뜨겁게 달아오른 이슈답게, 강좌에는 사전 신청자 100명 외에도 수십 명이 몰렸다.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난민 인권 강좌에는 100명 넘는 사람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현미 교수는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와 난민의 상관성을 찾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신자유주의가 중시하는 '노동의 유연화'에 따라 각국의 이주 정책이 바뀌면서 난민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과거 일정 기간 거주하면서 돈을 벌면 영주권을 주는 '정착형 이주'에서, 사회 통합 비용이 들지 않는 식으로 정책을 바꿨다. 언어교육, 문화적 차이 극복 등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려 한 것이다. 주 타깃은 '청년'이었다. 워킹 홀리데이나 기술·산업 연수생 명목으로 자국 기피 산업의 수요를 채우는 방식이었다. 굳이 복지·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이들은 '좋은 경험'을 했다는 마인드로 곧 본국에 돌아갔다.

각 정부는 유연한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정착형 이주자와 난민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반난민 정책을 노골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현미 교수는 과거 정착형 이주자를 받아들이던 선진국들이 최근 입장을 바꾸고 이주 문제를 정치화했다고 말했다. 안보·문화적 문제가 있다며 난민을 격리하고 수용소를 짓는 등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모습이 '어떻게 책임을 분담할까' 고민하는, 이른바 '버든 쉐어링(burden sharing)'의 성격을 띠게 됐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이라는 곳에서, 민주주의를 강조한다는 국가에서 난민이 온다고 하니 받지 않을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난민 이슈를 인권 패러다임에서 정치·안보 패러다임으로 바꿔 버렸어요. 이를테면, 유럽에서는 '우리와 이슬람은 양립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해요. 영국 식민 지배 때 건너온 파키스탄·인도 사람들은 벌써 6~7세대가 유럽에 정착해 살고 있어요. 이제 와서 '문화적 정체성' 운운하면서 난민을 막으려는 건, 사실 '우리가 문화를 취사선택해서 받겠다'는 말이죠. 이것이 현재의 이주 레짐(regime)입니다."

'책임 분담' 정책은 곧 난민을 '짐이자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인도주의적 원칙과 관용은 온데간데없고 감시와 정찰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좋은 나라로 보내 주겠다는 '브로커'들의 등장으로, 난민은 역사적이면서 구조적인 착취의 산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교수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남성이 먼저 오고 이후 가족을 초청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맥락을 모르면서 '강간 위험 증가'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는 현상을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백인과 결혼하면 '글로벌 가족',
동남아인과 결혼하면 '다문화 가족'
"문화 차이로 난민 못 받는다?
진짜 문제는 신인종주의"

한국 또한 난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뿌리 깊다. 김현미 교수는 한국인들이 난민을 "교육받지 못하고 철저한 무권력 상태인 사람들"로 인식하지만, 이들은 정치·경제적 자유를 위해 국경을 넘은 능동적인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주지에서 더욱 건실하게 살 능력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은 난민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인의 '인종주의적 시각'을 개선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수많은 댓글에서 볼 수 있듯, 예멘인을 반대하는 이유 중에는 문화가 너무 달라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여론, 즉 '문화적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많다.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서, 여성을 하대해서, 일하다 말고 하루 5번 기도해야 해서 같이 못 살겠다는 이유를 댄다.

김현미 교수는 "하루 5번 기도해도 직장에서 하는 건 2번뿐이다. 그 5분 기도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렇게 따지면 한국 사람 중 교회에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심신의 안정을 취하는 사람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한국인 중에도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고, 그 안에도 베지테리언·비건 등으로 나뉜다고도 했다.

"사람들은 '내가 인종주의자냐'면서 반발해요. 인종주의자라고 낙인찍히기가 싫은 것이죠. '피부색 같은 신체적 특징으로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게 아니라, 문화가 달라서 못 살겠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런 대상을 살펴보면 '우연히도' 무슬림이거나 비기독교인인 경우가 많죠.

무슬림이 여성을 억압해서 강간당할 우려가 있다고요? 화장실에서 몰카 찍힐까 봐 전전긍긍하며 소변 봐야 하는 게 일상적 위협인가요, 아니면 500여 명 예멘인이 우리의 위협인가요? 무슬림은 남녀 공간 구별이 너무 엄격해서 몰카도 못 달아요. 차라리 '싫다'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할 것 같아요. 그냥 '나 인종주의자다'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6월 29일 오후 1시 30분 현재 '난민법 강화' 관련 청원자 수가 53만 9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전쟁 직후, 이승만 정권은 일국일민주의一國一民主義를 내세워 혼혈 아동을 해외로 내보냈다. 김현미 교수는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국민성國民性이라는 것은 철저한 추방과 배제의, 인권침해 역사 위에 있다. 만일 혼혈 아동들이 한국에서 성장해 기업가가 되고 정치가가 되었다면, 지금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인종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가 있다. 백인과 결혼한 가정은 '글로벌 가족'이라고 하면서, 동남아인과 결혼한 가정은 '다문화 가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와 다른 피부색을 지니면 싫어하면서, 다니엘 헤니나 줄리엔 강은 왜 좋아하죠? 리틀 싸이라고 불리는 황민우 어린이는 엄마가 베트남 여성이라는 이유로 왜 6살의 나이에 10만 명의 악플러와 싸워야 하죠?"

난민들 "'가짜' 식별한다는 한국에
더 큰 상처받았다(more traumatized)"
"난민과의 공존 기획하는 사회 돼야"

"가짜 난민을 걸러 내는 게 온 국민의 관심사인데, 그럼 진짜 난민은 누구인가요? 종편 채널에 '3분에 한 명씩 아이가 죽어 가고 있습니다'는 문구와 함께 나오는 아이를 상상하나요? 난민은 교육받으면 안 되고, 똑똑하면 안 되고, 미래를 계획하면 안 되고, 가족을 먹고살게 하기 위한 장기적 전망을 세워서도 안 되는, 무력한 구호의 대상이어야 하나요?"

김현미 교수는 난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본국에서의 정치적 박해를 받을 때보다 한국에 온 이후 더 큰 상처를 입었다(more traumatized)"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난민들은 한국이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나라', 'UN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여서 인권 옹호국인 줄 알고 왔는데 낭패를 봤다고 했다. 한국에서 이주민은 신원보증이 없으면 휴대전화도 개통 못 한다며, 기본권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나라라고 했다.

김현미 교수는 난민과 함께하는 민주적 사회를 기획하자고 제안했다. 신자유주의가 지닌 불안정성의 '공동적 대응자'로서 함께하자고 했다. 난민은 제국주의와 폭력, 탄압에 따른 정신적 상처와 스트레스가 많은 이들이라고 했다. 이들의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면, 이들의 트라우마와 분노가 가중되어 '게토화'할 수밖에 없고, 우리 스스로도 적대와 혐오를 부추기면서 더 불안정한 느낌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일 그들 문화에 차별적 요소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최소한 그런 문화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을 시민교육이라는 장치로 대처하자고 했다.

김현미 교수는 '시공간적'으로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난민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난민은 정말 완벽한 타자예요. 우리가 잘 몰라요. 예멘? 저도 찾아보고 공부해서 알았고, 이슬람 종파가 그렇게 다양하다는 거 처음 알았어요. 우리가 우리 마음대로 믿겠다고 하면, 소수 중 소수인 예멘 난민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너무 소수여서 자기를 대표할 수 있는 통로도 없어요.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이분법적으로 사유하고, '너를 처단하겠다', '추방하겠다' 이런 언명에 쾌감을 느끼지 말고,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우리 방식으로 조급하게 처리하려 하지 말고, 먼저 그들의 입으로 말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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