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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인들이 '제주 취업 공고' 보고 들어왔다고?

'브로커' 꼈다며 "가짜 난민"…문제는 빈약한 난민 심사 제도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6.28  12: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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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500여 명을 둘러싼 루머가 끊임없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모든 예멘인에게 매월 138만 원을 지원한다""대한민국이 레바논처럼 이슬람 국가가 될 것이다""여성들이 집단 강간을 당할 것이다""기독교가 박해당할 것이다" 등 이슬람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루머가 재탕 삼탕 된다.

급기야는 4월 중순부터 급증한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해외 취업 브로커를 거쳐서 입국했다며 '가짜 난민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극우 개신교 성향을 띠는 'GMW연합'은 블로그에, 몇몇 싱가포르 취업 중개인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취업 알선 게시물을 소개하며, 예멘 사람들도 해외 브로커와 연계됐다고 주장했다. 예멘인 수용을 반대하는 목적으로 개설된 네이버 카페 '난민대책정의행동'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의심하는 취업 알선 게시물은, 제주에서 30대 이상 공장노동자를 구하고 있고 숙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문제가 되는 내용은 제주에 가면 25일 동안 머물러야 하며 이후 난민 카드를 발급받으면 서울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취업 중개인이 제주도의 무사증 제도와 난민 제도를 이용해 브로커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도 실제 난민이 아니라 구직자라는 주장이 함께 제기됐다.

일부 언론도 이에 가세하며 가짜 난민설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6월 26일 취업 중개인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제주 구인 공고문을 근거로 제주 예멘인을 위한 브로커가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한 예멘인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정보를 얻고 제주도에 들어왔다며 브로커를 거쳐 입국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게시물은 예멘인들과는 관계가 없다. 제주 구인 공고를 올린 계정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6개다. 공고를 올린 시기는 모두 6월 6일 전후로, 정부가 이미 무사증 입국 제한 국가에 예멘을 추가(6월 1일)한 뒤다. 예멘인이 대거 몰려온 4·5월에는 제주 구인 공고가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제주 구인 공고에 이상한 점도 있다. 위 계정 6개를 살펴보면, 이전 게시물은 대부분 싱가포르·카타르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다 갑자기 6월 초 제주 구인 공고가 올라왔다. 그것도 형식이나 문구가 마치 한 사람이 작성한 것처럼 거의 일치한다.

일부 언론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제주 구인 공고문을 근거로 가짜 난민설을 주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중개인 존재만으로 판단 못 해
북한 주민도 브로커 통해 탈북
거짓말하는 사람 있을 수 있지만
모두 '가짜' 매도는 어불성설

전문가들은 브로커를 거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진짜 난민인지 가짜 난민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이 통상 말하는 '진짜 난민'도 중개인을 거쳐 입국한다는 의미다. 목숨을 걸고 떠나는 길에 아무 정보도 없이 무작정 입국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주난민대책위원회 김성인 위원장은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넘어 유럽에 가는 보트피플도 브로커를 이용한다. '브로커'라는 용어에서 드는 느낌 때문에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일종의 중개자라고 보면 된다. 다른 국가로 탈출하기 위해 비자와 여권 등을 정상적으로 발급받을 수 없어 불가피하게 중개인이 개입되는 사정이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브로커를 거치는 과정에서 허위 비자 발급, 서류 위조 등 불법을 저질렀다면 단속으로 적발하면 된다.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단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는 난민 심사 과정에서 가려내면 된다. '가짜 난민'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예멘인을 몰아내는 건 맞지 않다는 말이다.

그는 난민도 브로커에게 피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했다. 브로커에게 착취 혹은 사기를 당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아 난민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아동·여성을 상대로 인신매매도 벌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브로커를 통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는 난민을 거부하는 방식이 아닌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난민 지원 단체 피난처 이호택 대표도 난민들 이동 과정에서 중개인이 개입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생전 가 보지 못한 미지의 땅으로 가는데, 사전에 정보를 얻고 계획을 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브로커가 꼈다고 난민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 이탈 주민을 도왔던 이 대표는 탈북자들도 중개인을 거쳐서 남한에 입국한다고 했다. 북한을 나올 때, 중국·베트남 등 제3국을 거칠 때 등 각 구간마다 브로커를 거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돈이 오가기도 한다. 이 대표는 "브로커를 통해 왔다고 북한 이탈 주민을 향해 가짜 탈북자라고 말하지 않듯이, 중개인을 통해 입국한 난민 역시 모두 가짜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난민들이 다른 국가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중개인을 거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허술한 심사 제도 문제 삼아야
인력·언어 지원 부족
한국은 난민 되기 어려운 나라

김포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 최영일 목사는 정보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감정과 정서로 예멘인들을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제주 예멘인 500여 명이 처한 상황이 저마다 다르다. 이들을 단순히 하나로 묶어 진짜 혹은 가짜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문제는 브로커가 아니라 난민 심사 제도에 있다고 최 목사는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의 난민 심사 제도가 빈약하다고 했다. 난민 심사는 서류와 면접을 통해 진행하는데, 서류 작성 시 지원하는 언어도 한정되어 있고, 이들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나 인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시스템도 고도화해 있지 않고 인력도 부족하다. 결국 법원까지 가서 난민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제주에는 난민심사관이 원래 1명밖에 없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2명이 충원됐다. 3명이 500명을 심사하는 실정이다. 브로커를 뭐라고 할 게 아니라, 난민 심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은 549명이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6월 25일부터 출도 제한 전 제주를 벗어난 신청자를 제외한 486명에 대한 난민 자격 심사를 시작했다. 전체 심사 기간을 6~8개월로 잡고 있다.

난민을 신청했다고 해서 모든 신청자가 난민 자격을 부여받는 건 아니다. 대한민국은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으면서도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나라 중 하나다. 1994년 4월부터 지금까지 누적 난민 신청자 4만 470명이다. 2만 361명에 대한 심사가 끝났고, 그중 839명만이 난민 인정을 받았다. 전체의 4.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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