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미션네트워크(한기양 회장)와 목회사회학연구소(조성돈 소장)가 7월 9일부터 10일까지 '교회가 세상을 섬길 때'라는 주제로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를 연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마을에서 이루는 사회적 목회'를 주제로 하는 정재영 교수의 강의문을 요약해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최근 마을에 대한 한국 교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질적 성격상 모든 교회는 지역 교회다. 전래 초기, 이 땅의 교회들은 지역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그래서 교회 이름은 지역 이름에 숫자를 붙여서 신의주1교회, 신의주2교회, 신의주3교회 식으로 만들어졌다. 교회 존재 이유가 바로 지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회는 지역을 넘어, 온 나라 그리고 전 세계를 품게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게 되었다. 더 넓은 세상을 품게 되면서 정작 교회가 터를 잡고 있는 지역을 소홀히 여기게 되는 모순을 낳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지역 교회라는 말은 명목상의 의미일 뿐 실제적 의미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미션얼 처치(missional church)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서다. 선교가 꼭 해외에 나가서 해야만 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에서도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션얼 처치는 선교를 교회의 본질로 이해한다. 교회 자체가 이미 세상에 보냄 받은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이고 따라서 교회의 모든 사역과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가 선교를 지향한다. 이러한 선교는 단순히 복음 전도 차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개인 수준에서는 전인격을 통해 성경의 가르침과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여 사사로운 영역을 넘어 공공 수준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일상생활 영역인 마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사회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이 활성화하면서 마을 공동체 복원과 관련한 활동이 늘어났고, 지역사회 주체인 교회가 여기에 동참할 필요가 생긴 것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마을 만들기 운동은 일종의 주민자치 운동이다. 여기서 '마을'이란 시민 전체가 공유하는 것임을 자각할 수 있고 공동으로 이용하며 활용할 수 있는 장을 총칭한다. 그리고 '마을 만들기'란 그 공동의 장을 시민이 공동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을 말한다. 이러한 마을 만들기 운동에 교회가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시민 의식은 기독교 정신과도 통하는 것이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의식을 형성할 때 기독교의 가치를 지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주요 교단이 올해의 주제를 '마을 목회'로 정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마을에 관심을 두는 교회가 많아졌다.

교회에 대한 우려

이와 같이 마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은 일면 환영할 일이다. 사회에서 공신력을 잃어버린 교회가 무엇보다도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참된 종교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역 활동가들은 마을에 대한 교회의 관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교회에게 마을은 그동안 전도 대상으로 여겨져 왔고, 이러한 관점에서 마을은 교세를 확장하기 위한 대상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을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전도의 수단이자 방편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설령 교회가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오랫동안 마을을 위해 애써 온 활동가들 입장에서는 그리 탐탁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교회는 많은 인적자원과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자원을 동원하여 교회가 몰려오면 오히려 기존의 질서를 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가 마을 생태계를 교란시킬까 봐 마을 활동가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도 들리고 있다.

그동안 교회의 지역 활동은 도덕적 우월감을 갖고 시혜를 베푸는 식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강했다. 인격적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시혜자와 수혜자라는 비대칭적 관계에서 수혜자를 대상화해 온 것이다. 그마저도 지속성 없이 일회성으로 끝나 전시성이 강하고, 대형 교회들 중심으로 과시적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 사회봉사는 단순한 시혜 행위도 아니고 복음 전도의 수단이 아니라 진정한 이웃 사랑의 실천이고, 인격과 인격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어야 함에도 한국교회는 이 부분에서 진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교회의 지역사회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물론 선교적 차원에서 영혼 구원이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이를 이원론적으로 이해하고 사회봉사나 사회참여 활동을 오로지 복음화에 부속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교회의 활동을 오히려 위축하고 왜곡할 우려가 있다. 이제는 이원론식 패러다임에서 공동체에 대한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교회 역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교회가 지역을 공동체화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참여하는 다양한 지역공동체 운동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고 그 활동을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 담보해야

공동체라는 관점에서는 특정인이 우월한 위치를 점하지 않고, 주종의 관계를 이루지 않는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동등한 자격으로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교회 역시도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 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다른 구성원들을 존중하며 인격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교회 중심 사고를 벗어나 오랫동안 이 일에 종사해 온 사람들을 존중하며 이들과 협력하고 연대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교회에서 하는 것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전도하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 중에서 교회의 활동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지역 운동을 하는 목회자들은 지역 주민들이 수개월 동안 교회와 목회자를 눈여겨본다고 말한다. 전도를 위해 하는 것인지 지역사회를 위해 하는 것인지 지켜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하면 차차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전도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주민들을 단순히 전도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사람 자체 관심을 가지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며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하나, 운동의 지속 가능성 역시 중요하다. 교회를 개척해 2~3년 유지하기가 어려운 만큼, 지역공동체 운동을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운동을 전도의 유용한 방법으로 여기고 시작했다가 기대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진정성을 갖고 이러한 활동을 장기간 지속할 때, 결국 그 진심이 전달되고 교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며 자연스럽게 전도의 문도 열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역공동체 운동을 당장의 교회 부흥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여기고 이 운동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공익성이 있는 주제를 가지고 해야 지속 가능성이 있다. 단기간의 이익보다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 이슈를 선정해야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이제 한국교회는 지역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역에 대한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지역 주민들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 뜻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한국교회가 산발적으로 시행해 온 사회봉사 활동은 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역공동체 운동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풀뿌리로부터 모든 교인이 기독 시민임을 자각하고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다른 교회나 시민단체들과 협력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지역사회가 기독교의 가치를 지향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교회의 공신력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재영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목회사회학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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