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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교인③] 나는 선교사·사업가 아닌 '좋은 친구'

캐나다 원주민 긱산족의 벗 김진수 장로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6.27  15: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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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처음부터 평신도 운동이었다. 교회 역사에 있었던 교회 갱신이나 부흥은 성직자의 권력 독점에 대항해 평신도의 권리와 의무를 되찾으려 했던 운동이었다." - <존 스토트가 말하는 목회자와 평신도>(아바서원)

'그리스도인'은 교회 안에서 봉사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뉴스앤조이>는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진격의 교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합니다. 말씀대로 살기 위해 진격하는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한국 사회에 보여 줘야 할 진정한 기독교의 역할과 모습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삶의 기로에서 소명과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 전문 영역에서 기독교인으로서 고군분투하며 사는 집사님·권사님·장로님, 성경에서 가르치는 모습을 좇아 약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교인분들을 소개합니다. 제보도 환영합니다. 주변에 '진격의 교인'이 있다면 언제든지 <뉴스앤조이> 홈페이지이메일페이스북카카오톡 등으로 알려 주세요.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김진수 장로(세빛교회) 이름 뒤에는 다양한 호칭이 따른다. 그는 집에서 홀로 시작한 회사를 18년 만에 직원 500명을 보유한 중견 기업으로 키운 '사업가'이자, 캐나다 기탄야우(Gitanyow)에서 자란 고사리와 송이버섯을 사고파는 '장사꾼'이다. 캐나다 원주민 긱산족은 안수도 받지 않은 그를 농담 삼아 '목사'라고 부른다. 그런 그를 미국·한국 교계는 '선교사'라고 부른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김진수 장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정직한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신앙과 양심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1992년, IT 관련 회사 이미지솔루션스(ISI·Image Solutions)를 창업했을 때도, '정직'·'나눔'·'혁신'을 회사 가치로 내세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이 알아봐 주기 시작했고, 회사도 크게 성장해 대기업에 높은 값을 받고 매각할 수 있었다.

그는 성공을 독식하는 사업가가 아니었다. 회사를 매각할 때 중직들에게 지분을 분배해 백만장자로 만들어 줬다. 누군가 직원들을 부자로 만들어 줬다고 치켜세우면, 그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줬다고 확신한다. 성공은 나눠야 커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것이다."

현재 김 장로는 캐나다 기탄야우에서 원주민 회사 긱섬(GITXM)을 7년째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 원주민 긱산족에게 고사리·송이버섯·차가버섯 등을 매입해, 다른 지역에서 판매하는 일이다. 김 장로는 미국 동부 뉴저지에 살고 있다. 뉴저지에서 기탄야우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4시간.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종일 차를 몰아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연고지도 아니고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김 장로가 IT 사업을 접고 유통 회사를 시작한 건 긱산족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김 장로는 최근, 긱섬을 통해 원주민 자립을 돕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정리했다. <선한 영향력>(선율)은 이뿐 아니라 오늘날 비즈니스 선교(BAM·Business As Mission)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김진수 장로를 6월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만났다. 그는 비즈니스 선교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선교지에서 주민을 몇 명이나 전도하고 얼마나 규모 있는 교회를 세우는지를 중요하게 다루는 시대는 지나갔다. 현지 주민의 문제와 필요가 해결되고 삶이 개선되는 총체적 선교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BAM은 무엇인가? 고민을 거듭하다가 분명한 결론을 내렸다. 선교지에서 내 필요가 아닌 그들의 필요에 의해 비즈니스를 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서 그들의 삶에 변화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이는 선교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그래도 그 일을 할 것인가? 만약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비즈니스 선교가 아닐까?" (146쪽)

캐나다 원주민 자립을 돕고 있는 김진수 장로가 자신의 경험을 정리한 <선한 영향력>을 출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뜻하지 않은 캐나다 원주민 선교
중독·자살 등에 노출된 긱산족
원주민 자립 위해 긱섬 창립
노력과 보상으로 달라지는 마을

캐나다 원주민 선교는 김진수 장로의 인생 계획에 전혀 존재하지 않은 일이었다. 친구 권유로 캐나다 원주민 선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2010년 7월 말 긱산족이 머물고 있는 기탄야우에 2주간 단기 선교를 떠났다. 그는 그곳에서 생전 처음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추장 토니 몰간(Tony Morgan, 현 긱섬 이사)과 대화하면서 그는 원주민이 겪는 고충을 알게 됐다. 원주민이 자연에서 채취한 송이버섯을 제값도 못 받고 팔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중간상인들이 원주민의 미숙함을 이용해 매입가를 낮추고 있었다. 김 장로는 사업가로서 이들을 도울 방안이 없는지 고민했다. 마침 IT 회사를 매각하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던 터였다. 원주민을 위한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미국 동부에서 차로 북쪽을 향해 몇 시간만 달리면 북아메리카 원주민 보호 구역이 나온다. 이곳에서도 충분히 원주민 선교 사역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비행기와 차를 갈아타며 캐나다 서북부에 있는 긱산족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것은 단순히 추장 토니의 요청 때문만이 아니었다. 김 장로는 자신의 가족사와 긱산족이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원주민을 만났을 때 낯선 문화와 환경에 위축됐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일에 적극적이지 않을 때 화가 나고 속상할 때도 있었다. 원주민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편견이었다. 처음에는 이들의 생활 태도나 문화를 고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가 내 방식과 사고를 이들에게 강요해 왔다는 걸 깨달았다. 원주민들에게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었다. 원주민이 현재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대다수 원주민은 캐나다 정부의 보호 정책으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지내고 있었다. 원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살던 산과 들을 빼앗기고 보호 구역에 갇혀 살았다. 캐나다 정부는 이들에게 딱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보조금을 주며 이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게 했다. 과거에는 이들의 고유문화를 말살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땅과 나라를 빼앗기고 그 대가로 보조금을 받으며 사는 삶은 원주민을 천천히 병들게 했다. 일할 의욕도, 재산을 축적할 의욕도 잃어버린 채 늘 무기력하게 지냈다.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진로나 취업 의욕이 없어 자살하는 청소년도 증가했다. 김 장로는 이를 "소프트 제노사이드"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원주민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김 장로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큰형은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일찍 세상을 떠났고, 둘째 형은 군 복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누나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했다. 알코올중독, 높은 자살률, 저학력…. 원주민 역시 자신들과 비슷한 경험이 있는 김 장로에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긱산족 원주민과 김진수 장로가 고사리 더미 앞에 서 있다. 사진 제공 김진수
일을 시작하면서 긱산족 젊은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사진 제공 김진수

"그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내 어린 시절 어려운 환경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고 변화된 삶과 지금 이곳 원주민 마을에서 일하고 있는 내 삶을 함께 돌아보게 된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이 스스로 일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이렇게 돌을 골라내고 밭을 다 갈고 나면 하나님께서 이곳에 선교의 열매를 맺으실 것이라 확신한다." (101쪽)

긱섬은 처음부터 '원주민에 의한, 원주민을 위한, 원주민의' 회사로 만들어졌다. 김 장로는 원주민 2명을 이사로 선임했다. 원주민들이 채취해서 가지고 오는 송이버섯·고사리·차가버섯 등을 다른 업체보다 높은 값에 매입하고 있다. 회사 매출액에서 30%는 청소년 교육 목적으로 지역사회에 재투자하는 원칙도 세웠다. 7년이 지난 지금, 사업은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사업이 안정화하면 원주민에게 회사를 그대로 넘겨줄 계획이다.

노력과 보상은 원주민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보통 원주민 한 사람당 평균 고사리 수확량이 150~200파운드다. 김 장로는 하루에 300파운드까지 수확한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원주민에게 세 사람이 900파운드를 수확해 오면 매입가를 20% 인상하겠다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셋이서 500파운드도 수확하지 못했던 원주민들이 어느 날부터 800파운드를 수확해 오더니 나중에는 김 장로의 기록을 깼다. 긱산족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선교계, BAM 각광
선교 수단, 노후 대책, 체류 목적 등
현실은 동상이몽
"비즈니스 자체가 선교"

김진수 장로의 긱섬 사례는 한국 선교계에서 BAM의 대표적인 모델로 알려졌다. 김 장로는 매년 한국에 와서 각종 선교 대회, 포럼에서 BAM 전문 강사로 활동한다. 그는 "과거와 비교해 보면 BAM이 이전보다 위상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이전에는 선교와 비즈니스를 어떻게 병행할 수 있느냐며 따가운 시선을 받았는데, 요즘은 누구나 선교 현장에서 비즈니스를 논한다는 것이다.

BAM이 각광받는 분위기가 반가우면서도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오늘날 각 선교지에서 사역이 위축하면서 비즈니스를 마치 돌파구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비즈니스를 선교의 도구나 수단(Business for Mission)으로 여기는 것 같다. 비즈니스 자체가 곧 선교여야 한다. 선교를 위해,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류를 연장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해서는 안 된다. 후원 감소를 보완하거나 노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비즈니스가 되어서도 안 된다."

그는 BAM을 준비하거나 현재 하고 있는 선교사들이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개인 비즈니스를 하면서 비즈니스 선교를 한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비즈니스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제대로 하는 비즈니스가 곧 선교다. 묵묵히 비즈니스를 하다가 하나님의 특별한 부르심이 있다면 그때 응답해도 늦지 않다. 새로운 선교를 하겠다고 비즈니스 선교를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개인 비즈니스를 하면서 '선교'라는 단어를 붙여서도 안 되지만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170쪽)

"약한 자를 계속 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 리더를 선택해 그들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선교도 그들 스스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필요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99마리를 남겨 두고 한 마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99마리가 한 마리를 돌보게 하는 것이다." (178쪽)

패러다임 전환은 선교사뿐만 아니라 선교사를 파송하고 후원하는 한국 교계에도 필요한 일이다. 김 장로는 한국 교계가 선교지 상황을 모른 채 수시로 보고서를 요구하고, '성과'가 없으면 다그치거나 후원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비즈니스로 원주민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선교라고 말한다. 교인을 전도해서 교회를 세우는 것보다, 먼저 원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 주고 문제를 해결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선교사가 선교지로 가서 복음을 전하고 결신시켜 세례를 베푸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두 번째 명령과 네 번째 명령은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즉 제자로 삼는 일과 지키게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삶의 변화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역이다. 하지만 즉시 눈앞에 보이는 사역의 결과를 원한다면 여기에 진력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들, 특히 후원자들에게 보여 주기 어려운 사역이다." (127쪽)

김 장로가 생각하는 선교는 '좋은 친구'가 되는 일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말이다. 사진 제공 김진수

사업가, 장사꾼, 목사, 선교사…. 여러 호칭 중 김진수 장로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이름은 '좋은 친구'다('선교사'라고 불리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김 장로도 좋은 친구를 통해 복음을 받아들였다. 가난했던 고등학생 시절, 처음 교회에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건 평소 행실이 바르고 아낌없이 남을 도와주는 좋은 친구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즈니스 선교는 선교적인 삶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교는 삶으로 그리스도를 전하고 복음을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쉬운 말로 좋은 친구가 되는 일이다.

<선한 영향력> / 김진수 지음 / 선율 펴냄 / 264쪽 /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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