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회 내 복수의 여성 청년과 '연인' 관계를 빙자해 성관계를 맺어 온 K 목사. 그는 올해 1~2월, 3차례에 걸쳐 총 7시간 상담을 받았다.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 A에게 사죄의 일환으로 성 상담 치료를 받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상담사는 피해자를 대신해 문제를 제기한 J 목사 측에서 정했다. K 목사를 상담한 ㄱ연구원 김 아무개 원장은 '치유 상담'을 하는 현직 목사였다. 그는 K 목사에게 "치료받을 만큼의 상태는 아니다"라는 처방을 내렸다. 목회자로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목회하면 안 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김 원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K 목사 사건을 심각한 문제나 성폭력으로 몰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담임목사가 아니라 부교역자이기 때문에, 목회를 그만둘 정도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듣기로는 중간에 헤어졌을 때 다른 청년과 (성관계를) 했다. 성추행이나 폭력으로 몰고 갈 수는 없고 성적 집착의 문제로 몰고 갈 수도 없다. 상대방도 성인이고 연인 사이로 발전해서 성관계를 가진 것이다. 우발적으로 성관계를 맺을 수도 있지 않나. 성교육은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상담하고 교육했다. 하지만 심리적 병리 문제는 아니다.

이 정도 가지고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남녀 문제에 여자도 책임이 있지 않나. 상대가 미성년자라거나 성폭력·성추행이면 남자에게 책임이 있지만, 이것은 교제의 문제 아닌가. K 목사가 그렇게 나쁘거나 악질적인 사람은 아니다. 목사 아들이라 세상 물정 잘 모르더라."

오히려 김 원장은 "제삼자가 마치 노동운동하는 것처럼 K 목사 부자를 자꾸 만나서 문제를 들춰내는데, 내 관점에서는 그게 좀 아닌 것 같다"며 피해자를 대신해 문제를 제기한 J 목사 부부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K 목사가 받은 상담은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B와 C는 상담 이후에도 K 목사가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성적 집착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도 의심이 간다. A, B, C 세 명 외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성관계를 맺었다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상담'이 아니라,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돌이키고 반성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해자에게 필요한 것
고충 털어놓는 '상담' 아니라
자신의 행동 인지·반성하는 '교육'
여성가족부 매뉴얼 '20회기 40시간' 권장

K 목사가 받은 성 상담은 그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지도, 그의 비행을 멈추지도 못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측이 지정한 사람에게 상담까지 받았는데 왜 계속 문제를 제기하느냐"는 원성만 사게 했다.

문제는 '치유 상담'이라고 하는 것이 '성폭력 전문 상담'이 아니라는 데 있다. 성폭력 전문 상담가들은, 성폭력 가해자 대상 교육은 2~3회 단발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가해자 스스로 본인의 잘못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반성의 마음을 갖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팀장(여성주의상담팀)은 김 원장이 K 목사에게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인 데 대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가해자 교육이 아니라 상담 개념으로 대면한 것이라면, K 목사는 클라이언트에 불과하다. K 목사는 '도덕적·윤리적으로 문제 있으니 목사직을 그만두라'는 요구가 억울했을 것이고, 상담사는 '억울할 필요 없다'며 심리적으로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란 팀장은 "성폭력 가해자를 교육하려면, 아는 사람에게 소개받아 하지 말고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이 매뉴얼화해 있는 기관에 의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도 6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성폭력 가해자 교육에는 피해자 공감과 왜곡된 통념 인식, 사건 직면과 재발 방지에 대한 내용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 것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상담만 진행했다면, 가해자에게 면죄부만 주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연구 결과는 1주일 2~3시간씩 12주는 진행해야 성폭력 가해자 교육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교육은 반복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상담센터에 의뢰해 2010년 발간한 <성폭력 가해자 교정·치료 프로그램 매뉴얼>에 따르면, 가해자 교육은 △양성평등 가치관 확립 △성폭력 개념 이해와 성폭력 재발 방지 △피해자 상처 공감을 통한 책임 인정 △공감 능력 향상 훈련을 통한 관계 형성 기술 습득 △자존감 회복 △위험 대처 기술의 습득의 목표를 설정하고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최소 40시간 이상, 20회기 이상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기 거부감 극복에 5주, 자신의 성폭력 과정 고백과 왜곡된 관념 수정, 피해자 이해에 10주, 성 충동 조절과 자존감 회복, 위험 대처 등에 5주 등 총 20주 과정은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 매뉴얼은 '새날 프로그램'이라는 정책으로 보완돼,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을 위반해 처벌받는 경우, 재범 방지 프로그램 이수가 병과倂科되는데, 한국양성평등진흥원이 법무부로부터 위탁받아 이 프로그램으로 가해자 집단 교육을 시행한다.

교회는 목회자 성폭력이 발생해도 '은혜롭게' 처리하려 한다. 그러나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교회는 성폭력을 성폭력으로 인지하기 힘든 분위기다. 어렵게 목회자 성폭력이 드러나더라도, 최대한 가해자 입장에서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최란 팀장은 가해자가 변하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교회 공동체가 의지를 가지고 진상을 파악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가해자에게는 합당한 '처벌'과 '교육'을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사회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고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가해자 교육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이현숙 대표는 "성폭력 재발 방지 측면에서는 화학적 약물치료라든지 전자 발찌 착용보다 가해자 교육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동시에 전문 과정을 통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7월 발간 예정인 교회 성폭력 대처 가이드북 <미투, 처치투, 위드유>(뉴스앤조이)에서도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목회자는 스스로의 의지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도원에 들어가 금식 기도를 한다거나 스스로 참아 본다고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해자를 교육하는 성폭력 전문 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그 처방을 따라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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