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안희묵 총회장) 강북중앙교회가 6월 24일 임시 사무총회를 열어 '사위 세습'을 완료했다. 강북중앙교회는 초대 담임 최건석 목사의 후임으로 사위 구재원 목사를 청빙하는 안건을 임시 사무총회에 상정했고, 청빙안은 참석 교인 307명 중 73%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이날 사무총회는 여러 회의 절차를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의장을 맡은 최건석 목사는 회의를 열기 전 참석자 수를 계수하지 않고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를 열 수 있는 기준이 되는 회원 점명을 생략한 채 "투표 수를 회원 수로 하겠다"며 개회를 선언했다.

교인들 발언도 막았다. 세습에 반대하는 몇몇 교인이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회의 진행을 맡은 선거관리위원장 이 아무개 장로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교인들 사이에서 "발언권을 줘야 한다", "청빙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잠깐 언쟁이 있었지만, 진행자는 이를 무시하고 투표를 속행했다.

개표 결과, 투표자 307명 중 찬성 225명, 반대 77명, 기권 5명이었다. 진행자가 청빙 가결을 선언하자, 교인들은 박수하며 환호했다. 최건석 목사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구 목사가 2대 담임으로 결정됐다.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순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교인 수십 명은 개표도 기다리지 않고 예배당을 빠져나왔다.

강북중앙교회가 초대 담임 최건석 목사의 사위 구재원 목사를 차기 담임으로 청빙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반대 교인, 절차상 문제 지적
"안건 공지 않고 제직회 소집"
교회 측 "절차 문제없어 
제직회·사무총회 정당하게 통과"

최건석 목사는 1971년 강북중앙교회(당시 동광교회)를 개척해 48년간 목회했다. 강북중앙교회는 등록 교인 500여 명의 중형 교회로 성장했다. 1999년에는, 서울 도봉구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 인근 연건평 500평짜리 5층 예배당을 건축하기도 했다.

강북중앙교회는 후임 목사를 뽑기 위해 1년 가까이 청빙을 진행했다. 지난해 8월, 최 목사가 은퇴를 예고한 뒤, 청빙위원회를 구성하고 교단지와 교회 홈페이지에 청빙 공고문을 올렸다. 지금까지 두 차례 임시 사무총회를 진행하면서 구재원 목사가 아닌 다른 목사들이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청빙안은 번번이 부결됐다. 그러다가 3차 임시 사무총회에서 구재원 목사를 단독 후보로 올려 사위 세습을 진행한 것이다.

반대 측 교인들은 담임목사가 사위를 후임으로 청빙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세습을 감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건석 목사가 1·2차 임시 사무총회를 포함한 여러 공식 석상에서 사위 목사를 차기 담임으로 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교인들은 지난 5월 2차 임시 사무총회에서 청빙 후보가 부결되자, 최건석 목사가 청빙을 잠시 중단하고 휴식 기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고 했다. 그런데 5월 마지막 주, 담임목사가 장로들과 구재원 목사를 청빙 후보로 세우더니, 6월 첫째 주 정기 제직회에서 청빙안을 통과하게 했다고 했다. 이들은 후임 목사를 정하는 중요한 자리인데도 교회가 어떤 안건인지 공지하지 않은 채 제직회를 소집했다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교인들이 원하면 세습도 하나님 뜻?

구재원 목사는 반대 측 교인들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제직회와 사무총회에서 정식으로 교인들 의견을 물어 통과됐는데,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기 제직회를 앞두고 안건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건 통상 그래 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구 목사는, 제직들이 원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번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1·2차 청빙 과정에서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몇몇 교인이 계속해서 요청해 이번에 특별히 후보에 오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에도 부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교인들이 원해 결정했으니, 당연히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건석 목사는 기자에게, 사위 목사를 청빙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건 없다고 했다. 그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교인들 의견을 수용할 생각이었다. 사무총회에서 통과됐으니 이는 주의 뜻이라고 본다. 더 이상 궁금한 게 있으면 하나님에게 물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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