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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인 '가짜 난민'이라는 '가짜 뉴스'

난민 수용 문제를 둘러싼 팩트 체크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6.21  19: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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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야말(42)은 지난달 초 다섯 딸과 부인을 데리고 한국에 왔다. 예멘 수도 사나 출신인 그는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에서 딸들을 안전하게 키울 자신이 없었다. 내전 초기부터 여러 나라를 전전하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 터를 잡았다. 말레이시아 생활은 불안했다. 난민이라는 이유로 경찰에게 돈을 빼앗기고 목숨을 위협받았다. 지인에게 한국이 말레이시아보다는 나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가족들을 데리고 제주 땅을 밟았다.

제주에서 야말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 어떤 삶을 원하는지 물었다. 단순하고 소박했다. 일자리를 구해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딸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누구나 원하고 꿈꾸는 삶을 바랐다.

현재 제주에는 야말과 같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500여 명이 있다. 이들 중 대다수가 지난 4월 말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입국한 이들이다. 이름도 낯선 나라 출신 사람들이 한두 달 사이 수백 명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한국 국민은 놀랐다. 놀라움은 두려움으로, 두려움은 적개심으로 변하고 있다. 온갖 루머와 허위 사실이 확산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예멘 난민을 둘러싼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해 봤다.

6월 14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인들이 한국에서 생활하기 위한 규범 등을 교육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① 가짜 난민이 섞여 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이들은 예멘인 500여 명 중 '가짜 난민'이 있다고 주장한다. 보트피플과 달리 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왔으며, 저마다 핸드폰을 사용하고 호텔에 숙박할 정도로 경제적 수준을 갖고 있다는 이유를 댄다.

이는 난민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긴 오해다. 난민인권센터에서 오랫동안 몸담아 온 제주예멘난민대책위원회 김성인 위원장은 "난민들을 모두 못 입고 못 먹는 가난한 사람들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있는 예멘인 모두가 자비로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마다 수중에 있는 금액이 다르다. 돈이 없어 노숙하는 예멘인도 많다.

김성인 위원장은 "이들이 왜 고국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멘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지옥과 같은 곳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이를 도외시한 채 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이유로 가짜 난민 취급하는 건 타당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난민 지원 단체 피난처 이호택 대표는 "난민인지 아닌지는 어차피 법무부가 판단한다. 어떤 나라든지 자신을 난민이라고 주장하며 보호를 요청하는 이들을 거부하거나 강제송환할 수는 없다. 심사 기간에는 체류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더군다나 예멘과 같이 난민 사유가 명백한 나라에서 온 이들을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부는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대다수가 젊은 남성이라는 점을 들어, 이들이 전쟁이 아닌 다른 이유로 한국에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쟁에서 가장 취약한 여성과 아이들은 오지 않고 멀쩡한 성인 남성만 입국했다는 이유다. 단순히 돈을 벌러 왔다거나, 교계에서는 이들이 이슬람을 포교하기 위해 입국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대다수가 젊은 남성이다. 6월 15일 기준, 지금까지 예멘인 난민 신청자가 549명이다. 이 중 남성이 504명이고 여성이 45명이다.

이호택 대표는 성인 남성이 많다고 가짜 난민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전이 발생하면 남자들이 정부군이나 반군에 군인으로 끌려가기 때문에, 참전을 피하기 위해 망명한다"고 했다. 그는 "여성과 아이는 보통 인접 국가 난민촌에 있고 남성은 멀리 있는 타국으로 넘어가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는 식이다. 내전으로 나라가 혼란스럽기 때문에 이들이 생계를 위해 일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슬람 신화 깨기, 무슬림 바로 보기>(홍성사) 등 이슬람과 관련해 여러 책을 내고 중동 전문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한 바 있는 김동문 목사는 "한국을 이슬람화한다는 소문은 근거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누가 전략적으로 한국을 테러하거나 이슬람화하기 위해 무슬림 난민을 보내는 게 아니다. 전략이 있다고 한다면 도대체 그 전략의 헤드쿼터가 어디인가. 어떤 국가, 어떤 단체인가. 주체도 없는데 전략이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는 대다수가 젊은 남성이다. 이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온 피난민들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② 난민 수용하면 성범죄 증가한다?

무슬림 난민을 수용하면 범죄가 증가한다는 소문은 난민이 이슈화할 때마다 재탕 삼탕 되는 루머다.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표적인 예로 2015년 독일 서부 쾰른 기차역에서 북아프리카 난민 남성이 저지른 집단 성폭력 사건을 든다. 쾰른 사건은 2015년 연말연시 축제에서 500~1000명으로 추정되는 난민이 축제를 구경하던 여성 수십 명을 추행하고 휴대폰과 지갑을 빼앗은 사건이다. 이때 독일 언론은 강간 신고 1건을 포함해 총 9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독일은 2015년 이후 난민 120만 명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쾰른 사건이 터지자, 독일이 이민자를 대거 수용했기 때문에 범죄가 증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아프리카 난민이 대부분 무슬림이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무슬림은 비이슬람 여성을 집단으로 괴롭히는 문화를 갖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독일 쾰른 사건 이후, 유럽 내 다른 무슬림 지역 출신 난민도 공범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독일이 이민자를 수용했기 때문에 범죄가 늘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쾰른 사건을 저지른 난민들이 대부분 무슬림이었던 것이지, '무슬림이기 때문에' 집단 성폭행을 일으켰다는 말도 근거가 없다.

독일 내무장관 호르스트 제호퍼(Horst Seehofer)가 올해 5월 발표한 '2017년 경찰 범죄 통계'를 보면, 2017년 범죄 발생 건수는 576만 건으로 2016년보다 9.6% 감소했다.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비독일인 범죄도 전년보다 22.8% 줄어들어, 사실상 난민을 수용하면 범죄율이 증가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쾰른에서 북아프리카 난민이 저지른 집단 성추행 사건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독일 범죄 전문가 크리스티안 파이퍼는 지난해 말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서 "쾰른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은 아프리카 난민이 독일 체류가 어려워져 저지른 범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북아프리카 난민과 달리, 역시 무슬림이 대다수인 시리아나 이라크 난민들의 범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른 지역 출신 난민보다 체류 허가를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파이퍼는 시리아·이라크 난민들이 삶의 기회를 보장받는 안전한 시스템에 들어왔기 때문에 범죄율도 다른 지역 출신 난민보다 낮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도민들이 예멘 난민 수용을 놓고 걱정과 우려가 계속되자 청와대는 6월 20일 브리핑에서 "제주도 내 순찰을 강화하고 범죄 예방에 집중적으로 나서 불필요한 충돌이나 잡음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난민들에게 각각 월 138만 원을 지원한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③ 정부가 인당 월 138만 원 지원한다?

예멘 난민과 관련한 소문 중에는, 이들이 한국 정부로부터 월 138만 원을 지원받는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법무부는 난민 신청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다. 모든 신청자에게 생계비를 지급하는 건 아니다. 가족, 출신 국가 등 항목별로 심사를 거쳐서 예산에 따라 지급 여부와 금액을 결정한다. 법무부가 올해 밝힌 난민 신청자 생계비 지원액은 난민 지원 시설 비이용자의 경우 1인당 월 43만 2900원이다. 만약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난민 지원 시설에서 체류할 경우에는 21만 6450원으로 줄어든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6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주 예멘 난민 500여 명 중 약 300명이 생계비 지원을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지급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정부가 138만 원을 지원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고 밝혔다.

김성인 위원장은 "예멘인과 관련한 허위 사실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법무부와 시민단체가 도내에 있는 예멘인들이 일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지,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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