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목사는 누구인가. 목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목사 공부 – 수행과 순례로서의 목회>(새물결플러스)는 목사의 정체성과 실존을 묻는 책이다. 유명 교회 목사들의 설교를 날카롭게 비평해 이름을 알린 정용섭 목사(대구샘터교회)가 30여 년간의 목사 생활을 돌아보면서 쓴 글들을 엮은 에세이집이다.

△목사란 누구인가 △예배 △설교와 목사 △하나님 경험과 산행 △하나님 경험과 시 경험 △철학 공부 △교회란 무엇인가 △목회 실천 △목사의 사생활 △목사의 구원 등에 대한 단상들을 모았다. 이 책은 목사론이나 목회론 등을 다루는 분석적 저술이 아니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 쓴 진솔한 수필에 가깝다. 이 책이 요구하는 '목사 공부'의 큰 줄기는 하나님 공부와 인간 공부다. 목사에게 하나님 경험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큰 주제 아래서 목사의 책 읽기를 비롯해 신학·철학·인문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교회 살림살이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분쟁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세목을 풀어낸다. 특히 예배 챕터는 책 전체(310쪽) 중 80쪽을 할애하고 있다. 다른 챕터에 각각 20~30쪽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분량이다. 저자 자신이 상대적으로 예전을 강조하면서 예배 각 순서의 의미를 풀어 썼기 때문이다.

에세이 형식으로 목회 영역을 상당히 폭넓게 살피는 탓에 길게 언급하지 않고 내용을 생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세한 설명을 목적으로 하는 책은 아니라서 각각의 주제에 대해 긴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이들은 답답할 수 있다. 책 자체가 목회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화두를 던지는 데 주목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목사 공부 - 수행과 순례로서의 목회> / 정용섭 지음 / 새물결플러스 펴냄 / 310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 경소영

종교 장사꾼이 되지 않으려면

<목사 공부>에서 가장 힘 있게 끌고 가는 주제는 '목사의 소명'과 '목사의 구원'이다. 목사의 소명을 이야기할 때,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 목사가 되는 일에만 방점을 찍는 경우가 많다. 교인들은 목사를 특별한 소명을 받은 '주의종'으로 극진히 대접하기도 한다. 그 사람의 삶이 아니라 목사라는 직임이 부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목사의 소명은 한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소명과 마찬가지로 전체 삶, 일상의 자리에서 심화해야 한다. 소명의 교정과 심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도적인 태도로 일상과 전체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예민하게 성찰하면서 수행으로서의 목회를 지향해야 한다. 목사를 공부하고 목사로서 공부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행으로서의 목회라는 말은 목회를 구원 행위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런 쪽으로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목사는 이미 구원받은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의 구원을 위해 소명을 받았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것처럼 큰 착각도 없다. 목사는 구원받은 사람이 아니다. 그가 남을 구원할 수도 없다. 단지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서 목회를 책임지고 있을 뿐이다. 목사의 이런 역할이 별게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그 역할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크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구원에 천착해야 한다. 그게 전제되지 않으면 목사의 영성은 훼손되고 말 것이며, 수행의 길을 갈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종교 장사꾼으로 머물 뿐이다." (27쪽)

목사의 소명을 확인하는 것은 목사의 정체성과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목사가 "신자의 교회 생활을 돕는 목회자, 신자의 신학적 사유를 깊이 있게 이끌어 가는 신학 선생, 신자의 영성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자극하는 영적 지도자", "목사이고 교수이며 수도원장"(44쪽)으로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목회와 신학과 영성의 관계를 살피면서, 각 분야에 천착하는 것을 통해 평생 목사의 소명 의식을 다져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 성장과 조직의 활성화를 강조하는 오늘날 목회 현실에 따라 종교적 과대망상이나 패배주의에 빠질 수 있다.

그렇기에 최선의 노력으로 "좌고우면 없이", "구도 정진의 태도"(149쪽)로 극기에 도전하는 산악인처럼, 최선의 노력으로 교회 생활과 경건 생활, 신학 공부 등을 해 나가면서 하나님의 은총을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상에 도달하는 것으로 산행이 끝나는 게 아니듯, "하나님 없는 경험을 훨씬 많이 하는"(151쪽) 일상의 현실에서 "영적인 긴장감과 집중력과 현실감각"(152쪽)을 유지하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오늘날 목사들은 산의 부름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산악인처럼 하나님을 절대적인 희열로 경험하고 있을까?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기독교 신앙을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동일시하거나 종교적 교양의 차원으로만 아는 목사가 수두룩하다. 그런 것으로는 절대 희열을 경험할 수 없다. 그래서 영혼의 중심이 계속 흔들린다. 달리 말하면 끊임없이 한눈을 판다. 목회 성공에 매달리고 교회 정치에 휩쓸린다. 그러면서도 내면의 영적인 만족을 누리지 못하니까 밖으로부터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서 동분서주한다." (153~154쪽)

저자 정용섭 목사는 목사의 소명은 한순간이 아니라 삶 전체를 통해 완성된다고 말한다.

목사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구원이나 수행과 전혀 상관없는, 명예와 종교 권력을 위해 정치 목사가 되고 교단의 총회장이 되려 하는 이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상투성에 젖어 목회 노하우만 늘어 가는 목사들의 현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목사로서 '나는 구원을 받았을까', '구원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목사가 오히려 신자보다 구원에서 멀리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구원과 구원의 증거를 다그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는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다른 이를 구원하는 것보다 자신의 구원에 더욱 천착하는 것으로 '목사 공부'를 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목사로 평생 살아온 나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중략) 목사는 숙명적으로 이런 질문 앞에 벌거벗고 서야 한다. 목사라는 직책, 목회의 업적, 신학적 사유 능력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게 쉽지 않다. 평생 이런 것들에만 몰두한 목사는 그것을 내려놓을 수 없다. 사람은 대개 자기가 살아온 그대로 세상을 본다. 웬만해서는 다른 시각이 열리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목사는 구원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에 놓인 사람이다. 일반 신자는 그래도 자신의 구원에 대해서 성찰할 순간이 있지만 목사는 그게 없다. 교회 업무에 그의 영혼이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목사는 구원받았다는 사실을 너무 당연시한다. 자신이 구원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304쪽)

"나는 목사이면서 기독교인으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구원을 향해 갈 뿐이지 구원을 완성한 것은 아니다. 구원의 빛을 향해서 천천히, 쉬지 말고, 숨이 끊어질 때까지 갈 뿐이다. 성령께서 도와주시기를!"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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