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난민인권센터(김규환 대표)가 6월 20일 '세계난민의날'을 맞아, 한국에 입국한 예멘 난민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멈추라는 성명을 냈다.

난민인권센터는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예멘 국적자의 제주 무비자 입국을 불허한 조치를 비판했다. 난민을 '테러범' 취급하는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한 언론 행태도 지적했다.

난민인권센터는 최근 정부 행보가 문재인 대통령 정책 기조와 맞지 않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와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이 5년간 난민 지원 규모를 15배 확대했고, 앞으로도 전 세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말했지만, 법무부는 25년간 신청자 3만 8169명 중 2%인 825명만 난민으로 인정했다고 전했다.

법무부가 최근 예멘을 '무비자(사증) 입국 불허 국가'로 추가한 점도 문제 삼았다. 예멘인 심사 절차를 강화하여 "난민에 대한 시민의 오해와 편견을 확산하고 불안을 가중한다"는 것이다.

난민인권센터와 시민단체들이 20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 난민인권센터

난민에 호의적이지 않도록 몰아가는 언론도 비판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에 올라온 난민 입국을 막아 달라는 글에 동의한 사람 숫자가 20만 명을 돌파했다. 난민인권센터는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난민=이슬람=테러=범죄라는 일부의 허술한 논리를 여과 없이 보도해, '허위 난민' 프레임을 재확산하고 있으며 난민 신청자들을 혐오 타깃으로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 보도 지침을 준수해 신중하게 보도하라고 당부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난민 제도 운영하며 차별 양산하고 혐오에 동조하는 정부 규탄한다!

한국은 1994년 난민 제도 시행 이래 올해 난민 협약 가입 25주년, 난민법 시행 5주년을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와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이 지난 5년간 난민 지원 규모를 15배 확대하였으며, 앞으로도 전 세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묻고 싶다. 지난 25년간 국내 거주 난민을 죽음의 길로 내몰아 온 정부가 제시하는 전 세계 난민 문제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동안 법무부는 누적 3만 8169건의 난민 신청 접수를 받았으나 그중 2%인 825명만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난민의 권리 보호는 정부가 약속한 국제법상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부는 국내 거주 난민을 외면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그동안 법무부는 난민 신청 이후 초기 취업 권리를 제한하고 전체의 3%에만 생계비를 겨우 지급하며 난민의 자발적 생계 대책을 원천 봉쇄했다. 120억을 들여 세운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또한 전체 난민 신청자의 단 2%도 접근하지 못하는 규모로, 이용률은 지난 3년간 60% 이하, 연간 28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며 나머지 1만여 명의 생존권에 대해서는 묵과하고 있다.

법무부는 인간이 살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체류, 노동할 권리마저 제한시키며 이들을 '불법'으로 내몰고 구금시키는 것도 모자라, 강제송환까지 서슴지 않았다. 난민 심사 절차에서 발생하는 접수 거부, 폭언, 협박, 오역, 권리 고지의 부재, 전문인 조력 기회 차단 등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난민 인정받는 것은 그 가능성이 요원할뿐더러 인정 이후에도 '부처 간 떠넘기기'로 관련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그 어떤 정착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난민을 사회의 '짐'으로 전락시키고 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는 최근 제주도에 예멘 난민 신청자가 입국한 상황에 대해 '무사증을 악용하여 입국할 개연성이 상존'한다는 이유로 예멘을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로 추가하였다. 제주 상황에 대해 줄곧 침묵으로 일관해 오던 법무부가 보인 이번 행보는 난민에 대한 시민의 오해와 편견을 확산시키고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불어 일부 혐오 세력은 "난민법은 신청과 동시에 과도한 혜택을 제공해 불법 난민 사태를 조장하고 있다", "지금 막지 않으면 제주도는 테러에 시달리게 된다", "무사증 제도가 불법 난민에 악용되고 있다", "예멘이 전쟁의 상황이 아님에도 난민 신청한 것은 국제난민법의 뜻을 무시한 '탈법'이다" 등 난민에 대한 왜곡되고 과장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과 국민청원 등을 통해 난민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으며 국민 청원은 18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하였다. 이에 한술 더 떠 언론은 '난민=이슬람=테러=범죄'라는 이들의 허술한 논리를 여과 없이 보도하였으며, 무사증 제도와 허위 난민 프레임을 재확산시키며 난민 신청자들을 혐오의 타깃으로 일삼고 있다.

정부는 난민 혐오를 선동하는 세력과 해당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의 활동을 더 이상 묵과하여서는 안 된다. 당장 난민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에 대한 눈치 보기를 멈추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난민 제도를 운용하라! 정부는 지난 25년의 난민 제도 운영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25년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무가 있다. 난민의 인권 없이는 한국은 결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는 혐오에 기생하여 난민의 권리를 배제하고 입막음하는 정부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

1. 정부는 난민 제도를 운영하며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 확산 세력에 침묵하고 동조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2. 정부는 불법 난민, 가짜 난민, 원정 난민, 탈법 난민 등의 혐오 발언을 일삼는 조직과 언론을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라!

3. 언론은 난민에 대한 혐오 조장의 유통 경로가 되고 있음을 성찰하고 인권 보도 지침을 준수하라!

4. 난민 혐오 조장 세력은 난민의 존엄과 인권을 부정한 혐오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허위 사실 유포와 혐오 선동을 중단하라!

2018년 6월 20일

기자회견 참석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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