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죽음을 피해 제주로 온 예멘 난민들. 난민을 향한 혐오와 공포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난민 지원할 돈 있으면, 가난한 국민부터 구제하라."
"저들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다. 죽든지 살든지 다시 그 나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들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면 현지 사회규범을 거부하고, 이슬람 방식으로 살기를 강하게 요구한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제주도 예멘 난민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전쟁을 피해 살기 위해 온 난민을 포용하거나 위로하는 댓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기사에 "기레기는 감성 팔이 기사 그만 써라"는 비난 댓글이 빠지지 않는다. 인터넷에는 말 그대로 '혐오'가 판을 치고 있다.

'이슬람 반대'를 공식 입장으로 내건 보수 기독교는 아직까지 조용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기독인을 중심으로 난민 반대 청원이 이뤄지고 있고, 예멘 난민이 한국인을 개종할 목적으로 몰려왔다는 '가짜 뉴스'도 퍼지고 있다.

예멘 난민에 대한 공포·혐오 반응이 확산하는 가운데 6월 19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인도적 조치를 적극 강화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가 제안한 것이다.

양 대표는 청원에서 "정부의 출입국 정책은 자국민에 대한 보호와 더불어 이민자나 난민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보호 정책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전 세계에는 다양한 이유로 전쟁과 극한의 위험 속에 처한 난민이 많이 있다. 모두 받을 수 없겠으나, 우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정도를 합의하고 감당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난민을 반대하는 기독인을 향해서도 포용의 자세를 요청했다. 양 대표는 "성경에서 늘 강조하는 가르침이 작은 자에게 물 한 그릇 떠주고, 감옥에 갇힌 자를 찾아 돌보고 (중략) 강도 만난 자에게 끝까지 치료와 호의를 베푸는 이웃이 되라는 내용들이다. 한국 사회가 난민 정책을 수립하고, 감당할 제도를 갖추어 가는 와중에 기독교인이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거스르는 행위는 납득되기 어렵다"고 했다.

양희송 대표는 난민을 포함해 이민자, 다문화 가족 등은 한국 사회가 풀어 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상식과 윤리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했다.

양 대표는 6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반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이런 정책은 잘못하면 인종차별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다. 앞서 한인 교포들도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적나라하게 겪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무작정 반대할 게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성숙한 자세로 난민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양 대표는 "난민 문제는 여러 사안과 연결돼 있다. 잘 대처하지 못하면, 인종주의와 혐오, 공포, 종교적 대결로 치달을 수도 있다. (한국이) 이번 기회에 난민 문제를 잘 다뤄 중요한 선례를 남겼으면 한다"고 했다.

기독교인을 향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양 대표는 "혐오나 공포를 취하는 건 반신앙적이다. 성경적으로 접근해야지, 혐오로 가는 건 말이 안 된다. 가짜 뉴스나 혐오·배척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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