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창현 엄마는 교회에서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남들과 같이 일주일에 두세 번씩 교회에 가고, 때가 되어 집사 직분을 받고 교육부서에서 봉사했다. 

"교회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우리 가족의 안녕과 미래가 보장될 줄 알았어요. 부모로서 가장 큰 기도 제목은 자녀에 대한 것이잖아요. 아이들을 위해 오랜 기간 정말 열심히 기도했어요. 그런데 그 기도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어요. 앞으로 자녀를 위해 드리는 기도도 헛된 게 될까요. 이 질문을 하나님께 매일 묻고 있어요."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참사 이후 교회를 떠났다고 했다. 담임목사와 교인들은 장례도 치렀으니 일상으로 돌아오라고 했지만, 창현 엄마는 그럴 수 없었다. 아이들이 사고를 당한 이유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아무렇지 않게 교회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창현이가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잖아요. 가장 중요한 게 풀리지 않았는데 제가 어떻게 찬양하고 기도하겠어요. 지금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제 삶의 이유이자 본분이에요." 

6월 17일 일요일,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가 열린 수원성교회(안광수 목사)에는 교인과 인근 주민 100여 명이 자리했다. 창현 엄마 최순화 씨와 그의 절친한 친구가 된 광화문광장 서명대 봉사자 조미선 집사(일산은혜교회),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패널로 참석했다. 유가족 은정 엄마 박정화 씨와 지혜 엄마 이정숙 씨는 교인들과 함께 앉았다.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참사 진상을 밝히는 일이 삶의 이유이자 본분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보수적인 대형 교회에서 36년간 신앙생활한 조미선 집사도 세월호 참사 이후 신앙에 변화를 겪었다. 

"한 어머니가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가 이렇게 목숨을 잃은 게 자신이 사회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다'고 말씀했어요. 다른 사람이 겪는 불행을 외면했기 때문에 자기 자녀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러면서 당부했어요. 당신의 가족도 비슷한 일을 당할 수 있으니, 당신과 당신 가족을 위해 세월호 가족과 함께해 달라고. 그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조 집사가 출석했던 교회 목사는 유가족과 정반대로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담임목사는 주일예배 설교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사탄이 틈탈 수 있으니 참사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것이었다. 목사는 눈과 귀를 닫고 나라를 위해 기도하라고 했다. 조 집사는 아픈 이를 외면하고 우리끼리 모여 기도하는 건 참된 신앙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를 뒤집는 일이었어요. 특히, 부활절 직전에 일어난 사건이었잖아요. 슬픔을 겪은 가족들은 우리와 함께해 달라고 무엇이든 해 달라고 말하는데, 교회는 오히려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요. 그 말은 악을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조미선 집사는 결국 다니던 교회를 떠났다. 그는 지난 4년간 진도 팽목항, 광화문광장, 안산 합동 분향소 등을 오가며 세월호 가족들 곁을 지켰다. 지금도 매주 광화문광장에 나가 서명대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조미선 집사는 4년 동안 광화문광장, 안산 합동 분향소, 팽목항 등을 전전하며 세월호 가족들 곁을 지키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주민 의원은 2기 특조위가 1기보다 강한 권한을 갖고 진상 규명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주민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세월호 진상 규명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4·16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3월 말 첫 회의를 열면서 본격적인 조사 준비에 들어갔다.

2기 특조위는 1기 특조위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수 있고, 국회에 특검을 무제한으로 요청할 수 있다. 또한, 특검 요청을 받은 국회는 3개월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진상 규명 활동에 대해 '이미 끝난 일 아니냐', '이전 정권을 향한 정치 공세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박 의원은 이러한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1기 특조위가 예산 감소, 인력 부족 등으로 방해를 받았다고 했다. 활동 기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며 추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광수 목사(사진 아래)를 포함해 수원성교회 교인 50여 명이 이날 간담회에서 416재단 기억위원이 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가족은 올해 5월 416재단을 발족했다. 유가족을 비롯해 이들을 지지하는 여러 종교 기관, 시민단체, 개인 등이 기금을 출연했다. 416재단은 진상 규명, 추모 사업, 안전 교육, 가족 치유 활동 등에 노력할 계획이다.

창현 엄마는 많은 기독교인이 416재단에 발기인 혹은 기억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기억위원이 되어 줄 것을 부탁했다. 이날 수원성교회 안광수 목사를 포함해 교인 50여 명이 기억위원으로 약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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