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단이 일방적으로 정한 반동성애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신학대학원 학생이 자퇴를 결심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소속 호남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하유승 씨는 5월 31일, 졸업을 한 학기 남겨 두고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하유승 씨는 6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세한 자퇴 사유를 남겼다. 하 씨는 이 글에서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며 민감한 사안인 성소수자(LGBTQI+) 이슈에 대해 교단이 일방적으로 입장을 제시하고, 이를 따를 것을 교단 소속 신학교 구성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 씨는 다른 사람을 정죄하려는 것도, 스스로의 무결함을 증명하려는 것도 아니라고 전제했다. 그는 "신학 공부라는 신성한 노동과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인 신앙생활로부터 벗어남이 아니다. 도리어 신학을 양심껏 공부하려는 개인의 의지와 신앙생활을 제대로 해 보려는 작은 시도와 표현"이라고 했다.

하유승 씨는 호남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을 한 학기 남겨 두고 자퇴를 결심했다. 호남신학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예장통합 소속 신학교 7개는 총회 결의에 따르기 위해 정관과 학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유승 씨는 이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자퇴서를 냈다고 했다. 한 학기만 있으면 신대원 3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할 수 있지만, 성소수자와 그들을 있는 그대로 품는 목회자를 배척하는 결의안을 만든 세력과, 침묵으로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자퇴'를 결심한 것이라고 했다.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목사로서 뜻을 펼쳐 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호남신대에 재학하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교단의 불성실함과 성소수자 배제 결의를 규탄하는 등 여러 목소리를 내 왔지만, 그때마다 교단 직영 신학교 학생으로서 한계를 맛봤다고 했다.

하유승 씨는 재학 중 채플 설교자에게 학생들 의견을 전하는 설교 소통 시스템 '채플딥'을 운영해 왔다. 그는 채플딥을 운영하면서,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낼 때마다 생계 문제라는 벽에 부딪혔다고 했다. 목소리를 낼 때 생계를 위협받는 건 하 씨만이 아니라 그와 연관한 목사와 교수, 동료 신학생들이라고 했다. 자퇴서를 내는 것은 자신이 낸 의견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평신도'의 자리로 가기 위함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하유승 씨에게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하 씨와의 일문일답.

- 채플딥을 운영하고, 사회 여러 이슈에 목소리를 낼 때 학교에서 제재를 받은 적이 있는가.

동아리 활동으로 학교 제재를 받은 것은 아니다. 다만 학생들 의견을 설교자에게 전달하고 답변을 요구하는 채플딥 활동이, 학교 입장을 어렵게 만들지 않겠냐는 몇몇 교수의 우려를 전달받았다. 호남신대는 화·수·목 오전 11시 채플을 진행하는데, 화요일에는 외부 강사를 초대한다. 어떤 교수님은 "채플딥을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꼭 하고 싶다면 화요일에는 안 하면 좋겠다. (수·목에 설교가 예정된) 학교 교수들은 답변할 마음이 충분히 있다"고 직접 말씀하시기도 했다.

반면, 응원해 주시는 교수님도 많았다. 채플딥을 이용해 응원한다는 말을 남긴 분도 있었고, 설교학 서적까지 추천하며 학생들 의견을 종합할 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신 분도 계셨다. 또 자신의 설교도 비평해 주면 좋겠다며 설교 원문을 공유하길 바라시는 교수님도 있었다.

교수님들의 우려와 응원은, 서로 다른 입장이 아닌 한마음 한뜻으로 학교와 학생들을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교수님들이나 학교가 잘못해서 활동이 어렵다고 한 것이 아니다. 우리 활동으로 학교 입장이 난처해지는 것을 두고 보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아직 학교가 난처해진 적은 없지만, 난처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에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 자퇴 사유서에 보면, 학생이 교단과 신학교를 향해 합리적인 비판 의견을 개진할 때 "'생계의 자리'를 위협받는다"고 했다. 어떤 방법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경우가 발생하는가.

먼저,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총회 결의를 목격했다. 그 결의로 이제는 교단 내에서 성소수자 입장을 신학적으로 연구하고, 그것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자퇴 이유서에 밝혔듯, 신학의 범위는 교단의 교리와 결의를 초월하는 영역을 포함해야 한다. 교단의 교리와 결의가 하나님 뜻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작은 그릇이기 때문이다.

열매를 보면 그 나무를 알 수 있듯이, 결의를 보면 총회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입장도 함께 이야기하며 통합해 나가자는 태도가 아니라, 합리적 비판을 배제의 증거로 삼아 '출교'하려는 것이 현재 총회 모습이다. 출교 결의는 말 그대로 교회와 학교에서 생계를 이어 온 사람들과 생계를 이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행위다.

- 한 학기만 더 있으면 졸업이었다. 목사 안수를 받고 내부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방법을 택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조금만 더 있으면 졸업인데'가 아니라 '조금만 더 있으면 졸업이기 때문에' 자퇴를 결정한 것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교단 결의에 동참한 자에게 졸업장을 받아야 하고,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그 결의에 암묵적으로 동의해야 한다. 휴학하면 되지 않느냐는 권유도 있었지만, 휴학은 충분한 의사표시가 아니었다. 교단 결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동조한 사람들에게 졸업장을 받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기에 휴학이 아닌 자퇴를 택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앞으로의 '계획'보다 오늘의 '태도'에 더 관심이 많다. 교회와 시대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이 나에게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어떤 태도로 살 것인지 결정할 '권리'는 있다. 이 권리를 가지고 내가 할 도리를 나름대로 해 나가다 보면, 이미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사장 "총회 결의 맘에 안 들면 떠나야"
총장 "학생 잃어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신학과 목회를 고민하던 신대원생이 졸업을 한 학기 남겨 놓은 상황에서 자퇴서를 제출했다. 교단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동성애대책위원회 위원장이자 호남신대 이사장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지난해 총회에서 "동성애 옹호자 및 지지자는 신학교에 입학할 수 없고, 목사, 교직원도 될 수 없다"고 결의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고만호 목사는 6월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회에서 결정한 게 있으면 따라야 한다. 총회는 분명히 동성애 옹호자·지지자는 신학생, 목사는 물론 교직원도 될 수 없다고 결의했다. 총회가 정한 입장과 다른 주장을 하고 싶으면 직영 신학교를 떠나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학적으로도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신학교에서 여러 의견을 논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동성애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다는 것 안다. 하지만 우리 총회가 택한 입장은 창세기 1장에 나오는 '남과 여를 창조하셨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제3의 성 이런 거 없다. 성경에 그런 말이 없기 때문에 그건 진리가 아니다. 왜 자꾸 말씀에 다른 해석을 붙이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만호 목사는 하유승 학생을 가리켜 "오히려 양심적인 분"이라고 표현했다. 교단이 어차피 동성애 지지자와 함께 가지 못한다는 입장을 정했는데, 그 입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교단과 함께 갈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여러 의견을 들어 보고 계속 논의를 이어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고만호 목사는 "성경은 타협하지 말라고 했다. 맘에 안 들면 떠나면 된다"고 했다.

호남신대 최흥진 총장은 하유승 학생이 자퇴서를 제출한 건 알고 있지만, 꼭 성소수자 이슈 때문만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분이 자퇴서 내기 전 학교 교수들과 대화했는데, 목회에 대한 고민이 있어 그만뒀다고 들었다. 학생 한 명을 잃은 것은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지만, 학생이 그렇게 결정했는데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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